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있는 그대로 보이는가? 하나, 고드름

by 순야 착지

처마 끝 고드름에 머문 생각

純爺의 斷想 [제1화] 고드름

명상 노트

평생을 대기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숫자로 증명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60세 정년퇴직 후, 비로소 경전을 다시 펼치며 깨달은 것은 우리가 움켜쥐려 했던 그 단단한 것들이 사실은 찰나의 인연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추운 겨울 아침, 집 앞 처마 밑에 서서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비로소 마음의 여백을 마주해 봅니다.


일상의 시선

어느덧 겨울의 한복판, 걷다가 처마 끝에 매달린 투명한 고드름을 봅니다. 밤새 매서운 추위가 빚어놓은 그 단단한 얼음이 따스한 햇살을 만나니 조금씩 자신을 녹여 '똑똑똑' 소리를 냅니다. 고드름 끝에 맺혀 떨어지는 물방울 속에는 온 우주의 햇살이 응축되어 보석처럼 빛납니다. 사라짐으로써 비로소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역설적인 풍경입니다.


있는 그대로


처마 끝 고드름

햇살 아래 똑똑똑

빛난 물방울


문구 해석

처마 끝 고드름: 안과 밖의 경계에 잠시 맺힌 인생의 형상입니다. 영원하지는 않으나 지금 이 순간 분명히 존재하는 소중한 생명의 한 때를 의미합니다.

똑똑똑: 지혜의 햇살 아래 단단했던 아집(얼음)이 허물어지는 소리입니다. 내려놓음으로써 비로소 다시 흐를 수 있게 됨을 뜻합니다.

빛난 물방울: 비워짐과 채워짐이 만나는 찰나의 완성입니다.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온전한 생명의 실상을 보여줍니다.


교리 한 구절 : 삼제원융(三諦圓融)

고드름이 물방울로 변하는 찰나 속에는 천태학의 핵심인 공(空)·가(假)·중(中)의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잠시 머무는 고드름의 형체는가제(假諦)이며, 햇살에 녹아 실체가 없음을 드러내는 성질은 공제(空諦)입니다. 그리고 그 녹아내리는 찰나에 찬란하게 빛나는 물방울의 모습은 공과 가가 하나로 어우러진 중제(中諦)이자 중도실상(中道實相)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 빛나는 물방울 같은 존재들입니다.


[연재 시간 알림]

일요일 아침의 짧은 만남 한 주를 차분히 정리하고 새로운 내일을 그려보는 일요일 오전 10시, 늦은 아침의 여유 속에 [순야의 단상]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의 쉼표를 찍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마음으로 잇는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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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을 비는 마음]

글을 마치며, 한 주의 시작과 끝이 모두 평온하시길 기원합니다. 몸도 마음도 정갈하고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라며, 다음 주 일요일 아침에 맑은 향기를 담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