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서 조언은 약일까?

by 써니소리

살면서 인간관계가 참 어렵다는 걸 많이 느끼면서 산다. 어릴 때처럼 한번 싸우고 화해하면 더 친해지는 관계가 될 수없다. 어른이 되는 것일까?

최근 내가 아끼던 동생이 삶을 스스로 마감하며 자연스럽게 인간관계가 정리가 되었다. 내 폰에는 전화번호도 그대로 카톡프로필도 그대로이고 주고받았던 카톡과 선물하기 흔적들도 그대로 남아있다.

내가 싫어서 정리가 된 인간관계가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너무 좋아서 다시 할 수도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무슨 사이도 아닌데 뭘 그렇게 힘들게 생각하냐. 가족들 챙기기도 바쁜데.'

'너무 냉정하고 관계를 끊은 거 아니야?

그래도 잘 지냈는데 재수 씨는 좀 챙기는 게 낫지 않아?'

여러 사람들이 조언을 하고자 한 마디씩 던진다. 조언을 해주는 사람마다 성격과 그들이 하는 생각이 주로 어떤 건지가 느껴진다. 그들의 조언 속에서도 나는 인간관계를 할 때 조심해야 되겠다는 게 보인다. 나는 다른 사람에 좋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조언을 하지 않는다. 조언이 아닌 내 생각일 뿐 그들의 생각을 바꿀 수도 없고 바꿔서도 안된다. 그걸 내 조언에 의해서 다시 생각하게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힘든 일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최대한 들어주고자 노력한다.

하늘로 떠난 후배의 재수 씨와 연락을 끊은 건 내가 아니다. 냉정하다고들 하지만 나는 연락을 끊은 적이 없다. 그가 선택한 스스로의 삶을 정리하는 가운데서 가족관계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걸 잘 알았던 게 나였던 거고 슬프지만 그로 인해 내가 정리된 거다.

내 입장에서만 생각해 봤다.

내가 친해지기 전 내 아내가 친하던 3명의 가족들이 있었다. 그러다가 남편들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친해지게 되었다. 처음에 나는 그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단지 내 아내가 좋아하고 마음을 나누기에 자연스럽게 친해졌지만 그중 한 명과는 친해지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 지나고 셋 중에 한 명이 먼저 스스로의 삶을 마감했다. 그렇게 미망인이 된 그의 아내의 나이는 30대 초반이었다. 남은 거라고는 남편의 빚과 아들과 딸 그리고 남편집에서 보내는 원망과 미움뿐이었다.

그렇게 되니 그의 아이들을 내가 좋아하던 후배 녀석이 몇 번 불러서 놀아주고 같이 재우고 밥까지 먹이고 보내줬다. 그렇게 한다고 한들 죽은 아빠가 다시 살아오진 않는다. 자칫 동정으로 비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 그렇게 사람 잘 챙기던 사람이 본인도 똑같은 선택을 했다. 우리가 지낼 때 참미련하고 나쁜 생각이라고 같이 얘기를 했었는데..

그렇게 우리 가족만 빼고 셋 중에 둘이 미망인이 됐다. 그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내가 같은 선택을 해야 되는가?

나의 아내도 미망인이 된다면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될까?

나는 그래서 멀리하고 싶었다. 나의 아내는 '그런 게 아니고 그래도'라고 얘길 한다.

그렇다고 그들의 아내들도 우리 가족을 찾지 않는다.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되었다. 나를 잘 모르고 얘기를 듣지 않고 너무하다고 하는 사람들의 기준은 뭐였을까?

인가관계는 참 복잡하다.

내가 선택하거나 잘하고자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 인간관계를 여러 번 정리했다.

사실 나는 사람들의 얼굴,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오랜만에 봐서 나를 아는 사람이 인사하고 이름을 불러 반갑게 맟아주는데도 기억을 못 했던 게 수차례다.

미안한 마음이 있는데 생각이 안 나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인간관계의 기준은 내가 그들을 잘해줄 수 있는 관계인가였다.

계산 없이 내가 받지 않아도 내가 일방적으로 줄 수 있는, 그래도 아깝지 않은 관계인가였다.


나는 몇 년에 한 번씩 연락처를 정리한다.

그러다가도 내가 죽도로 증오했고 싫어했던 상급자 전화번호는 남겨둔다. 그들이 가끔씩 생각난다고 전화를 해오기 때문에 받지 않으려고 남겨둔다. 과거에 몇 번 번호는 지웠다가 괜히 전화를 받게 돼서 기분 나쁘던 적이 많았다.

이런 관계는 나 스스로 만들어 놓은 관계이다. 누군가에 연락처에도 나는 각기 다른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을 거고 몇 년이 지나면 지워질 거다.

어렸을 때처럼 싸우고 다시 화해하는 관계가 아닌 지워지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관계가 되는 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일까.

인간관계는 어렵다.

마냥 내가 좋다고 그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도 힘들고 내가 싫다고 해서 관계를 끊을 수 없는 직장에서의 관계도 어렵다.

내가 당장 힘들다면 도움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또 내가 당장 힘들다고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면 어느 관계까지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나를 이용하고 나를 감정쓰레기통으로 활용한 직장상사가 있다. 나는 그들의 불행을 항상 기도 하면서 산다. 내가 겉으로 표현하고 마찰을 만들지 않으며 할 수 있는 복수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나에게 했던 만큼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의 복수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그들에게 복수심과 증오를 생각하는 시간조차 아깝다.

악플보다 무관심이 더 힘들다던데...

나의 인간관계는 지금 어떠한 상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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