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에 한 번씩 핸드폰에 연락처를 정리한다.
이번에는 많은 이들을 지웠다.
마음을 비우고 혼자서 관계를 정리하는 중이다. 몇몇 전화는 일부로 받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나도 누군가에게 저장되어 있다가 정리가 됐을 것 같아 한편으로는 서운했다.
나도 모르는 내 뒤에서의 내 평가는 어떨까.
내가 연락처를 몇 년에 한 번 정리하듯 그렇게 과거에 알던 사람으로 정리될 텐데 가끔 잊지 않고 챙겨주는 사람들은 너무나 고맙다.
요새는 카카오톡이나 뭐 이런저런 선물하기 가 좋아져서 생일이나 좋은 일이 있을 때 가끔 선물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번호를 삭제하면서 잊고 지내던 고마웠던 분들이나 나를 많이 챙겨주셨던 분들, 그리고 내가 아끼던 동생들에게는 안부전화를 먼저 해본다. 각자 삶이 다 바쁘고 바쁘다 보니 연락을 못해서 미안하다고 마음을 전한다.
관계를 정리하고자 지우다 보니 관계가 더 좋아지기도 한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 있다. 군에서 대령으로 계시는데 항상 사랑하고 보고 싶다는 말을 해주신다. 그리고 좋은 말씀을 가득 담아 해 주시는데 내가 보답할 길은 그냥 잘 지내고 열심히 사는 것뿐이다.
이번에도 여러 사람의 번호를 지우면서 나를 이용했던 사람, 도움을 주었던 사람, 친하게 잘 지냈던 사람 여러 사람들과 함께했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즐겨 찾는 식당의 번호도 많이 지워졌다 잦은 이사로 지역이 멀어져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식당번호였다.
가끔 생각나는 음식들인데 찾아가서 먹어야 될 정도로 멀리 이사를 왔다.
그리고 아직 직장으로 인해 관계를 할 수밖에 없는 보고 싶지 않으나 어쩔 수 없는 사람은 이름을 바꿔 나만의 표시로 번호는 남겨둔다. 번호를 지우고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가 돼서 어설프게 받았을 때 난감함을 방지하기 위해 대충 저장된 번호로 남겨둔다.
나도 누군가에 거 받고 싶지 않을 번호로 남겨져있을지도 모른다.
학교 다닐 때처럼 마음만 잘 맞으면 절친이 될 수 있는 시절이 아니다.
어릴 때 우정을 따지며 평생 함께 하자고 다짐했던 친구들도 몇 남지 않았고 그들도 각자 가정을 챙기며 살기에 바쁘다.
몇 년에 한 번 만나 소주 한잔 털어 넣으며 '그때가 좋았지'하며 추억을 다지고 현재 공통 관심사인 가족, 건강, 재테크 얘 기른 하고 결국엔 각자가 제일 힘들다는 얘기로 술자리는 끝난다. 그래도 가장 편안한 술자리다.
연락이 잘 닿지 않는 친구들은 경조사 때나 보고 이미 친구들끼리도 다투고 돈을 빌려주고 못 받고 연락이 끊긴 친구들도 있다.
나는 고향을 떠나와서 살다 보니 그런 상황에 같이 있지는 않았다. 나도 덩달아 연락이 끊겼을 뿐이다.
나는 지금 근무하는 곳에서의 인연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대한다. 같이 일하는 지금의 인연이 가장 자주보고 자주 연락이 되는 사람들이다.
시간이 더 지나가면 만나고 고민을 나누고 술 한잔 같이 마주칠 수 있는 인연은 더 줄어들기에 지금 인연은 가장 소중한 인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