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죽은 니가 왔다. 오랜만이었다. 슬픈 표정과 핏대가 가득 들어선 얼굴로 꿈에 왔을 때는 별다른 말을 못 했었다.
너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고 노력하고 있고 잊고 살고자 노력하겠다고 마음먹은 지가 얼마되지 않았는데 꿈에 니가 왔다. 안쓰러웠다. 좋은 곳에서 편하게 지내고 있을 너 일 테지만 그래도 안쓰러웠다.
'너의 가족들은 잘 지내고 있어. 아들 녀석은 살이쪘는지 배가 조금 나왔고, 아빠가 없어서 그런지 축구가 잘 안 늘어서 축구선수가 되기 어려울 거 같다고 했어.'
'딸은 니가 많이 보고 싶고 생각이 난다고 했고, 딸 역시도 잘 지내는 것 같았어.'
'재수씨는 카페를 오픈했고 살이 많이 빠졌고 아무렇지도 않은척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어.'
'다들 잘 지내고 있어. 너는 어때?' 어떤 곳이야?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
나는 쉴 틈 없이 물었다. 그리웠다고 말은 하지도 못하고 니가 궁금해할 것 같은 일들에 대해서 꿈에서 깨기전에
전달하고 싶었다.
잊고 살아야겠다고 강하게 마음먹은 나에게 꿈에서 다시 온 너를 느끼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 못 올 너이기에 잊고 지내고 싶었는데, 이렇게 찾아와서 말없이 가는 널 보면서 미안함이 들었다.
잊고 싶고 지우고 싶었다. 우리 가족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수록 그냥 잊고 살고 싶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음을 잘 알기에 그냥 지우고 살고 싶었다.
언제쯤이면 그냥 잊혀질까.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고 자연스럽게 지워져 갈 텐데 지금은 그럴 시간이 아니었나보다.
쉴 새 없이 말을 뱉고 보니 너의 안부를 묻지 못한 내가 참 허탈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잔뜩 늘어놓고 잘 지내고 있냐는 말 한마디 못했는데, 니가 내가 전달한 말들이 궁금했었을까?. 애들의 꿈속에서 직접 듣진 않았을까?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잘 지내냐고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봐줄걸 그랬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사람이 죽는다는 건 당연한거지만, 스스로의 선택으로 주어진 삶을 다하지 않고 먼저 떠나는 건 참 무책임하다.
남아서 삶을 살아가야 할 사람들에게는 큰 상처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고 간 상처는 어떤 것들을 해도 아물지 않는다. 고작 몇 년 맺은 인연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힘든데 피를 나눈 너의 가족들은 아빠가 없는 삶이 어떨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지. 힘든일이었다. 무책임하게 가버리는 그런 선택이.
꿈에서나마 잠깐 보는 게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다시 돌릴 수 있다면 더 많은 관심을 통해서 널 살릴 수 있었을까?. 다신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너를 살리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더하면 될까? 시간을 돌릴 수는 없을까?
불편했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보니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그래도 꿈에서 보고 나니 최근에 생각나지 않던 니가 웃던 얼굴이 생각났다. 안부를 전하고자 온 것 같아 좋았던 얼굴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니가 죽기전에 보냈던 카톡에 내용을 다시 한번 돌려봤다.
대부분은 니가 나한테 감사하다는 표현뿐이었다. 해준 것도 별로 없는데 감사하다는 말을 어찌나 많이 했는지.
카톡프로필에는 여전히 어린 딸 사진이 그대로 있는데, 누군가 번호를 새로 쓰지 않는다면 없어지지 않을 카톡프로필이 왜 이리 슬픈지...
니가 가장 사랑했던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니가 죽기전까지 성장해 온 모습이 담겨있는데 더 이상 저장될 수도 없고
지워질 수도 없는 사진첩이 되었네.
아이들이 크면 충분히 아빠를 이해하겠지.
니가 보내준 힘들다는 너의 시그널에 더 노력을 해주지 못하고 떠나보내서 많이 미안해. 같이 보냈던 시간들이
돌이켜 보면 소소했지만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지금처럼 가끔 꿈에 나타나주고 다시볼 수 없으니까. 꿈에서라도 가끔보면서 안부를 묻고 잘 지내는지 보면서
살아있었을때처럼 소소하게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하늘에서는 행복하게 지내기를 다시 한번 기도로 올린다.
고마웠고, 많이 보고싶고, 안타깝고, 미안해. 언제나 그리운 하늘에 별이 된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