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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의집 Feb 17. 2023

우연히 만난 전통주, 운명이 되다.

호스트 인터뷰 : 남의집 전통주 매력에 빠져보실래요? 오보강님

나의 삶 전반에 녹아든 취향을 찾아내 그 취향으로 본인을 알리는 사람도 있지만, 나를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써 취향을 찾아 나선 사람도 있다. 셀프 브랜딩을 위한 수단으로 찾아 나선 아이템이었을 뿐인데, 완벽한 취향이 되었다. 먹고사는 문제로 운명 같은 취향을 만났지만, 결국에는 마음이 동했던 것.


전통주의 매력에 빠져, 3개월 만에 바로 본인의 이름을 상호로 건 전통주 바를 차린 오보강 호스트님의 얘기를 들어보고 왔다.


남의집 호스트 오보강

한남동 우사단로라는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장소에서 전통주 바를 운영하고 있는 전통주 소믈리에. 남의집에서 <전통주 매력에 빠져보실래요?>, <전통주 소믈리에 실생활편> 두 개의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업을 위해서 만나게 된 전통주, 취향이 되다.

전통주에 처음 빠지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를 브랜딩 하기 위한 수단으로 막연히 가게를 차리고 싶었는데, 아이템을 찾던 중에 발견하게 된 게 전통주였어요.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우연히 술집에서 전통주를 접하게 되었는데 제 취향이더라고요. 딱 ‘이거다!’ 싶었죠. 유명하고 예쁜 바들은 이미 너무 많아서 제게는 블루오션이 필요했는데 당시에는 전통주 바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전통주에 빠지게 됐고, 가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SNS나 유튜브로도 브랜딩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왜 가게를 열게 됐나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제가 일단 부딪히고 배우는 성향이 있어요. 무자본으로 브랜딩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매번 실패했었거든요. 제가 특기나 매력이 엄청 뛰어난 게 아니다 보니 콘셉트 있는 저만의 가게를 차리는 게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실행력이 강한 편이라 망할 거라는 생각보다는 ‘한 번 사는 인생,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근데 막상 차려보니까 빚이 많아지고, 손님이 없으니 불안해져서 열심히 안 하면 인생이 망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노력하다 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요즘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다른 술과 비교해서 전통주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전통주는 우리나라 가양주 문화를 계승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종류가 다양한 것은 물론, 집집마다 자신만의 비법이 있어요. 쌀과 누룩을 이용해서 만드는 전통방식이다 보니 계절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고 다양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에요.


전통주에는 각종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워요. 다른 술을 다루시는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술을 빚는 분들은 다들 자부심이 엄청나세요. 본인들만의 독특한 비법도 다들 갖고 계시고요. 직접 양조장에 가보며 전통주를 발전시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계신 분들의 모습을 직접 보다 보니 저도 이 스토리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술을 빚는 분들의 모습을 직접 보면 전통주의 매력에 더 빠져들 것 같네요. 전통주에 대한 공부도 현장에서부터 시작하셨을까요?

맞아요. 막상 전통주 바를 오픈했지만, 양조장에 갈 기회는 쉽게 마련하지 못했는데요. 운이 좋게 한 양조장 대표님의 아드님이 손님으로 오셨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같이 얘기도 나누고 친해져서 양조장에 초대받아 다녀왔어요. 그때 직접 술을 빚으시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다양한 술도 먹고, 어떻게 빚는지에 대한 얘기도 듣고, 지식도 쌓을 수 있었어요.


전통주 공부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면요. 저는 창업을 준비하면서 공부를 했던 케이스여서 사실 처음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잘 몰랐어요. 무작정 서점에 가서 전통주와 관련된 서적을 봤는데, 대부분 다 옛날 감성이 짙은 술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어요.

그래서 선택했던 게 전통주 소믈리에 분들이 계신 전통주 판매점에 가서 술을 마시는 거였어요. 그냥 술집에 가면 술만 주지, 다른 얘기는 안 해주거든요. 그런데 소믈리에 분들이 하는 곳에 가면 술 하나하나마다 설명을 해주셔서 재밌게 마시면서 알아갈 수 있었죠.

다양한 경로로 전통주에 대해 알아가셨는데, 특별히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개업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사람 한 명도 안 오고, 이대로 망하겠구나 하던 때였는데 뉴욕에서 한국으로 오신 분들이 저희 가게를 방문해 주셨어요.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돌아오신 분들이었는데, 전통주를 너무 좋아하셔서 서울에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라고 하셨어요. 근데 여기가 새로 생겼다고 해서 오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감사한 마음으로 이런저런 대화를 했는데, 전통주 전문가시더라고요. 오히려 역으로 엄청 배웠어요. 요즘 트렌드의 술들도 많이 추천해 주셔서, 말씀해 주셨던 술을 다 발주했어요. 지금은 정기적으로 전통주 리스트업을 바꾸는 추세라 그때의 술은 몇 종류밖에 안 남아있지만, 당시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전통주에도 종류가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떤 식으로 분류가 되어있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크게 보면 민속주와 지역 특산주로 분류할 수 있어요. 민속주는 우리나라에서 지정한 무형문화재나 식품명인 분들께서 만든 전통성 있는 술이고요. 지역 특산주는 그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이용하여 해당 지역 양조장에서 만든 각종 술이에요. 이 전통주들은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 통신판매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어서 인터넷으로도 구매가 가능하답니다. 그 종류는 약 2000종류가 넘어간다고 하니까 궁금하시면 가볍게 시도해 보셔도 좋아요.


주세법과 재료, 만드는 방식에 따라 좀 더 세세하게 구분해보면 탁주, 약주, 증류주, 과실주, 리큐르, 기타 주류 이 정도로 크게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복잡하고 세세한 부분은 빼고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우선 발효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보통 술을 만들 때는 대부분 쌀과 누룩을 이용해 발효시켜 만드는데요. 이때 침전물이 생기면서 발효주에 층이 생겨요. 이 발효주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술의 특성이 달라져요.


탁주는 맑은 술을 떠내지 않고 그대로 짜서 만들기 때문에 탁해져요. 우리가 흔히 먹는 막걸리가 바로 탁주죠. 탁주의 다른 이름인 막걸리는 ‘지금 막 거른 신선한 술’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기도 해요. 약주의 경우에는 침전물은 사용하지 않고, 그 위에 뜬 맑은 술만 걸러내요. 그래서 맑을 청(淸)자를 사용하여 청주라고도 불렸고, 옛날엔 술이 귀하고 약으로도 먹었기 때문에 약주로도 불렸대요.


증류주는 약주를 끓여서 증류법을 통해 만든 소주를 뜻해요. 보통 35~45도 정도의 도수로 나오고 희석식 소주보다 맛이 부드럽고 풍미가 풍부한 게 특징이에요. 리큐르와 과실주는 앞서 말한 술들과는 약간 다른데요. 리큐르는 술에 각종 인공적인 당과 맛을 첨가해 만든 것이고, 과실주는 쌀과 누룩이 아닌 과실을 발효시켜 만든 술들이에요.

전통주는 분류하는 데에도 많은 얘기가 담긴 것 같아요. 오보강이 있기까지 얽힌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처럼요. 이 이야기들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진 전통주가 궁금해요.

 추사 김정희를 기리는 마음으로 만든 술인 추사 40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로웠어요. 이 술의 겉면에 그려진 세한도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거든요. 세한도는 조선 후기 학자 추사 김정희가 그린 그림이에요. 선비가 그린 문인화의 대표작으로 인정받아 국보로 지정되었죠.


추사 김정희는 부유한 양반집에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 선비였는데, 워낙 머리가 뛰어나다 보니 자연스레 조선 최고의 학자로 자리를 잡게 돼요. 그런데 중년에 들어서 정치판에 얽혀 제주도로 유배를 가게 되고, 그 유배생활을 견디기 힘들어했다고 전해져요.


그중에서도 유배 생활 중 자신과 알고 지낸 사람들과 대부분 연이 끊어져 더 힘들어했던 김정희였지만, 유배를 하러 가기 전이나 후에나 변함없이 자신을 생각해 주는 제자 이상적에게 감사했다고 해요. 그래서 그 마음을 담아 보낸 선물이 바로 ‘세한도’예요. ‘오래도록 서로를 잊지 말자’라는 문구와 함께 전한 이 그림에 담긴 이야기가 너무 와닿았던 것 같아요. 


남의집에서 모임하는 이야기.

어떤 주제로 모임을 진행하고 계세요?

다양한 전통주와 페어링 안주 코스요리를 통해 본인에게 맞는 술 취향을 찾아주고 있어요. 분위기 있는 야경을 바라보며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다 보니 반응이 좋아요. 앞으로 남의집에서 좀 더 다양하고 독특한 프로그램들을 더 오픈해 볼 생각이에요.

예약 손님과 남의집 게스트의 다른 점이 있을까요?

남의집을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제가 이 바를 열어야겠다고 다짐했을 때 한 신념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저라는 사람을 알고 싶어서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보니까 마음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게 좋았고, 당연히 훨씬 더 반응이 좋았어요. 금액대는 사실 비슷한데, 제가 얻어 가는 감동은 남의집 할 때가 굉장히 크죠.


제 프로그램은 매번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그에 맞는 전통주를 내오는 게 특징이라서 여러 번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전통주에 대해 제대로, 재밌게 맛있는 음식들과 즐겨보고 싶으시다면 남의집을 통해 오시는 걸 추천드려요.


당신의 취향을 찾아드립니다

나만의 취향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을 먼저 들여다보는 일이에요. 자기 자신이 뭘 진짜로 좋아하는지 어떤 걸 싫어하는지 , 어떤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지 알아가는 게 중요하죠.


저는 살롱문화를 되게 좋아해요. 살롱문화는 제가 서울 올라와서 접한 흥미로운 경험이었는데, 매우 여러 가지 주제를 매우 깊게 파고들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의 주장과 가치관이 더 확실하게 확립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그 생각들을 글로 정리해보면 조금 더 나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되고 가치관이 잘 잡혀서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돼 가는 것 같아요. 이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걱정하고 반대했던 오보강도, 오보강의 취향도 자리를 잡았죠.

취향을 찾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에게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여행을 가든지, 의견을 나누든지 내 마음대로 안 돼도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취향을 찾는 것에, 본인의 색깔이 없다는 생각에 급급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과정이 어려워도, 의지와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믿음을 갖고 계속 찾아가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평소에 유튜브에서 자기 계발이나 동기부여 콘텐츠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이런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는데, 한 번은 40-50대가 넘은 나이에 빛을 발해 수상하신 배우분들의 수상소감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본인이 하고 싶은 걸 묵묵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알아주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있는 길을 간다는 생각보다는 본인의 길을 만들어 간다는 생각을 가지시면 조금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가는 건 너무 재미가 없잖아요? 뻔하고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경험을 반드시 해보시길 바랄게요.


· 오보강 호스트님 남의집 모임 보기 > https://bit.ly/3xrWTXZ


· 내 취향으로 모임을 열고 싶다면, 호스트가 되어보세요! > https://bit.ly/3jZQv7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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