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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의집 Jan 12. 2023

사랑하는 것이 취향인 사람의 이야기

호스트 인터뷰 : 남의집 사랑이 뭘까, 묻고 싶은 밤 레터룸님

 남의집 호스트들과 인터뷰를 해보며 발견한 공통점은 취향 속에 ‘각자의 모습’이 있다는 점이었다. 누군가는 티라미수, 누군가는 와인이 그 자리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스스로를 보여준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오늘의 인터뷰 대상자는 사랑하는 것이 취향이다.


사람의 삶은 사랑에서 시작해서 사랑에서 끝이 난다. 가끔은 열렬히 사랑하는 대상이 있어야만 사랑을 한다는 착각을 하곤 하는데, 사랑이라는 단어가 너무 익숙해진 탓이 아닐까 싶다. 삶을 살아가며 사랑을 주제로 글을 쓰고, 모임을 개최하며 이 익숙함을 조금은 유난하게 챙기는 호스트 새봄님을 만나고 왔다.


남의집 호스트 새봄

삶과 사람, 그리고 사랑에 대해 매일 쓰는 에세이 작가. 행원, 공방 운영 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해왔지만, 지금은 창덕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안국역 갤러리 레터룸을 운영하며, 사랑에 대한 글과 대화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사람의 삶이란 내내 사랑하는 것

사랑이라는 무형의 가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한글을 처음 혼자 읽을 수 있게 되었던 다섯 살 무렵부터 일기, 편지 쓰기를 좋아했어요. 좋아하는 것이기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같이 해올 수 있었죠. 어느 순간 돌아보니 저는 살아오는 내내 쓰고 읽고 쓰고 있었어요. '삶과 사람,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요. 사랑이라는 단어는 너무 익숙해서 별게 아닌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만큼 거대한 단어도 없다고 생각해요.


사랑이 언제 시작되어서 언제 끝날까요? 종종 듣는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하곤 합니다. 우리 각자의 사랑은, 탄생과 함께 시작되어 죽음과 함께 끝난다고요. 사람은 살아가는 내내 사랑하는 존재니까요. 사랑하지 않는 삶이란 과연 사람답게 살아있는 것일까요? 반드시 타인이 아니어도, 하는 일, 사는 공간, 읽는 책, 반려 식물, 무엇보다 영원히 헤어질 수 없는 자신까지. 사람의 삶이란 내내 사랑하는 것이니까요. 한 번뿐인 삶을 '잘'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쓰기 시작한 후로 그것은 '사랑'으로 귀결되고 말았다고 여겨지네요.

들어보니 사랑이 삶 속에 너무 익숙하게 자리해서 가끔은 제가 늘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잊기도 하는 것 같아요. 현재 가장 사랑하고 있는 대상이 있다면요?

사랑하는 것은 점점 많아지기만 합니다. 신기하죠. 아주 어릴 적엔 꿈을 이루면 꿈이 사라진다고 생각했고, 사랑은 하나의 파이라서 나눠주고 나면 남은 것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서른몇 해를 살아보니 전혀 달랐습니다. 꿈은 하나를 이루면 두개로 늘어났고, 사랑은 스르륵 흘러내리며 크기를 키워가는 유리창에 매달린 빗방울들처럼 확장되어갔어요. 사랑하는 것의 목록을 전부 이야기하려면 끝이 없을 거예요. 올해 새롭게 사랑하게 된 것들만 말해볼게요.'레터룸', 그리고 여기서 '함께 사랑을 이야기 한 사람들', 창밖으로 매일 내다보는 창덕궁의 사계절을 가장 사랑한 한 해였습니다.

레터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공간인가요?

두 가지 계기가 있었어요. 첫 번째는 여행 후 들었던 결심 때문이었어요. 퇴사 후에 제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기 위해 여행을 떠난 적이 있어요. 그 여행의 끝에서 반드시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결심을 갖고 돌아왔던 것 같아요.  근데 ‘이 행복을 과연 누가 나에게 이루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니, 그건 나 뿐이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게 해주고 싶어서 이런 공간을 열기로 결심했어요.


근데 사실 이전에, 아틀리에 봄이라는 그릇 페인팅 공방을 먼저 오픈했었어요. 즐거운 시간들이었지만, 공방은 예약하고 오시는 분들이랑만 만날 수 있어서 특유의 닫혀있는 느낌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세계를 확장하고 싶다는 갈망이 두 번째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지금의 레터룸이 시작됐어요.


나의 행복을 위해 누구보다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는 것 같아요. 이런 삶의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이 가장 많이 사랑했던 건 무엇일지 듣고 싶어요. 

글이나 편지를 쓰는 일. 이런 것들을 사랑해요. 그러나 가장 사랑하는 건 당연하게도 나 자신이에요. 앞으로도 가장 많이 사랑할 거고요. 그래서 그런지 ‘쓰는 나’의 모습에 굉장한 애착이 있어요.


그리고 사랑에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나라는 사람이 되고 싶은 모습과 살고 싶은 삶을 위해 가능한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요. 생은 단 한 번뿐이고, 그 선물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습니다.

나를 가장 많이 사랑했던 순간이 있나요?

온전히 제가 선택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나를 사랑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20대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사실은 우리 생각보다 자아가 성숙한 상태가 아니에요. 내가 선택했던 것보다는, 그때까지 주어졌던 거, 배웠던 거, 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사실 내가 좋아서 선택했다는 것도 100% 내 선택이 아닌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아요.


저 또한 소위 말하는 모범생처럼 부모님이 좋다고 한 거 하라고 한 거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았던 사람이라 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런 시절을 끝내면서 어떻게 보면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거나, 세상이 좋다고 나한테 알려줬던 거 말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를 생각하기 시작하니까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불안하고 두렵고 가본 적 없는 길이기 때문에 무서운데도 불구하고 그걸 선택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저를 사랑할 수 있게 됐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내가 온전히 100% 내 욕구와 욕망과 생각으로 선택해도 그게 틀리지 않는다는 걸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거잖아요.


나조차도 싫을 때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랬던 적은 없었을까요?

제가 한 선택이 좋지 않은 결과를 갖고 왔을 때,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려웠어요. 한 편으로는 ‘그 순간에는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으니까’라는 생각을 해요. 단지 예상하지 못한 여러 가지 변수 때문에 결과가 안 좋게 나왔을 뿐인 거죠. 그래서 이번에는 아쉬웠지만 다음에 다시 잘 해보자고 다독여주고 다른 계획을 세워요. 그런 과정에서 제가 되게 기특해지는데,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겪어보니까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뻔한 말이긴 하지만, 실패를 맛보고 그 순간들을 통과하면서 깨닫는 것도 많아요. 저 같은 경우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실망하고 상처받는게 두려워서 기대를 안 했는데, 지금은 기대할 수 있을 때 한 껏 기대하기도 해요. 그만큼 시도를 했다는 뜻이니까요. 이 과정에서, 단점을 상쇄하려고 노력하는 것 보다 장점을 부각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도 배웠어요.

남의집 모임에서는 30대의 사랑을 다루고 있어요. 30대가 경험하는 사랑의 다른 점이 있나요?

이 질문으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우리가 함께 내린 결론은 '사랑은 다르지 않다'입니다. 그러나 '20대의 나와 30대의 내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런 착각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해요. 사실 사랑은 그대로인데 우리의 삶과 숫자를 더한 만큼 자신이 더 달라졌을 거예요. 더 많아진 경험, 역할, 그런것들이 우리를 자라게 했으니까요.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함께 나눈 이야기들 속에서 공통적으로 나왔던 답은 두 개예요. 좋은 점은 성숙해졌다는 것. 아쉬운 점은 그만큼 겁이 많아졌다는 것. 변한다는 것은 나쁘지 않아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도 다를텐데요. 단지 조금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고 그만큼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사람이 모여 그런 답을 내려봤다는 과정이 흥미로워요. 함께 사랑을 이야기 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을까요?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사유했던 경험이 있는 분들이에요. 왜냐하면 한 가지 주제로 2시간 넘게 이야기를 하려면 적어도 그것에 있어서 수십 번은 고민해 봐야지 가능한 일인 거거든요.


정말 의외인 건 남자분들이 많이 오세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여자들은 그래도 친구들이랑 대화하면서 많이 풀잖아요. 근데 남성분들은 대화로 풀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누가 헤어지면 “야 마셔, 여자는 많아” 이런 쿨한? 방식이더라고요. 사실 이것도 이런 대로의 위안이 되지만, 그 마음에 대해 솔직하게 터놓을 수 있는 환경이 여자분들보다 적은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모임에 많은 남자분들이 오시는 게 아닌가 했습니다.


당신의 취향을 찾아드립니다

나만의 취향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라는 존재에 대해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고 시간을 들여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린 '나'에게 너무 익숙해서 타인만큼 세심하게 스스로를 관찰하지 않거든요. 의식적으로 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사소한 특징들을 발견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맛이나 멋, 기분, 감정, 표정, 관계, 삶의 전반에서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는지 천천히 알아가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나에 대해 잘 알기 위해서는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사랑에 빠졌을 때, 그 사람에 대해 모든 것이 알고 싶지 않았나요? 아침엔 몇 시에 일어나는지, 겨울이면 어떤 색의 니트를 자주 입는지, 커피는 어떤 걸 마시는지. 출근길에 듣는 음악은 무엇인지, 인생 책 한 권이 있는지. 혼자 있을 땐 뭘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그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해보세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상상하며 질문해 보세요. 거울 속의 익숙한 나를 낯설게 바라보기, 한 번쯤 해보면 어떨까요?

취향을 찾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에게.

'취향'이라는 단어에 너무 압도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나만의 취향이란 참 멋스러운 말이지만, 꼭 그런 게 없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하루의 찰나, 어떤 순간에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그 지점을 붙잡아보세요. 그런 찰나를 하나씩 모아가다 보면, 점을 이어 선을 만들어가듯 당신만의 취향이 자연스럽게 그려질 테니까요.


· 새봄 호스트님 남의집 모임 보기 > http://bit.ly/3ZwBcmk


· 내 취향으로 모임을 열고 싶다면, 호스트가 되어보세요! > https://bit.ly/3QwTO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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