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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의집 Dec 01. 2022

나의 취향인 산책생활의 자초지종

남의집 취향기록가의 취향_산책생활의 멋과 맛과 기쁨

들어가며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발로 걸어가는 인간은 모든 감각기관의 모공을 활짝 열어주는 능동적 형식의 명상으로 빠져든다. 그 명상에서 돌아올 때면 가끔 사람이 달라져서 당장의 삶을 지배하는 다급한 일에 매달리기보다는 시간을 그윽하게 즐기는 경향을 보인다. 걷는다는 것은 잠시 동안 혹은 오랫동안 자신의 몸으로 사는 것이다.”
- 걷기예찬, 다비드 르 브르통


아 나는 어쩌자고 산책에 대해 쓰기로 했는가. 걸으며 주변을 살피는 일. 모든 사람이 일상에서 하고 있기에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소박한 취미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나의 정체성의 큰 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한 마디 보태려니 막막하기만 하다. 고민하다 앞서 산책에 대해 깊이 고민한 지혜로운 이의 말을 찾았다.


그러다 발견한 짧은 글 하나. 길게 늘어놓을 말속에 내가 하고 싶은 거의 모든 말이 담겨있다. 수많은 걷기의 시간 동안 어렴풋이 떠올리고 느꼈던 바가 놀랍도록 구체적으로. 저 멀리에서 조금 다른 시간을 살았을 누군가와 이렇게나 비슷한 감각을 느꼈다니 놀랍다. 수많은 사람이 느껴왔고 느끼고 있을 산책의 감각이 내게는 어떤 경험으로 쌓여있을까.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고민을 빙자한 주저리주저리, 의식의 흐름은 여기까지. 지금부터 나의 산책생활에 대해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멈칫멈칫 두릿두릿 조잘조잘 산책생활

어쩐지 쓸쓸하고 허전할 때, 복작복작한 마음과 머릿속을 비워내고 싶을 때, 산뜻한 공기가 그리울 때, 다른 풍경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하고 싶을 때. 지금 하는 생각의 끝까지 다다르고 싶을 때. 그게 무엇이든 지금이 아닌 다른 시간이 필요할 때. 일단 문밖으로 나선다. 밖을 나서자고 마음먹으면, 수많은 목적지가 떠오른다. 허기진 속과 마음을 채우러 시장으로 향하기도, 머릿속 생각을 정리해 줄 말을 찾아 서점으로 향하기도, 생각을 비워내기 위해 오늘의 트랙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가고 싶은 장소와 하고 싶은 일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무얼 하더라도 과정의 일부를 산책으로 채울 수 있다. 어딘가로 향하던지 그 과정에는 움직임이 있기 마련이고, 잠시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살피면 그때부터 산책이 시작된다. 목적지만을 향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경로를 따라 향하는 이동의 과정에, 여유를 더하고 주변을 살피는 시선이 더해지면 그때부터는 걸음걸음이 산책이 된다. 속도가 달라졌을 뿐인데, 효율이 빠진 자리에 자유와 발견이 채워진다. 시선 따라 발길 따라 걷는 걸음을 따라 마음을 채우고 동시에 비워진다.


주어진 시간의 틈을 밀도 있게 채우고 싶은 날, 살아있음을 가득 느끼고 싶은 날. 그런 날은 평소보다 비장하게 동네 산책을 준비한다. 지도 앱을 켜서 저장해둔 장소들을 쓱 훑어보고,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을 뒤적거리며 가고 싶은 장소를 찾는다. 다시 지도 앱에 들어와 장소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지도를 줌인-줌아웃하며 주변 거리를 탐색한다. 가보지 않은 마을, 정차해보지 않은 역, 여러 차례 보았던 지역명을 발견하면 더 유심히 살핀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작지만 근사한 동네 여행 지도 하나가 완성된다. 자 이제 지도를 보고 떠난다. 여행 지도가 나의 지도가 되는 건 지금부터다. 계획에 따라 목적지로 향하다 보면 눈길이 가는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한다. 인터넷으로는 다 알 수 없었던 스팟을 발견한다. 이곳을 다시 찾아올 이유가 생겨버렸다. 어쩔 수 없다. 다시 와 걸어야겠다.


나가며

숨 쉬듯 자연스러운 걷는 행위, 거기에 여유를 더하면 곧장 산책이 시작된다. 일상적이고 단순하기에 특별하다고 여기지 않지만, 그렇기에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틈틈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 문밖에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취향기록가 ‘지혜’가 추천하는

남의집 모임_서울 옛 동네에 작은 집짓기

오래된 동네 골목길 구석구석을 살피는 일은 유난히 즐겁다. 이웃 주민분들이 담소를 나누는 자리가 되어주는 오래된 의자들, 그 옆으로 바짝 말려지고 있는 야채 바구니, 벌어진 틈 사이로 자라는 풀꽃, 누군가 정성스레 가꾸는 작은 화단까지. 손길이 닿고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흔적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래된 동네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옛 동네로 작은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한양도성 성곽이 보이는 고즈넉한 풍경에, 얼핏 들으면 어울리지 않을 듯한 도시 한옥, 오래된 오락실, 신점집, 모던한 카페가 이어지는 거리가 있다. 골목을 걷다 보면 아담하지만 정성스레 지어진 집 한 채가 눈에 띈다. 따뜻하면서도 다채로운 동네 분위기에 반한 호스트가 동네에 터를 잡아 지은 집이다. 그 집에 둘러앉아 동네를 만나고 집을 지어 살아가는 오늘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걷다가 만난 동네를 매일의 풍경으로 만들 어떤 날을 기다리면서.


남의집 보러 가기 > bit.ly/3X8vsOo



덧. 산책의 장면

하나. 골목

1. 삼각지의 작고 촘촘한 골목 2. 재개발을 앞두고 비워진 예지동 카메라 골목.

둘. 자리

3. 가을 볕 맞으며 읽고 마시는 포근한 쉼터 4. 나란히 나란히. 장비 주차장이자, 일을 시작하고 마치는 장소.

셋. 계절

5. 쨍한 어느 여름날 초록을 가득 비추는 창 6. 언덕을 올라오니 라임과 레몬이 반겨주네
7. 가을의 색, 하나 8. 가을의 색, 둘

넷. 메시지

9.주거 이슈를 나누는 커뮤니티 공간인 청신호 명동의 건물 주차장, 우리 한번 상상해볼까요? 10. 성수동 어느 골목길, HOPE 씨익!
11. 신당시장의 채소과일 가게 한켠, 아마도 군고구마에 진심인 듯한 사장님의 멘트 12. 간판대신에 이 길을 지나는 사람에게 전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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