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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을 찾는 것으로 기대하고 덤비다가는 실망하기 딱 좋다.
유년시절 소풍날에는 어김없이 보물찾기가 있었다.
선생님들이 미리 숨겨놓는 줄도 모르고 신기해하며 몰두한 기억이 있다.
보물이 숨겨진 장소에 가까워지면 선생님의 표정은 야릇했다.
말해주고 싶은 마음과 말해주면 안된다는 이성이 싸우는 표정이었다.
최대한 숨겨둔 보물은 우리에게 모두 찾게 해주시려 여러 힌트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 때 소풍장소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보물을 숨기는 선생님의 마음이 글쓰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간을 장악한 자의 여유는 쓸 이야기를 가진 자의 에티튜드와 닮았다.
막연하게 손을 뻗는 것은 글쓰기가 아닌 것이다.
숨기는 것은 찾는 이를 깊이 염려한다.
못 찾게 하려는 것이 아닌 최대한 어렵게 찾게 하려는 절묘한 난이도가 있다.
너무 쉬워도 시시해지고 너무 어려워도 흥미를 잃는다.
글쓰기는 늘 독자를 그리워하며 거리를 둔다.
보물과 보물 사이의 적절한 거리
보물과 자연 사이의 은밀한 교감
그 사이의 간격은 딱 꿈꾸기 좋은 시간이다.
기대와 실망의 반복은 보물찾기의 리듬이다.
글을 쓰면서 무수한 보물을 숨기는 것은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발견되기 원해서다.
숨기면서 들춰지는 글쓰기
잘 숨기기 위해서 날마다 상상하는 글쓰기가 즐겁다.
사전에 죽어 있는 말들을 발굴하여 나의 언어박물관인 브런치스토리에 진열보관하는 일이 글쓰기다.
마치 고고학자가 되어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유적의 조각들을 가슴에 품고는 어쩔줄 모르는 기분이 되어야 매일매일 글이 써지는 이상한 마법.
모두가 보물을 찾으러 갈 때 나는 그들이 찾고자 하는 보물을 적절하게 숨겨두고 내가 잠든 사이에 발견되면 어쩌나 노심초사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