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 문학동네, 2023
아이는 종일 바쁘다.
일어나자마자 주차타워 자동차들을
삐용삐용 모두 출동시키고
다다다다 뛰어다닌다.
딸기 그림을 보고 냉장고 앞으로 쪼르르
사과를 찾아내면 또 냉장고 앞으로 달려와서
냉장고 문에 매달린다.
과자와 주스를 어느 타임에 달라고 해야 하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다.
뽀로로와 크롱 장난감을 만지고 놀다
리모컨 올려놓은 곳을 귀신같이 가리키며
소파로 바둥거리며 올라가 앉는 아이.
놀아주다 보면 어느새 방전되고 만다.
눈을 비비면서도
신데렐라 팬케이크를 한 시간 돌려 들으며
코강아지, 납작 강아지도 베개 위에 나란히 눕히고는
잠들지 않는 아이.
이제 그만, 코 잘 시간이야.
'밤이 너무 길구나
너는 도통 잠들 생각을 않고
이런 밤에는 눈도 잠이 든단다
세상을 먼저 재우고 나중에서야 잠에 든단다'
요즘 신데렐라는 파티에 가려면
팬케익 100개를 구워야 하는구나.
오늘 밤이 지나려면 우리는 팬케익 100개를 굽는 대신 동화를 100번은 들어야 할 것 같다.
'눈 뜨면 네가 제일 먼저 볼 있게'
팬케이크를 식탁에 올려놓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