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내가 일을 하는 곳에서 더 높은 자리로의 선택을 받지 못했었다. 선발이 되지 않았을 때 주변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해줬지만 그 어떤 좋은 말과 위로도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스스로 극복을 해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동안 해보지 못한 일들을 이번기회에 해보고 찾으려고 노력을 했다. 약 17년 정도를 일을 했기에 지금 하고 있는 일 말고는 다른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을 것 같았다. 어차피 다른 일을 준비해야 되니 천천히 고민하기로 했다.
선택을 받지 못한 건 누구의 탓도 아니기에 스스로 인정을 하고 그동안에 못했던 사소한 일부터 해보기로 했다.
아직 까지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기에 그간에 쏟아부었던 열정보다는 조금 마음을 내려놓은 상태로 일을 하고자 했다.
그렇게 생각을 비우고 보니 마음을 내려놓게 되고 욕심이 많이 없어졌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사랑하는 아내와 맥주 한잔을 기울일 시간이 많아졌고, 아들과 딸을 보면서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도 마음속에 어느덧 정리가 되었고 진짜로 얻을 수 있는 사람과 마음을 더 나눌 수 없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누가 진정으로 나에게 도움을 줬고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었는지가 명확해졌고, 내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누구였는지가 명확해진 것 같았다.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의 성장이 허락되지 않았을 때 나는 아버지와 장인어른에게 가장 미안했다.
그래도 다른 길을 걷더라도 가장으로서 충분히 가정을 잘 지키며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기에 그냥 지나가는 일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동안 일을 핑계로 못했던 것들을 찾다 보니 한층 여유로웠고 편했다. 가족들과의 여행도 계획했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는지를 찾아봤다.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들과의 통화도 한층 부담이 없었다. 그들도 다 같은 이직을 걱정하고 있었고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어릴 때 같이 운동을 하다가 다니던 체육관을 인수해서 관장이 된 선배와도 통화를 해보고 대기업에 연구원으로 선배와도 통화를 했다. 사는 건 다들 비슷했다. 일하고 가정을 돌보고 또 나이가 들면서 걱정해야 될 것들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남은 몇 년 동안 언제 잘려도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보기로 했다.
천천히 둘러보면서 생각했는데 한 곳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의 책을 읽거나 브런치스토리의 다른 작가분들이 쓴 글을 보면서 다들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최근에 운동을 배우면서 운동이 옛날처럼 쉽게 늘지 않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옆에서 얘기하는 거 딱 와닿았다.
30살이 넘어가면 운동선수들도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노장인데 지금부터 시작해서 예전처럼 빨리빨리 실력이 늘어가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지금은 어떤 걸 해도 쉽게 늘릴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그러니 천천히 차분히 한 방향으로 가면 차근차근 실력이 늘 것이고 하고자 하는 만큼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오래된 곳에서 더 높은 곳으로의 진출이 허락되지 않은 일이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차분하게 준비해서 지금 있는 곳에서 보다 더 잘 쓰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들이 선택을 하지 않았지만 부족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