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언제나 작았다

쓰지 않으면 지나칠 뻔한 소중한 장면들-

by 루나린

돌이켜보면

마음에 오래 남는 장면들은

거창하지 않았다.


남편과 나란히 손을 잡고 걸으며

같은 풍경을 바라보던 그 순간은

마치 한 장의 엷은 수채화처럼

마음 위에 번져 있었다.


아이들이 앞서 달리며

흩뿌리던 웃음소리는-

바람에 실린 은은한 종소리처럼

금세 사라져 버렸지만

여운은 오래 남는다.


아이들은 매일 자라나고-

그 작고 가벼운 발걸음은

언젠가 더 이상 나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순간을

강물 위 반짝이는 햇살처럼

마음에 담아둔다.


잠깐 스쳐 지나가지만-

그 찰나가

삶 전체를 따뜻하게 비춘다는 걸 이제는 안다.


우리는 흔히

큰 사건들을 기억한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을 지켜주는 건

언제나 이런 작은 순간들이다.


쓰지 않으면

바람처럼 흘러 사라져 버릴 장면들.


글로 남기는 건 그래서

나에게 책갈피를 끼워두는 일 같다.


다시 펼쳤을 때

잊힌 줄 알았던 빛과 향기가

고스란히 되살아나도록…


오늘도 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본다.


그 작은 어깨는

계절을 넘어가는 새싹 같고-

가벼운 발걸음은

내 삶을 지탱하는 리듬과도 같다.


그 순간이 알려준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언제나 작았다고-


그리고

그 작음이야말로

가장 크게 마음을 흔드는 진실이었다고-


수요일의 기록은

그렇게 또 하나의 빛나는 찰나를 품는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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