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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Feb 06. 2024

오늘 하루를 마감합니다.

092.

하루의 일을 마무리합니다.

표면적으론 없는 일이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당신의 발 뒤꿈치 혹은

코트의 깃이라도 보고 가야 합니다.


그렇게 서둘렀는데도

앉을 자리가 없습니다.

내가 매일같이 온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요?


빽빽이 들어찬 사람들 속에서

간신히 숨을 쉬며 매장 안을 둘러봅니다.

그나마 명당인 자리가 하나 비어 있습니다.

그 자리에 앉으려다 잠시 멈칫합니다.

매장 밖에 정차된 누군가의 차가 온통 시야를 막고 있습니다.

세 개 중 남은 의자는 두 개,

하나는 밖을 등지고 앉아야 하고,

나머지 하나는 의자가 정면으로 놓여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자리에 앉으려니 부담스럽습니다.

그 부담감을 피하려면

당신을 보는 걸 포기해야 합니다.

아주 잠깐 다시 한번 망설입니다.

긴 생각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내겐 다른 선택지는 없으니까요.

창문을 정면으로 향한 채 자리에 앉습니다.


매장 안에도 사람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밖을 다니고 있지만,

그들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 리는 없습니다.

나는

곧 나타날 당신 한 사람만 볼 뿐입니다.


마치 정지된 시간 속에 앉아 있는 기분입니다.

모든 것이 멈춘 가운데

경사로 위쪽에서 누군가가 내려옵니다.

당신입니다.

하마터면 나는

밖으로 뛰쳐나갈 뻔했습니다.


가까스로 마음을 눌러 앉힙니다.

이렇게 오늘

또 하루의 문을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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