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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니가 남긴 아이들을 만났다.

by 써니소리

장례식 이후 5개월이 지나서 너의 아이들을 만났어. 그전에 영상통화 하고 같이 게임으로 만나던 아이들이 울고 보고 싶어 하고 해서 마음이 아프더라고.

너의 아들이 이제는 우리 집에서 엄마가 없이도 잘 수 있을 거 같다고 해서 데려와서 하루 시간을 보내려고 했어.

장례식장에서도 둘째 딸이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아빠가 수술을 받고 있다며 오빠손을 꼭 잡고 떨어지지 않았는데 여전히 떨어지는 걸 불안해하는 거 같았어. 네가 하늘나라로 가고 외할머니와 외삼촌과 같이 사는데 외할머니와 둘이 있는 것도 못하고 있다고 하네. 아마 오빠가 없이는 두렵고 많이 무서운가 봐.


왜 어린 아들한테 큰 짐을 주고 간 거니.

또 더 어린 딸한테는 죽음을 실감 못하고 아빠가 없어 오빠에게만 의지하는 트라우마를 주고 간 거니.


5개월 만에 봤는데 아이들이 부쩍 자라 있었고

큰 아이들끼리는 전혀 어색함 없이 평소처럼 놀고 있는데 둘째가 뒤로 숨고 낯설어하는데 마음이 아팠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는데 혹시 아빠가 생각이 나서 저렇게 피하는 건지. 나는 자리를 피했고 아내랑 대화를 했는데 이렇게 놀러 나오니까 아빠가 생각났다고 했대.

해줄 수 있는 게 없잖아. 그래서 마음속으로 얘기하면 항상 아빠가 듣고 있고 어딜 가던지 같이한다고 얘기해 줬대. 다시 생각해도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 갈 거였으면 딸한테 잘해주지 말고 모질게 대해주다가 가지.

살아있을 때 그렇게 잘해주고선 이렇게 아픈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게 해 놓고 갔어.


그래도 남아 있는 가족들이 열심히 살고자 하는 거 같더라. 아이들도 건강하게 컸고.

더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도 이해하고 받아들이겠지만 지금은 아빠가 없어서 너무 그리워하는 것 같아 짠하고 안쓰럽고 괜히 미안하고 그러네.


너의 아버지 어머니가 손주들과 연락을 끊었다고 했었는데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시나 봐 2주 전에 한번 데려가셔서 시간을 보냈다고 하네. 딸은 아빠 생각난다고 방에서 나오질 않았대.

어린데 감정을 감당해 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가능하다면 네가 딸아이 마음속에 계속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더 무뎌지고 나아지겠지만 그래도 평생 아픔을 주고 간 거 너고 아빠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내려놓은 것도 너니까 마음속에서나마 꼭 계속 같이했으면 좋겠어


시간을 돌릴 수는 없지만 아이들의 아픔이 최소화되고 살아있는 동안에는 최고의 아빠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재수 씨는 하던 일을 정리하고 남동생 하고

카페를 하기로 했나 봐. 애들이 엄마랑 외삼촌 이 아침에 가서 밤늦게 들어온다고 보기가

힘들다고 그러네.

그리고 아들은 어느덧 커서 학교에 혼자 걸어 다닌데 걸으면 20분 정도 걸린다고 괜찮다고 하면서 말이야.

시간이 참 빠르지? 거기서도 걱정이 많을 텐데 다행히 씩씩하게들 잘 이겨내고 있어서 다행이야. 아들이 듬직하게 잘 챙기고 있고. 그러니까 걱정 말고 항상 아이들과 함께하고 네가 있는 하늘에서는 부디 다른 걱정 없이 행복하고 편안하길 바란다.


네가 살아있을 때 우리한테 줬던 네 마음과 그 정성을 다시 되갚지는 못하겠지만 아이들 챙겨서 종종 시간 보낼게. 언제나 그립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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