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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경 Mar 07. 2024

사랑 그 찌질함에 대하여

바보야! 사랑은 본시 찌질한거야

  숭고한 사랑도 전혀 없지 않건만, 이녁간 상녀러지사 - 이건 국어사전에 등재되지 아니한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의 남도 버전이며, '이런 상녀러 새끼 같으니' 어쩌고 하는 대찬 욕지거리도 있다 - 여하튼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하여 유행가에 투사된 내용으로 분석해보면 참으로 찌질하다. 점 하나를 찍거나 빼서 남도 되고 님도 된다는 아찔하 심오한(?) 내용을 포함하여,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4/4박자 뽕짝들의 어처구니없는 가사 내용들을 뜯어보자면 한결같이 쪼잔하고 찌질함의 극치를 이룬다.

  그렇다고 사랑의 찌질함에 대하여 이유 없이 비난 커나 함부로 삿대질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 자신도 기왕 그럴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당당하고 논리적이며, 이른바 쿨(Cool) 하거나 의연한 것이 사랑이라면 그게 어디 사랑인가? 그건 빈틈없이 촘촘하게 직조된 그럴싸한 상열지사(서로 간 뜨거운 일) 거래 수단일 따름이다. 덧붙이자면 미안하게도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혹여 존재한다면 독점하거나 소유할 수 있고 유무상의 대여나 판매도 가능해야 하겠지만 천만에! 추상명사인 사랑은 절대로 소유할 수 있거나 모종의 가치를 지닌 구체물이 아니다.   

  본시 사랑이란 거래가 아니기에 돌려받음을 배제하고 상대에게 주기만 해야 하는 쪼잔하고 찌질한 일방적 행위라서 비로소 고매한 가치를 지닐 수 있는 가능성을 포괄하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입력만 있을 뿐 출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건 학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언어도단이며, 가히 비논리의 극치이자 모순된 진리가 아닐 수 없다. 그토록 이상하기에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란 유행가와 교과서에만 존재한다는 것 아닌가...?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는 서로 사랑하라...
(요한 13:34 )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로라에게... 1960년대 빌보드를 강타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 노래는, 로라를 사랑하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토미라는 청년이 자동차 경주에 참가하여 사고로 죽어가는 순간 연인이던 로라에게 전언을 하는 내용이다. 결혼반지를 선물하고 싶어 자동차 레이싱 경주에 참가했지만 그만 토미는 사고를 당해서 죽어가고, 불타는 자동차 속에서 토미를 구출하던 사고 목격자에게 전하는 토미의 전언에는 비극적 서사를 담고 있다. 공연히 서글퍼지는 비극적 찌질함이 압도하는 가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로라와 토미는 연인이었고, 그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주고자 했지
Laura and Tommy were lovers He wanted to give her everything

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결혼반지를 선물하고 싶어 했지
Flowers, presents and most of all, a wedding ring

- 중략 -

그녀를 향한 내 사랑은 결코 죽지 않을 거니 로라에게 울지 말라고 전해줘요
Tell Laura not to cry My love for her will never die

- 이하 후렴 -
사랑한다고 로라에게 전해줘요. 그녀가 필요하다고 전해줘요...
Tell Laura I love her, tell Laura I need her...


  고유명사인 어떤 특정인의 이름을 노래가사에 잘 채용하지 아니하는 한국인의 정서상 로라(Laura)가 사람 이름이 아니라고 착각하여 동음이의어로 문장을 바꿔 듣게 되면..? 이 노래는 찌질함을 벗어나 괴상 야릇하게 변질이 된다. 이 노래의 주제이자 후렴구인 'Tell Laura I love her'라는 대목이 'To tell a lie, I loved her'로 뒤바뀌어 '거짓말을 하자면, 나는 그녀를 사랑했어요'가 되는 샘이다. 

  본래의 가사를 바로 듣건, 지 맘대로 해석하여 비틀어 듣건, 혹은 그 사실이 거짓이건, 아니면 그 거짓이 사실이건, 사랑한다는 것은 쪼잔이나 찌질함 내지는 처절함에도 불구하고 행위 그 자체 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법이다. 뭣이 중한디..? 라 묻는다면 그 답은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동음이의어 해프닝은 종종 있는 일이다. 수년 전 거의 전 지구적으로 유행한 바 있던 싸이(Psy)의 '오빤 강남 스타일'이 영어 문화권 사람들이 듣기에는 충격적 이게도 'Open condom style'로 들린 나머지 뭐 저따위 야릇한 노래가 있는가 싶어 궁금해한 결과 엉뚱하게도 공전의 히트를 쳤다나 어떻다나?

  웹을 뒤져 확인해보니 리메이크로 커버된 작품들이 적지 않아 허튼 농담은 아닌 게 확실하다. 항간에는 그들의 정서를 확실히 이해하고 있던 작사자가 일부러 동음이의어를 가사로 채용하여 낚시질을 유도했을 거라는 저변의 음모가 무성하다. 그렇지만 나와 전혀 관계도 없고 친하지도 않은 Psy에게 이 사실을 직접 학인한 바도 없고, 음모건 작당이건 나로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앞서의 찌질한 그 노랫말이 정말로 그렇게 들리는지 체험을 해보면 알 수 있다. 이른바 MZ 세대들에게는 음정과 박자는 물론이고 비트부터 별로 친숙하지 아니한 이 노래를 듣고 싶다면 아래에 링크된 텍스트를 클릭하면 된다.

>>> Tell Laura I love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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