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 인터뷰 : 남의집 와인소셜 with 감성다이닝 두리와인
요즘 내추럴 와인, 와인바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전보다는 와인이 우리에게 친숙해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내가 소주는 전문이지~’ 할 만큼 당당하게 ‘와인은 내가 전문이지~’라고 말하는 사람은 보기가 어려운 것 같다. 소주가 전문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과연 소주가 전문일까? 잘 즐긴다는 걸 이렇게 나타내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
남의집에서 와인소셜 모임을 진행하는 호스트 두리와인은 모두가 와인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느끼는 것을 잘 표현해 내기만 하면 된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16개월 된 강아지 두리와 함께하는 와인 소셜 다이닝을 맡고 있는 두리와인 입니다. 두리와인은 소중한 강아지 두리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랑스럽게 남아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된 소셜 다이닝이에요.
기본 진행을 맡고 있는 제가 대표로 소개를 간단히 해보면, 저는 호텔경영학과를 전공했고, 양식조리사, 소믈리에 자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2022년 9월 30일 회사 생활졸업 이후에는 CJ 푸드빌 - 아고다 - 요기요 등 다양한 회사를 다니다, 2022년 9월 30일 오늘의 집을 끝으로 회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저의 부캐로 삼았던 두리와인에 본격적으로 전념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에서 와인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는데요. 다른 술보다 숙취가 없어서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었어요. 와인에서 느껴지는 풍성한 향기들이 마치 술을 마시지만 향수를 마시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좋아하게 됐어요.
제가 와인은 주량이 센 편인데요. 그게 학교를 다닐 때 도움이 많이 됐고, 다양한 것을 많이 먹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요. 그러다가 후각이 예민하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이게 와인 배우는데 큰 도움이 됐죠.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어요. 첫 번째는 객관적으로 와인 냄새를 맡았을 때 여러 가지 향들을 생각해 내고 그 향을 잘 기억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바닐라 향과 버터리한 향을 정확히 구분해 내는 건 어렵거든요. 두 번째는 표현력의 차이예요. 시음 후에 단순히 달다고 얘기하는 것보다, 하루 지난 꿀물 같다고 말하는 건 큰 차이가 있어요. 와인은 살아있는 술이라서 어떤 향이 나는지 찾아내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와인에 더 빠졌던 것 같아요.
와인은 살아있는 술이다 보니, 만든 이의 손길과 ‘떼루아’라고 부르는 자연의 요소, 그외의 여러 요소들에 의해 수천 가지 맛으로 변할 수 있는데요. 와인을 마시는 순간마다 이러한 부분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똑같은 포도 품종으로 같은 지역에서 만든 와인일지라도 다양한 얼굴을 가진 술이라는 부분에서 흥미로웠죠. 그리고 여러 명이 똑같은 와인을 같은 시간에 먹더라도 각자가 가진 세월과 경험에 따라 느끼는 게 다른 것도 와인을 재밌게 만들어 주었어요.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와인 본연의 맛을 이끌어내는 것, 두 번째는 맛있게 마시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매뉴얼적으로는 와인을 1시간 전에 따는게 좋아요. 와인을 오픈한 직후 바로 마시는 것과 개봉한 후에 충분히 맛이 열릴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마시는 것은 다르거든요. 이후 따를 때는 최대한 에어레이터 등을 이용해 가늘게 따르면서 공기와 최대한 만나게 한 후, 스월링을 충분히 하고 마시는 게 좋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음식과 마시는 방식이 제일 맛있어요. 와인은 기억의 술이거든요. 예를 들어 이벤트로 5성급 호텔에 당첨돼서 그 호텔에 갔는데 와인을 깜빡하고 못 산거예요. 그래서 편의점에서 제일 싼 와인을 갖고 먹어도, 그 와인이 맛있게 느껴져요. 근데 회사에서 막 엄청 깨지고 집에 오는 길에 사온 와인을 머그컵에 따라 먹게 되면 맛이 안좋을 수 있죠.
그만큼 와인은 시간과 때가 정말 중요해요. 와인 모임에 오셨던 분들에게 어떤 와인을 제일 좋아하는지 물어보면 90%가 때와 장소를 말해요. 아무도 “2020년산 피노가 제일 좋아요” 이렇게 말하지 않아요. “얼마 전에 한남동에 갔는데”, “친구와 오이스터 바에 갔는데” 이런 식으로 누구와 어디서 먹었는지 경험을 말하는 거죠.
옛날엔 확고한 취향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와인 하나하나가 사람 같다보니 그래서 뭐 하나 싫다, 좋다 하기가 어려워요. 예를 들어 어느 날은 모스카토의 달달함이 부담스러웠는데, 어떤 날은 그 달달한 꽃향기가 은은하고 기분 좋게 다가와요.
그래도 계속 손이 가는 와인을 말하자면, 레드와인에서는 ‘피노누아’를 제일 좋아해요. 화이트 와인에서는 ‘게뷔르츠트라미너’라는 품종이 있는데, 꽃다발을 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화사한 품종이에요. 낮은 산도에 풍부한 향기가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와인은 공부의 끝이 없는 학문이다 보니,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 매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생겨나고 있어요. 그래서 매 순간마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게 어려운 점이 될 수는 있지만 그만큼 게스트분들과 매달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모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만큼 매력적인 콘텐츠는 없다고 생각해요.
일단 제가 와인을 좋아하고, 와인에 미쳐사는 삶을 살고 있다 보니 일상이 다 영감이에요. 11월 남의집 모임이었던 ‘영화 SIDEWAY와 함께하는 와인 소셜 다이닝’은 ‘SIDEWAY 와인’을 구하면서 시작하게 됐어요. ‘저 와인의 모티브가 됐던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고민하다가 영화를 보게 됐고, 이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느낌으로 모임을 이끌어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꾸려보았어요. 실제로 게스트분들이 영화 속 주인공들이 와인을 마실 때마다 같이 마시며 즐기시는 모습이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이 밖에도, 해외여행 컨셉 때나 나라별 컨셉을 할 땐 현지 음식과 한식을 퓨전 해서 내어 드리기도 했어요. 12월엔 오마카세, 내년 3월에는 벚꽃을 주제로 모임을 열어볼 생각이에요. 매달 컨셉이 바뀌어서 그런지 벌써 10번 넘게 방문해 주신 게스트분들도 계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 공간에 오시는 모든 분들이 일상에서 벗어나는 특별한 경험을 하셨으면 해요. 그렇게 하기 위해 컨셉에 대한 공부는 물론 매달 거의 150병 정도 되는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있어요.
비싼 와인을 먹으면 와인을 잘 알고, 싼 와인을 먹으면 와인을 잘 모른다는 편견을 깨 드리고자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을 모임에서 준비하고 있어요. 공통점은 모두 맛있는 와인이라는 점이고, MBTI처럼 각자의 특성이 잘 드러나면서 나름의 히스토리를 가졌다는 점이에요.
회사를 다니면 다닐수록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제가 전공으로 했고 좋아했던 와인이 그리워져서, 와인 클래스를 방문했어요. 막상 방문해 보니까 와인에 대해서 일방적인 정보만을 전달하거나, 와인을 매개체로 만남에 포커싱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와인에 대한 문화를 공유하는 방식과 와인을 어렵게만 생각하는 인식을 바꾸고 싶어서 부캐로 와인 소셜 다이닝을 열게 되었어요.
와인은 ‘이건 이런 향이다, 맛이다’로 먼저 정의를 내려버리게 되면 그 단어에 갇히게 돼요. 그래서 레이블과 가격 등 모든 부분을 가리고 순수하게 나만의 취향을 찾을 수 있는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기획하게 되었죠. 참석해주신 게스트분들의 저녁시간이 좀 더 풍성하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직접 개발한 레시피들을 선보이는 식으로 진행을 했고, 202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과 코스요리를 함께 진행하는 모임을 열었어요. 그 이후로 지금까지 매달 다른 컨셉의 메뉴와 주제로 모임을 진행하고 있어요.
항상 적극적으로 모임에 임하세요. 그 모습은 제가 열정적으로 모임을 진행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돼요. 더불어 와인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을 해주시지만, 두리와인에 대해서,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많이 궁금해해주세요. 그 부분에서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시간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 더욱 따뜻한 감성을 만들어 내는 시간으로 느껴지는데 남의집 모임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하는 동안, 남들의 시선이 아닌 나 자신이 느끼는 감각에만 집중하는 것이죠. 또한 이 경험을 어떻게 느끼는지 집중하다 보면 나만의 취향을 더욱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직장 생활을 할 때 즈음, 퇴사를 하고 1년간 저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어요. 그때 그 시간 덕분에 저라는 사람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어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려볼게요. 저의 경우는 처음부터 관심사가 와인이었다기 보다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접했던 게 시작이었어요. 항상 맛있는 음식을 먹는 영화 속엔 늘 와인이 곁들여진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그 느낌이 궁금했고, 우연히 프랑스에서는 ‘와인을 음식처럼 먹는다’라는 말을 듣게 됐는데, 이 말에 꽂혔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요리를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와인을 배워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와인은 종류가 많잖아요. 그래서 누군가 한 명이 ‘나 와인 안 좋아해’라고 해도, 그 사람에게 맞는 종류가 분명히 하나쯤은 있을 거거든요. 그래서 와인의 이러한 다채로운 면이 되게 흥미로웠어요. 그렇게 음식과 와인을 늘 곁들여 먹다 보니까 저도 와인 따로, 요리 따로가 아닌 와인과 요리를 하나의 세트처럼 좋아하게 되었어요.
제가 CS를 계속 오래 하다 보니까, 사람을 만날 때는 무조건 긍정적으로 대해야 하는 강박이 있었어요. 그런 저로 오래 살다 보니까 어느 순간 저는 없더라고요. 제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여행 다니면서 다양한 것을 경험하며 진짜 많이 물었어요. 정말 간단하게는 ‘넌 뭘 좋아하니?’ 같은 질문 말이에요. 그러면서 저에 대한 질문 데이터를 계속 만들어갔어요. 이걸 1년 동안 하다 보니까 제가 정확히 뭘 잘하고, 뭘 못하고, 못할 때는 어떻게 행동하고 이런 식의 자아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더라고요. 여담이지만, 이때 이후에 원하는 회사에도 수월하게 이직을 했어요. 누구보다 제가 저를 잘 아니까, 면접에서도 제 자신을 온전히 잘 소개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어떤 것을 좋아하세요? 취향과 취미가 있으세요?라는 질문에 보통 당황하시거나 나는 이런 것을 좋아한다고 명확하게 말하기가 어려웠던 경험이 있으셨을 거예요. 물론 저 또한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알아나가는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다만 자신의 취향이란 정말 다양하고 수많은 종류가 있는 와인처럼 정해진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정답이 없는 만큼 더욱더 과감하게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두리와인 호스트님 남의집 모임 보기 > https://bit.ly/3jAzks0
내 취향으로 모임을 열고 싶다면, 호스트가 되어보세요! > https://bit.ly/3I0UY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