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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Feb 08. 2024

반 배정 결과 발표

2024년 2월 8일 목요일, 흐림


오늘 드디어 2023학년도 학사 일정 상의 마지막 수업날이다. 아침부터 마음은 약간 무거웠다. 좋건 싫건 간에 이 아이들과 1년이나 정이 들었기 때문일 테다. 자기 담임선생님이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아침부터 잔뜩 들떠 있었다. 아무래도 새 학년 반 배정 결과가 궁금해서이다.


맞다. 나 역시도 반 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음 같아선 친한 아이들끼리, 혹은 마음이 맞는 아이들끼리 붙여주고 싶지만, 그런다고 해서 모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반 배정 결과가 나올 리 없다. 그러니 당연히 정해진 내규에 따라 석차를 매기고, 그 석차에 따라 일정한 순서로 배치하여 아이들을 배정한다. 물론 그렇게 해서 나온 1차적인 결과를 바로 확정 지을 수는 없다. 쉽게 말해서 차기 연도 담임교사에게 생활지도 및 학습지도상의 어려움을 배가시킬 만한 아이들은 따로 떼어놓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싸움이 잦은 사이거나 혹은 학교폭력 시비에 휘말린 당사자 쌍방은 무조건 떼놓아야 한다. 그렇게 2차적으로 자체 내에서의 반 배정이 마무리되면, 3차로 동학년의 전 반이 모여 각각의 아이들, 특히 그중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만한 아이들에 대한 브리핑을 바탕으로 이 아이와 저 아이가 붙어 있어도 지도상에 있어 어려움이 있을지 없을지를 예상하여 다시 정렬하는 작업을 거친다. 동학년 담임교사들 간의 이 같은 협의회가 끝나면 최종적으로 반 배정 작업을 마무리짓는다.


사실상 이치로 보면 그 이상의 최상의 반 배정 결과가 나올 수 없지만, 막상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 보면 예상치 못했던 변수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혀 눈에 띄지 않던 아이가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일이 간혹 생기니까 말이다. 현실적으로 그런 상황까지 예견하기란 쉽지 않다. 어쨌거나 고심에 고심을 거쳐 배정이 마치고 나면 결과를 아이들에게 통보한다. 일순간 난리가 난다. 같이 배정받고 싶은데 떨어진 아이들, 떨어져 있고 싶은데 붙게 아이들의 탄식과 비명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마지막 수업 시간, 나는 아이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했다. 한 해 동안 고마웠다고, 여러분들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인사했다. 시대의 변화에 맞게 아이들은 헤어지면서 셀카를 찍자고 요구했다. 사진 셔터가 눌리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아, 이 녀석과는 이제 헤어져야 하는구나.'

새로운 학년 새로운 반에서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생활을 잘해나갔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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