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느린 계절 속에서도- 나는 나를 돌본다.
여름은 매년 오지만
유난히도 더운 해가 있는 것 같다.
습기 가득한 공기-
아무 말도 안 해도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날들.
그럴수록 우리는 더 예민해지고
더 쉽게 지치고
서로에게 날카로워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무더운 계절 속에서도
나는 한 가지씩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법을 배워간다.
1. 느려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기
여름은 원래 느린 계절이다.
빨리 걷기만 해도 땀이 흐르고
조금만 움직여도 지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의식적으로 속도를 줄인다.
급하게 쌓은 집은 금방 무너지듯-
급하게 사는 하루는 마음까지 무너뜨리기 쉽다.
느리게 일어나고
천천히 말하고
잠시 멍하니 있는 시간을
하루 중에 일부러 넣는다.
그렇게 나는 여름 속에서도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우고 있다.
2. 시원한 그늘 같은 사람이 되어보기
덥고 지친 날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그늘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남편이 건네는
“오늘은 좀 쉬어”라는 한 마디
아이가
“엄마, 같이 누워 있자”
라고 말하는 순간.
그 안에 담긴 다정함은
에어컨보다 시원하게 마음을 식힌다.
그래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그늘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날이 더울수록
더 다정하게
더 느긋하게 바라봐주는 사람이 되기.
그게 내 여름의 마음관리법이다.
3. 자연이 말없이 주는 위로에 기대기
우리 집 베란다에 서면
북악정과 산이 보인다.
비 오는 날이면
산은
수묵화처럼 번져 있고-
여름날이면
초록이 숨을 쉬는 듯하다.
나는 그 풍경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을 천천히 마신다.
그 시간이 짧아도 괜찮다.
그림 같은 풍경이 하루의 균형을 잡아준다.
땀 흘리며 집안 청소를 할 때도
창밖에서 매미 소리가 울릴 때도
나는 문득문득
이 여름을 통과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4. 나에게 너그러워지기
무더운 날에는
못 해낸 일보다,
해낸 일 하나를 더 기억하려 한다.
밥을 차렸고
아이를 까르르르- 웃게 했고
남편과 다투지 않았고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건넜다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올여름도
나는 그렇게 조금씩
나를 다독이며 살아간다.
무더운 여름은
내가 얼마나 지혜롭게 나를 돌보고 있는지를
조용히-
그러나 깊이 알려주는 계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뜨거운 계절을 잘 지나고 나면
늘 그렇듯
가장 선명한 계절이 찾아온다는 것도
나는 이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