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75세에 죽기를 원한다

20년 계획

by 이종구Burnaby S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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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 참 재미있지요. 내가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해보면 처음에는 이구동성으로 “삶의 길이보다 삶의 질이 중요하지요.”라고 말한답니다.

그러다가 좀 더 캐물으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답니다.

“내가 좀 착각을 했네요, 삶의 질이 떨어지더라도 더 오래 사는 편을 택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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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0년 계획. 2021.01.30



예전에 올린 글에서도 적었지만 33개월 수경사 방공단 대공포병 전역 후 대학 4년을 마치고 1985년 1월 다른 곳으로 이전한 옛 서울고 강당에서 있었던 현대그룹 신입사원 연수교육 중 강사는 앞으로의 20년 계획을 적어내라고 했었다.


당연히 3년 뒤 대리 3년 뒤 과장, 부장 이사 사장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다. 5년 뒤, 10년 뒤 회사를 그만두려고 지금 입사한 신입사원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20년 계획은 변동이 되어 애초의 계획대로 실행이 되지 못했다.

6.25 참전용사인 우리 아버지가 10년 군대 생활 동안 배운 것 중에 하나가”예정은 미정이다”라고 웃으며 항상 내게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다.


이제 나는 이곳 캐나다에 와서 다니던 회사인 Volkswagen Canada에서 은퇴를 했다.


그러면 지금부터 나의 20년 장기계획은 무엇일까를 간혹 생각하지만 별다른 계획이 없는 게 사실이다.

계획이 있다면 건강할 때까지 아직 일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사회활동을 하는 것일 것이다.


참고로 오바마행정부에서 일했고 바이든행정부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자문단으로 얼마 전에 선발되어 일하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의대교수인 에즈키엘 에마누엘은 5년 전 ‘왜 나는 75세에 죽기를 희망하는가(Why I hope to die at 75)?”라는 장문의 글을 The Atlantic지에 실어 큰 파장을 불러왔었다.


<<< “나는 100세까지 아니 그 이상으로 건강하게 살 건데 75세가 무슨 소리냐?”라고 화낼 일도 없다.

왜냐하면 나는 진심으로 여러분이 모두가 젊은이 못지않게 힘차게 그 나이 이상 오래 살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


다음은 5년 전 The Atlantic지에 실린 매우 긴 기사 중 큰 활자로 중요 부분 처리된 문장을 몇 개 살펴보자.

1. Americans may live longer than their parents, but they are likely to be more incapacitated. Does that sound very desirable? Not to me.

미국인들은 자기들의 부모세대보다 더 오래 살 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부모들보다 더 무기력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장애를 가지고 그렇게라도 오래 사는 게 바람직한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2. The average age at which Nobel Prize–winning physicists make their discovery is 48.

노벨상 수상자 중 위대한 물리학자들이 그들의 발견을 한 시점의 평균나이는 48세였다.


3. Mentorship is hugely important. But it also illuminates a key issue with aging: the constricting of our ambitions and expectations.

나이 든 이들의 인생 경험에 따른 충고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나이가 더 들수록 그 충고-mentorship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온갖 두려움으로 무장한) 고령인들은 젊은이들의 야망(ambition)과 기대치(expectation)를 제한하려 들기 때문이다.


4. Once I have lived to 75, my approach to my health care will completely change. I won’t actively end my life. But I won’t try to prolong it, either.

내가 75세가 되면 건강관리에 접근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지 게 될 것이다. 나는 일부러 목숨을 끊지는 않겠지만 연명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을 것이다.


5. We avoid constantly thinking about the purpose of our lives and the mark we will leave. Is making money, chasing the dream, all worth it?

우리는 우리의 삶의 목적과 우리가 남기게 될 흔적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항상 회피하고 있다. 돈을 버는 것과 꿈을 좇는 것들이 과연 모두가 가치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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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The Atlantic지에 기고한 에즈키엘 에마누엘 교수와 5년이 지난 후 Technology Review라는 저널에서 다시 인터뷰한 내용의 요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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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자의 질문 : 당신이 5년 전 올린 기사 “나는 75까지만 살고 싶다”이후 생각이 바뀌셨나요?

A : 전혀 안 바뀌었지요.


Q : 75세 이후에는 불치의 병이 걸리면 연명치료를 안 하겠다고 하셨는데 그건 너무 극단적인 표현이 아닌가요?

A : 극단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나는 75세에 죽지 않을 겁니다.

75세에 자살하지도 않을 거고 안락사를 해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을 겁니다. 단지 생명연장을 위한 연명치료를 위해서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얘기입니다.


Q : 그런데 왜 글의 제목이 “나는 75세에 죽기를 희망한다.”라고 썼는지요?

A : 5년 전 제 글의 편집자가 그렇게 만들었지요.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숙모는, 우리 아저씨는 90이 넘어서도 정신이 또렷했어요.” 등등 반론을 제기합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매우 소수에 불과하지요.


Q : 교수님은 노인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연명 치료비 등에 돈을 들이는 것이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했지요?

A : 네, 많은 정치인들이 어린이는 젊은이는 미래의 나라의 새싹이고 기둥이라고 말들은 하지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들어가는 의료비는 미국 국가예산의 7%가 들어가는데 비해 18세 이하 젊은이들에게 돌아가는 예산은 1%밖에 되질 않습니다.


Q : 수명(longevity)을 달리 우아하게 표현한다면 건강수명(health span)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장애나 병이 없이 장수를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될 수 있는 건 아닐까요?

A : 만약에 당신이 길을 지나가는 아무에게나 묻기를 “당신이 살고 싶은 삶은 어떤 것인가요?”라고 물으면 그네들은 아마도 처음에는 이렇게 답변할 겁니다.

“나는 최대한대로 젊은이와 같은 페이스로 건강하게 살다가 갑자기 절벽에 떨어져 죽듯이 가고 싶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좀 더 생각을 하다가 다음과 같이 말할 겁니다.

“그렇지만 나는 자다가 심장마비나 뇌일혈로 급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가족에게 안녕이라고 말이라도 하고 가고 싶습니다.

나는 급작스럽게 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몇 년씩은 아니더라도 죽기 전에 몇 달은 더 살다 가야죠.”


Q : 그렇다면 당신은 건강수명(health span)에 대해 회의적인가요?

A : 1980년대에 우리는 오래 산다는 것이 오래 건강하다는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수명측면에서 보면 우리가 우리 부모님들보다 더 오래 삶으로 우리의 70세는 우리 부모님들의 50세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통계자료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을지도 몰라요. 우리는 좀 더 많은 장애(disabilities)를 가지고 있어요. 우리는 더 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더욱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인지기능의 생물학적 하향장애가 있다는 거예요. 75세 이후에는 창작 활동을 할 능력이 거의 안 됩니다. 그들은 과거에 자기가 했던 것들만 생각하고 반복하지요(re-tilling).


Q : 그렇다면, 단지 연장된 삶을 즐기는 것조차 안 되는 건가요?

A : 70, 80, 90까지 활기차게 사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면 놀이(play)밖에 없어요. 생산적인 일은 할 수가 없지요. 그건 의미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들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하이킹도 하지요. 모두 의미가 있는 활동이지요. 곡해하지 마세요. 그렇지만 그런 것들이 삶의 주된 것(main thing)이라고 있을까요?

하이킹을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는 일이 의미 있는 삶은 아닐 겁니다.”


Q : 젊음을 되찾아주는 즉 늙지 않게 도와주는 약들이 영생으로 가는 뒷문(back door)이 될 수 있는 걸까요?

A : 물론이지요. 대부분의 그런 약을 만드는 회사들은 캘리포니아주에 있지요.

왜냐하면 신(God)이 이 세상의 영속을 금했고 나도 그중에 한 명이니까요.


당신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이 세상은 돌아갈 겁니다. 아마도 당신보다 똑똑했던 뉴톤, 셰익스피어, 오일러(수학자)도 죽었지만 세상은 잘 돌아가잖아요?


Q : 당신은 Silicon Valley의 Peter Thiel이나 Larry Ellison 같은 사람들이 인간의 수명연장에 생각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 아니요, 절대 아닙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수명 연장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지요. (피터와 레리가 거짓말쟁이,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들은 자기들이 죽어도 세상이 잘 돌아갈 거라는 생각을 잘 못하는 것 같습니다.


Q : 당신은 일부 미국인들이(American) 불멸(Immortal)의 생명연장을 믿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 영생은 아니더라도 250년 1000년 등 생명을 연장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할 일이라는 생각들이 있어요.

이런 생각들을 사회적 지도층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 보통사람들은 “맞아 바로 그거야!”라고 맞장구치게 되지요. 이렇게 말하면서 말이죠. “맞아, 죽는다는 거는 나쁜 거야!”

나도 죽는 게 무섭습니다. 그러나 더 두려운 것은 몸이 극도로 약해지거나 내 몸이 무너져 내리는 겁니다.


Q : 생명연장을 해준다는 약인 metformin이 정말로 생명을 연장시켜 준다면 진짜 문제가 될까요?

A : 문제가 될 겁니다.

그 약이 정말로 2~3년 생명을 연장해 준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부작용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더 오래 살아서 나이를 더 먹으면) 인지능력은 떨어질 거고 정신적인 문제도 더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참 재미있어요. 내가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해보면 처음에는 이구동성으로 “삶의 길이보다 삶의 질이 중요하지요.”

그러다가 좀 더 캐물으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답니다. “내가 좀 착각을 했네요, 삶의 질이 떨어지더라도 더 오래 사는 편을 택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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