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야옹(純爺翁)의 목요일 오후 차담 1화 수미타

by 순야 착지

진흙탕 위에 펼쳐진 머리카락


자, 다들 이쪽 나무 그늘로 좀 더 가까이들 오게나. 바람이 제법 시원하지? 찻잔은 앞에 두고, 마음은 저기 산 너머 먼 옛날로 한번 보내보자고.

오늘 들려줄 이야기는 우리가 '부처님'이라고 부르는 그분이 전생에 아주 젊은 수행자였을 때의 이야기야. 이름은 '수미타'라고 했지. 그 친구, 참 고집스러울 정도로 착한 젊은이였어. 남들은 좋은 옷 입고 맛난 거 먹을 궁리만 할 때, 혼자 누더기를 걸치고는 '사람은 왜 이리 아프고 슬픈가'만 고민하며 길을 걸었거든.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그 동네가 발칵 뒤집혔지 뭐야. 세상 이치를 다 깨달은 성자, '연등불' 부처님이 오신다는 소문이 돌았거든. 마을 사람들은 신이 나서 길을 닦고 돌멩이를 골라내느라 바빴지. 우리 수미타도 땀을 뻘뻘 흘리며 도왔어. "부처님을 뵙다니, 이 얼마나 큰 복인가!" 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아뿔싸, 미처 길을 다 치우기도 전에 부처님이 제자들과 함께 저기 고개 너머로 슥 나타나신 거야. 그런데 길 한쪽에 치우지 못한 차가운 진흙탕이 그대로 고여 있지 않겠어? 부처님의 깨끗한 발이 그 더러운 물에 닿으려는데, 수미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 '아이고, 저 고귀한 발을 더럽히게 둘 수는 없지!'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친 거야.

수미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차가운 진흙바닥에 몸을 홱 던졌어. 뺨에 흙탕물이 튀고 옷이 엉망이 됐지만 상관없었지. 그는 묶고 있던 머리카락을 스르르 풀더니 진흙 위에 융단처럼 넓게 좍 펼쳤어. 그러고는 엎드린 채 나직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지.

"부처님이시여, 제 등이랑 머리카락을 밟고 지나가셔요. 제발 이 진흙을 밟지 마시옵소서."

부처님이 수미타의 등을 지그시 밟고 지나가시는데, 수미타는 그 순간 마음속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올라오는 걸 느꼈어. '나도 이분처럼 깨달음을 얻어서, 세상 모든 사람의 눈물을 다 닦아줘야겠다!' 하고 굳게 결심을 한 거지.

연등불 부처님은 발길을 멈추고 수미타를 가만히 내려다보셨어. 자비로운 눈길로 한참을 보시더니 허허 웃으며 말씀하셨지.

"수미타야, 네 마음이 참으로 지극하구나. 너는 먼 훗날 반드시 '석가모니'라는 부처가 되어 세상을 환하게 비출 게다."

진흙 범벅이 된 수미타의 머리카락... 그건 더러운 게 아니었어. 세상의 고통을 내가 다 짊어지겠다는 아주 귀한 씨앗이었던 게지. 자, 첫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차 맛이 좀 더 깊어진 것 같지 않은가?


[순야옹의 지혜 서재]

이 이야기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참고 경전: 『본생담(Jataka, 자타카)

『본생담』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전생에 보살로서 어떤 공덕을 쌓고 희생을 실천했는지를 담고 있는 방대한 이야기 주머니입니다. 부처님의 생애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경전으로, 동물이나 인간 등 다양한 모습으로 태어나 자비를 실천하는 감동적인 일화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상세한 교리 돋보기]

수기(授記): 부처님께서 제자나 수행자에게 "그대는 미래에 반드시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될 것이다"라고 미리 증명해 주시는 성스러운 약속을 뜻합니다. 이는 단순히 막연한 예언이 아니라, 수행자가 세운 서원과 실천이 이미 부처의 경지에 이를 만큼 지극하다는 것을 부처님의 지혜로 보증하는 의식입니다.

원력(願力): 단순히 개인의 안위와 복을 구하는 '욕심'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나와 타인, 나아가 세상의 모든 고통을 구제하기 위해 반드시 이 일을 해내겠다"라고 스스로 세운 고귀한 목표와 그것을 밀고 나가는 실천적인 힘을 말합니다. 수미타가 차가운 진흙 도랑에 자신을 던질 수 있었던 원천도 바로 이 위대한 원력에 있었습니다.


[순야옹의 연재 알림]

<순야옹의 목요일 오후 차담>

매주 목요일 오후 1시, 점식식사 후 차 한 잔 마실 때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