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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Feb 07. 2024

마지막 날 D-1

2024년 2월 7일 수요일, 흐림


이제 단 하루가 남았다. 내일이면 드디어 우리 아이들이 4학년 생활을 마치고 3주간의 봄방학에 들어간다. 당연히 분위기는 거의 제대 말년 병장들로 가득 찬 내무반 같다. 조용히 하라는 말도 먹히지 않는다. 교실 안을 쥐 죽은 듯 조용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하면 된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주변이 삽시간에 조용해진다. 비록 그렇다고 해도 스마트폰을 쓰게 할 순 없다. 그건 아이들에 대한 지도나 훈육을 포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어쩌면 교사의 마지막 자존심인지도 모른다.


지금 아이들은 오로지 한 가지 생각에만 꽂혀 있다. 현재 같은 반인 애들 중에서 누구와 같은 반이 될까, 하는 것이다. 또 새로운 담임선생님으로 어떤 분을 만나느냐는 것이다. 물론 좋은 친구와, 혹은 이미 잘 지내고 있던 친구와 한 반이 된다는 건 어마어마한 축복인지도 모른다. 현재 27명인 아이들이 4~5명만 같은 반이 되는 식인데, 그 네다섯 명 속에 친한 친구가 포함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 그걸 아이들도 잘 알고 있기에 그 바람은 더욱 간절해질 수밖에 없을 테다.


이미 월요일부터 결과를 알고 있지만, 반편성 결과와 관련해선 그 어떤 얘기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반배정 결과를 먼저 임의로 공개했다가는 곤경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그런 세상이다. 한 치의 오차나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 그런 세상이다.


내일 결과를 발표하면 누군가는 환호를 지를 것이고, 누군가는 낙심하게 될 게 틀림없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고, 모든 사람에게 만족스러운 반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도 최대한 많은 아이들이 수긍하는 반배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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