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6일 화요일, 흐림
대중교통으로 통근 중이다. 그것도 12년째. 대체로 무난하게 이용하고 있지만, 오늘처럼 낭패를 볼 때도 있다.
오늘까지 포함해서 사흘만 지나면 한 해 살이가 마무리되니 이것저것 정리할 게 많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뭘 하고 있다 보면 다른 계에서 뭔가를 요청하기도 한다. 내일 할까 생각했다가 내일은 하필 회식도 잡혀 있는 데다 또 무슨 변수가 있을지도 모르니 그냥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서둘러 일을 끝내고 두 번째 버스 올 시간에 맞춰 버스정류장으로 나갔다.
그런데 꽤 기다린 것 같은데 좀처럼 버스가 오지 않았다. 정류장에서 봤을 때 언덕 밑에서 좌회전하는 버스는 내가 타는 버스이고, 우회전해서 올라오는 버스는 구미역으로 간다. 벌써 구미역행은 두 대나 지나갔는데, 왜관역행은 감감무소식이다. 정시보다 정확히 20분 뒤에 버스가 왔다. 배차 시간 탓인지 운전기사가 꽤 밟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늦어버린 20분이 메꿔질 리 없다.
버스가 도착해 왜관역으로 가니 두 번째 기차까지 가고 말았다. 이런 걸 대략난감 급안습이라고 하던가? 전광판을 보니 다음 기차가 들어올 때까지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할 수 없이 집에 전화를 걸었다. 기차를 놓쳐 저녁을 해결하고 들어가겠노라 했다. 대중교통으로 통근할 때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조금도 불편함을 못 느끼지만, 정말이지 이럴 때는 답이 없다.
죽을 때까지 두 번 다시 핸들을 잡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일이 생길 때면 가끔은 그 결심이 흔들리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