純爺의 斷想 [제1화] 고드름
평생을 대기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숫자로 증명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60세 정년퇴직 후, 비로소 경전을 다시 펼치며 깨달은 것은 우리가 움켜쥐려 했던 그 단단한 것들이 사실은 찰나의 인연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추운 겨울 아침, 집 앞 처마 밑에 서서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비로소 마음의 여백을 마주해 봅니다.
어느덧 겨울의 한복판, 걷다가 처마 끝에 매달린 투명한 고드름을 봅니다. 밤새 매서운 추위가 빚어놓은 그 단단한 얼음이 따스한 햇살을 만나니 조금씩 자신을 녹여 '똑똑똑' 소리를 냅니다. 고드름 끝에 맺혀 떨어지는 물방울 속에는 온 우주의 햇살이 응축되어 보석처럼 빛납니다. 사라짐으로써 비로소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역설적인 풍경입니다.
고드름이 물방울로 변하는 찰나 속에는 천태학의 핵심인 공(空)·가(假)·중(中)의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잠시 머무는 고드름의 형체는가제(假諦)이며, 햇살에 녹아 실체가 없음을 드러내는 성질은 공제(空諦)입니다. 그리고 그 녹아내리는 찰나에 찬란하게 빛나는 물방울의 모습은 공과 가가 하나로 어우러진 중제(中諦)이자 중도실상(中道實相)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 빛나는 물방울 같은 존재들입니다.
일요일 아침의 짧은 만남 한 주를 차분히 정리하고 새로운 내일을 그려보는 일요일 오전 10시, 늦은 아침의 여유 속에 [순야의 단상]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의 쉼표를 찍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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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며, 한 주의 시작과 끝이 모두 평온하시길 기원합니다. 몸도 마음도 정갈하고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라며, 다음 주 일요일 아침에 맑은 향기를 담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