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일을 마무리합니다.
표면적으론 없는 일이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당신의 발 뒤꿈치 혹은
코트의 깃이라도 보고 가야 합니다.
그렇게 서둘렀는데도
앉을 자리가 없습니다.
내가 매일같이 온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요?
빽빽이 들어찬 사람들 속에서
간신히 숨을 쉬며 매장 안을 둘러봅니다.
그나마 명당인 자리가 하나 비어 있습니다.
그 자리에 앉으려다 잠시 멈칫합니다.
매장 밖에 정차된 누군가의 차가 온통 시야를 막고 있습니다.
세 개 중 남은 의자는 두 개,
하나는 밖을 등지고 앉아야 하고,
나머지 하나는 의자가 정면으로 놓여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자리에 앉으려니 부담스럽습니다.
그 부담감을 피하려면
당신을 보는 걸 포기해야 합니다.
아주 잠깐 다시 한번 망설입니다.
긴 생각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내겐 다른 선택지는 없으니까요.
창문을 정면으로 향한 채 자리에 앉습니다.
매장 안에도 사람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밖을 다니고 있지만,
그들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 리는 없습니다.
나는
곧 나타날 당신 한 사람만 볼 뿐입니다.
마치 정지된 시간 속에 앉아 있는 기분입니다.
모든 것이 멈춘 가운데
경사로 위쪽에서 누군가가 내려옵니다.
당신입니다.
하마터면 나는
밖으로 뛰쳐나갈 뻔했습니다.
가까스로 마음을 눌러 앉힙니다.
이렇게 오늘
또 하루의 문을 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