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집 취향기록가의 취향_언제나 행동의 끝은 기록.
취향은 어려운 게 아니다. 취향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을 말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취향이 무엇이냐 질문하면 속 시원한 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뭔가 대단한 게 있어야 취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취향은 별거 없다. 사전의 뜻풀이처럼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이니까.
이 글을 쓰기 앞서, 사실 나는 취향이라는게 어렵다고 생각했다. 기록 덕후로 유명한 마케터 숭님 정도의 파급이 있어야 기록이 진정한 취향으로 인정되지 않을까 우려했기에. 그러나, 취향은 유명하거나 들이댈만한 증거가 있어야만 인정되는게 아니다. 남들은 몰라줘도 계속 내 마음이, 내 행동이 어떤 곳을 가리키는지 들여다보면 언제나 그곳에 취향이 있었다.
처음으로 기록을 시작한건 대학입시 때였다. 고등학교를 입학하지 않고 대안학교를 다녔는데, 체대를 준비했던 터라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야했다. 내가 다니던 대안학교에서는 돌려가면서 사람을 왕따시키는 이상한 문화가 있었다. 내가 편입생인게 싫었던걸까? 왕따를 당하던 친구를 도와줬던게 문제였던걸까? 어느순간 친구들이 나를 피하더니, 왕따가 됐다. 그나마 믿을만한 친구들은 대안학교를 떠나 재수학원으로 갔다. 믿을건 나 밖에 없었다. 그 때 처음 일기를 통해서 나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투명인간인 상태로 지냈기에, 타고난 외향인이었던 나는 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멘탈이 흔들릴 때마다 시도때도 없이 일기장을 폈다. 펜을 들고 머리속에 있는 말들을 다 내뱉었다. 거침없는 욕도 포함해서, 두서없이 써내려 갔다. 그렇게 써도 상황은 바뀌는게 없었지만, 내게 살아갈 힘을 주었다.
그 때 알게 됐다. 내가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나와 대화를 해야한다는 것을. 그렇게 생존으로서의 첫 기록이 대학교 입학과 함께 마무리됐다.
스펙쌓기에 미쳐있던 대학교 3학년 어느날, 한 친구를 만났다. 같이 자원봉사를 하던 친구였는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웬일인지 카페 음식 비용을 다 내주었다. 무슨 돈이 있냐며 반반 내자고 했는데, 블로그 협찬을 받아서 괜찮다고 했다. ‘블로그 협찬?’ 이건 또 어느 나라 이야기인가 싶었다. 그 친구는 본인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라 인플루언서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협찬을 받은 것인지 궁금했다. 비결은 블로그였고, 다녀온 맛집들을 하나 둘씩 올리다 보니 협찬을 받게 됐다고 했다.
그걸 들은 직후 나는 2007년에 회원가입과 동시에 개설한 블로그에 다시 숨을 붙였다. 처음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그냥 정성을 다해 올렸다. 일주일에 1-2개씩 올리다보니 어느 순간 협찬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지나친 협찬 글로 내 블로그가 도배되는 게 싫어서 거의 4-50개당 1개꼴로만 받았다.
우연한 기회로 한 아트 페어 회사의 프리뷰 홍보 글 게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늘 하던 것처럼, 정성이 가득하게 작성했는데, 그 글을 대표님이 보시고는 마음에 든다며 인턴제의를 했다. 그냥 간간히 협찬 받으며 살고 있던 평범한 블로거였는데 인턴까지 할 수 있게 되다니, 기록과의 연이 참 신기했다.
블로그에 간간히 일기를 올리고 인스타그램에도 내 이야기를 올렸지만, 결국 가장 생생하게 순간을 추억할 수 있는 건 영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교친구들과의 일상, 여행 등 다양한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 모든 일상을 일기,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기록하다 보니 하루가 너무 짧았다. 나를 위해 시작한 기록이었는데, 기록을 위한 기록이 되어버렸다. 지나친 기록은 오히려 독이라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는 나의 여력에 맞춰 기록을 하기로 했다.
기록은 나를 살리기도 하고, 밥을 먹여주기도 하고, 때론 벅찬 존재가 되어줬다. 무엇이 됐든 지금까지 나의 삶을 영위하게 해주는 가장 큰 존재는 기록이다. 힘들 때도 기록하고, 기쁠 때도 기록하고, 돌아보고 싶을 때도 그 때 그 때의 기록들을 펼쳐보며 위안에 잠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냄새 짙은 사람이 참 좋다. 수많은 인간 군상 중 한 명의 느낌이 아니라, 딱 그 사람이 온전히 느껴지는게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나도 궁극적으로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이 기록들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록은 언제나 삶의 방향을 잡아준다. 나의 취향은 이렇게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기록을 끊임없이 했던 이유 중 하나는, 결국 나를 찾기 위해서였다. 나는 지금 어떤 위치에 서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도 모르게 내 고민을 꽁꽁 숨겨두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한 바탕 기록을 하고 나면, ‘아, 나 이런 사람이었지’,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해서 그렇게 답답했던거구나’ 싶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기록의 큰 묘미가 나를 알 수 있다는 행위인데, 다른 방법으로도 나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니 “나를 찾는 여행”이 관심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테이블 토크, 자랑타임, 감사타임, 가치관 찾기 등 다양한 구성으로 나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온전히 보내보고 싶다면, “나를 찾는 여행”에 동참해보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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