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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

by 써니소리

하늘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잘 지내지?

최근에 너의 조카가 돌을 지났어. 네가 죽기 전에 우리 딸이 입던 옷을 알뜰하게 챙겨다 주곤 했잖아.

그래서 옷을 좀 챙겨주려고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 새 옷, 새 신발, 몇 번 못쓴 장난감위주로 챙겼어. 평소 같았으면 네가 가져갔을 텐데 이번에는 조금 고민을 했어. 오빠가 없는데 이거를 줘도 되겠는가 싶어서 말이야.

장례식장에서 아내가 네 동생 번호를 알아놨거든. 이것저것 챙겨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라도 줄려고 말이야. 그런데 선뜻 보내기가 쉽지 않더라. 첫아이라 우리가 쓰던걸 주는 게 싫을 수도 있을 거 같았고 그간 오빠가 가져다줘서 싫어도 그냥 받았을 수 있을 거 같아 많은 고민을 했어.


그래도 그중에 제일 좋은 걸로 택배에 담아 새 옷을 같이 보냈어.

잘 도착하고 연락이 왔었는데 큰 상품권을 보내줬네. 조카들 생각난다며.. 다시 돌려주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고 언젠가 한 번은 인사를 하려고 했대. 그리고 다시는 부담을 안 주겠다고 아이옷도 보낼 수 있으면 보내달라고 하네. 마음이 너무 고마웠어. 그리고 부모님의 안부를 물었는데 힘들어하신다고 하네.

아마 부모님도 재수 씨를 원망하고 연락을 끊으셨나 봐.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답답하다며 우리한테 물어보는데 개인적인 생각을 담아 말을 하게 되면 안 될 거 같아서 그냥 모른다고 했어.

주말에는 아들들이 통화를 하다가 왜 못 만나냐며 서로 울면서 통화를 하던데 마음이 아팠어. 아직 재수 씨는 준비가 안 됐을 거 같고 아빠가 없는 상태에서 어울리게 하기 싫었을 거 같고 복잡했어.

그리고 재수 씨는 쿠팡이츠 배달하고 공장에서 일도 하고 있대. 토요일인데 저녁 9시에 퇴근한다고 아들이 얘기하더라.

갑자기 가장이 돼서 생활비가 필요한가 봐. 네가 죽고 외할머니와 같이 산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너의 빈자리가 큰 거 같아.

내가 너의 동생을 챙긴다고 옷과 장난감을 보냈는데 오빠를 대신하기보다는 오빠만 생각하게 만들었고, 너의 아들을 챙기고자 하니 여러 고민거리가 생기고

사람이 없는 자리에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 있는 게 없는 거 같아.


나는 아직도 재수 씨가 원망스러워. 네가 이렇게 글감이 되어 이렇게 쓰는 걸 이해 못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을 텐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리움에 답답해서 미쳐버릴 거 같았어. 그래서 하나하나 마음 담아 추억한다는 생각으로 글로 쓰고

있네. 네가 살아있고 내가 없다면 너는 우리 가족에게 어떻게 했을까.

분명 나는 재수 씨한테 네가 위험하다고 얘기했고 변화를 요구했었는데 힘들었었나 봐.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되네. 그런데 가장 힘든 사람은 제수 씨 일거라 시간을 좀 더 보내고 어느 정도 마음 정리가 되면 찾아가 보려고 해.

그리고 아들들이 만나서 놀다 보면 좀 더 좋아질 것 같고.

참 독한 사람이야. 너는. 아들 딸을 그렇게 아꼈는데 두고 가는 마음이 어땠을지 수백 번 고민할 때 분명 아이들이 있었을 텐데 그 걱정을 잊고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는지.


미안하지만 너한테 또 배운 게 있어. 죽고 나서 주변 사람들은 그 사람의 빈자리를 아무리 해도 채울 수 없다는 걸.

가족들은 아물지 않을 상처를 않고 살아야 된다는 걸.

조만간 납골당에 또 갈게. 네가 잠든 용인 평온의 숲은 확장 공사를 한대.

항상 고맙고. 응원한다.

그리고 대신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너의 가족들을 찾아갈게.

오늘도 편안하게 잘 쉬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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