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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Feb 04. 2024

지어 올리다

0602

아. 그랬다!


고요함이 공간이 되고 적적함이 대상이 되는 순간이 있다.


펜을 들기에 최적의 시간이다.

창백한 허공 같은 백지 위에 여백을 기둥 삼아 존재의 집을 지어 올린다.


슬픔의 창을 르 코르뷔지에처럼 길게 내고 고독의 하늘 공원도 꾸며본다.

한층 들뜬 마음은 기나긴 기린의 다리처럼 필로티가 되어 하층부를 지탱한다.


아무도 머무르지 않는 공간은 장소가 될 수 없다.

내가 지은 언어의 건축물에 아무도 들락날락하지 않으면 서둘러 허물어야 할 것이다.

기능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기억을 생산하지 못해서다.


부디 나의 글이 번듯한

마네킹이 아니길

기념비가 아니길

모조품이 아니길

참고서가 아니길

잉크가 마를 때마다 환호를 지른다.


https://brunch.co.kr/@voice4u/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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