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닐 때부터 가끔 생각했다. ‘이 길의 끝은 어디일까.’
성과를 내면 더 큰 과제가 주어지고, 잠깐의 실패라도 보이면 바로 압박이 들어오는 세계. 그 속에서 40대의 나는 매일 견디고 버티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예전부터 나를 눈여겨보며 “언젠가 함께 일해보자”고 했던 외국계 기업이 문득 떠올랐다. 이미 마음속에서는 퇴사를 향한 시곗바늘이 움직이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이 기회를 잡아보고 싶었다.
연락을 하자마자 회사는 바로 인터뷰 준비 자료를 보내주었다. 예상 질문 목록, 조직 구조 설명, 핵심 직무 분석. 나는 오랜만에 다시 ‘준비하는 기분’을 느꼈다.
밤마다 거울을 보고 영어 인터뷰를 연습하고, 산업 트렌드를 다시 공부하고, 커리어의 큰 그림을 정리했다.
결과는 좋았다.
합격 메일을 받은 날, 그동안 눌러져 있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아, 나도 다시 인정받을 수 있구나.” 이전 직장에서 병가 후 돌아왔을 때 들었던 무력감과 상처가 한순간에 조금은 회복되는 기분이었다.
새로운 회사에서의 1년은 오랜만에 즐겁고 편안했다.
성과도 자연스럽게 따라왔고, 동료들과도 잘 맞았다. 내가 가진 경험을 존중해주는 분위기 속에서 하루하루가 생산적으로 흘렀다.
그러나 외국계 회사의 속성은 언제나 변화에 가깝다.
회사의 글로벌 전략이 바뀌면서 한국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경영진은 “인도 지사로 갈 수 있겠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나는 며칠 동안 고민했다.
가족, 건강,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삶의 형태.
머리로는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은 정반대였다. 결국 나는 스스로에게 솔직하기로 했다. 한국을 떠날 수 없다는 결론.
그때 알았다.
이 회사마저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두 번째 퇴사는 어쩌면 첫 번째보다 훨씬 더 조용했다.
전처럼 상처받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밀려난 것도 아니었다.
이번에는, 내가 내 삶의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예상보다 훨씬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40대 이후의 커리어는 한 방향으로만 가지 않는다. 직장인이던 나는 이제 천천히 자영업이라는 세계를 향해 발을 옮기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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