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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가진 힘.

by 써니소리

사람들과 소소하게 얘기를 하는 스몰토크를 좋아한다. 택시를 타면 기사분들 마다 다르신데 대화를 많이 하시는 분들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기사분들을 좋아한다. 간혹 한두 마디 말을 건네주시는 분들에게는 내가 먼저 양해를 구하고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개인택시를 하시게 된 사연, 연봉, 일하는 시간 또 자녀이야기, 손주들 이야기, 직장에 있었을 때 이야기 등 소소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나도 말을 걸고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걸 좋아하지만 무작정 말을 하지는 않는다.

말이 가진 힘과 깊이는 대단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몇 마디 던졌을 때 상대방의 반응이나 눈빛을 보면 대략적으로 어떤 기분인지 추측이 가능하다.

그래서 말하는 걸 좋아하지만 조심하는 편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힘내'라는 말을 잘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 내가 일이 있을 때 누군가가 `힘내`라고 하면

`안돼. 힘을 내면 또 다른 일을 시킬 거야.'라고 대답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피식 웃는다.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웃음이 나올 거다.

내가 직장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은 내가 아픔을 겪었을 때

'네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야. 너는 최선을 다했고 잘했어. 단지 사람들이 잘 못 알아봐 줬을 뿐이야.'라고 말씀해 주셨다.

다른 어떤 말보다 좋았다.

다들 걱정과 위로를 건네려고 했던 말들이라 감사하고 고마웠지만 내가 충분히 부족했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나에게 저렇게 말씀해 주신 건 큰 힘이었다.


어떤 일이든 직접 겪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마음을 공감할 수 없다. 또 비슷한 상황을 겪어도 사람의 성격과 생각 등 많은 것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내가 진급에서 떨어졌을 때 말하기가 참 힘든 게 가족이었다. 나의 아내는

'괜찮아. 그간 고생했어. 여태껏 오래 일했잖아. 고생 많았어.'

고마웠다. 그냥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사실 나 스스로 돌이 켜봤을 때 열정이 넘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결과에 승복하고 싶지 않았지만 노력이 부족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기에 스스로가 실망이 많았다.

나는 아내와 몇몇 분에게는 감사함을 넘치고 넘치게 받았다.


점사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아주 용한 사람이라며 소개를 받았는데 나는 호기심에

그들이 사는 생활은 어떤지 경험하고 싶어 점사를 봤다. 젊은 여성분이 신내림을 받아 점사를 보고 있었는데 처음에 들어갈 때는 많이 신기했다. 가끔 엄마가 봐왔던 점사들과 내용이 비슷했고 여러모로 신기한 말들을 많이 해줬다. 호기심이 많은 나는 질문도 당연히 많이 했다. 아내 복과 자식복이 좋고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도 오래 사실 수 있다고

했다. 할머니를 모시고 있다는 젊은 무당분은 눈빛이 다른 거 같았다.

나는 지치지 않았고 잘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대화를 나누는 2시간 동안 그간 쌓은 스트레스가 조금 풀리는 듯했다. 좋은 소리만 듣고 잘될 거라고 그리고 내가 묻는 질문에 성의껏 이야기를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정신과 병원이나 상담사분들을 이래서 만나는 건가 싶었다.


어떤 분들이 오는지 물었는데

지쳐있고 고민이 많은 사람들만 오지 않고

공무원, 교수 등 평범하고 높은 직위에 계신 분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잘살고 있는 사람들도 찾아서 묻는 게 많은데 질문은 대부분 비슷하다고 했다.

점사를 보고 나서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가질 수 있는 능력이라면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지만 상황이 어떻든 처음 보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막힘없이 말을 해주고 조언을 해주는데 대단하다고 느꼈다. 자신의 조언을 통해서 인생을 조금 고쳐서 살아가며 점사를 본 사람들이 더 잘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너무 팔자가 좋지 않은 분들은 돈을 받지 않고 돌려보낸다고 했다. 조언이 통하지 않으면 그분의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은

귀신을 쫓는 걸 제일 잘하는데 점사를 보셨던 분의 입소문을 타서 점사를 봐주고 있다고 했다. 그 기세를 받고 싶었다.

나한테는 두 시간이지만 좋은 경험이었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말 한마디에 힘을 더 가진다. 똑같은 말을 해도 해석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 의도하지 않은 뜻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악성사고의 피해자들이 바라는 보상은 다른 게 아닌 진심 어린 사과였다. 수천 수억 원의 돈이 아니라 단지 진심을 담아 건네는 사과한마디다.

나 또한 직장생활을 하면 마음속으로는 죽이고 싶은 몇몇 상사들이 있었다. 그들도 생각이 달랐다. 아랫사람은 아랫사람이니까 함부로 대해도 되는 존재로 여기는 사람들이었다. 명백한 잘못을 해도 사과 한마디가 힘든 사람들이다. 사과하거나 고맙다는 표현을 멋쩍어하거나 잘못을 했지만 사과를 함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될 테니 그 인정이 자신의 업무와 능력에 스크레치처럼 느껴졌을 거다.

같은 보고서를 가지고 사람만 다르게 보고를 했는데 결과는 다르다. 그래서 조용히 기도한다. 똑같은 상황이 닥쳐서 똑같은 경험을 꼭 하게 해달라고 말이다. 그들의 가정에 불행을 기도한다.


어려운 일이다. 좋은 말과 빠른 인정을 통해 굳이 감정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될 텐데 저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기도 하다. 내가 싫어하고 증오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어김없이 같은 행동을 한다.

다른 사람이 혼나는 걸 보고 있는 것도 불편하다. 그들도 한가정의 가장이며 가정을 잘 지키고자 일을 할 텐데. 저렇게 당하는 모습을 가족들이 보고 있다면 또한 혼낸다고 혼내는 상급자의 가족들이 혼내고 있는 자신의 남편, 아버지를 본다면 그들은 가족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나는 최대한 조심하고자 노력한다. 나와 연이 닿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기 때문이다. 과거 철없고 패기 넘치던 마이웨이를 외치던 시절에 나를 많이 반성하고 있다.


말이 가진 가치와 힘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울리기도 하면 살인무기가 되어 비수를 꽂기도 한다.

수억 원에 가치를 하며 때론 피식거리게 하는 하찮은 가치를 지닌 말이 되기도 한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 소소하게 스몰토크를 받아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며

말이 가진 큰 힘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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