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수요일의 끝에서-

흐르는 것들과 머무는 것들.

by 루나린


평창동의 아침은 언제나 고요하다.


산을 감싸는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

나무들은

빛을 머금고

천천히 하루를 연다.


홍제천은 어제와 다름없이 흘러가지만

그 속도는 언제나 조금씩 다르다.


마치 삶과 죽음,

시작과 끝이

따로 구분되지 않은 채

자연의 흐름 속에 함께 섞여 있는 것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끝을 향해 나아가는 길과 같다.


그래서 삶은 덧없고

그 안에서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남는 것이 있다.


나의 아이들 그리고 가족.


그 소중함을 모른다면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니고

호흡을 해도

생명이 없는 것과 같으리라-


아이들이 뛰노는 뒷모습을 바라볼 때

남편과 나란히 걷는 걸음을 느낄 때

나는 깨닫는다.


인생은 정해진 것도

완벽한 것도 없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비로소 무늬가 생기고

하나의 의미가 피어난다는 것을.


마치 계절이 변하며 산을 물들이듯

마치 킨츠기가 깨진 틈을 금빛으로 이어내듯-


평창동의 풍경이

내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 진실이다.


흐르는 것은 흘러가고

머무는 것은 머물며

그 사이에서

내가 사랑해야 할 것을

더 분명히 보여준다.


다정한 수요일을 연재하며

걸어온 지난 시간들 역시 그러했다.


일상의 작은 풍경 속에서

행복의 정의를 되묻고

불완전함 속에서 완전함을 찾아내고

잊히기 쉬운 순간들을

다시 붙잡았다.


삶과 죽음이

결국 같은 강을 따라 흐른다면-

나는 그 강가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이 평온한 동네의 계절처럼

나의 삶 또한

다정히 이어져가기를-


끝내 남는 것은

다정함뿐이라는 것을-


흘러가는 것들 속에서

지켜야 할 건

결국

서로를 향한 사랑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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