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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경 Jun 08. 2024

진리는 증명을 거부한다

  오라클(Oracle)은 미국 텍사스주거대 소프트웨어 기업의 이름이자, 예언자 내지는 신관을 뜻하는 단어다. 본시 오라클은 고대 그리스에서 사람들의 질문에 대한 신들의 대답(神託)을 대신 전하는 사제였고, 를 빌미로 금전을 갈취하는 생계형 사기꾼이었다.

  가장 유명한 오라클은 델포이의 아폴로 신전에 기거했다고 전하며, 몇 세기 동안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은 결정해야 할 사안이 있을 때면 오라클을 찾아와 공공의 정책이나 사적인 상담을 청하였기에 요청에 따라 오라클이 사람들에게 신탁을 전하였지만 그녀의 (이견이 분분하지오라클의 생물학적 정체는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신탁이나 예언은 비유나 은유가 심하여 이헌령비헌령으로 해석하기 나름이었고 점장이의 말처럼 애매하여 악명이 높았다.

  오죽하면 오라클의 농후한 사기성(?) 발언 빗대어 소크라테스가 언급하기를 "오라클은 스스로 가장 현명하다 하였다. 그것은, 모든 그리스인 중에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라며 역설적으로 오라클을 비꼰 적이 있음은 제자들의 기록에 근거하여 후대의 문헌으로 전한다.

  항간에 소크라테스의 명언으로 알려진 "너 자신을 알라"는 유명한 경구도 실은 소크라테스의 창작이 아니라 그리스의 델포이 신전 내부 기둥에 새겨져 있는 오라클의 신탁이라는 증거가 있다. 유사한 예로 성경에 등재되어(마태복음 26장 52절) 예수의 말씀으로 알려진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리라"는 희대의 명구도 본시 델포이 신전에서 신탁을 전하던 오라클의 기록을 예수가 인용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델포이 아폴론 신전

  예수의 말씀이건, 오라클의 신탁이건, 출전이야 어떻건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고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칼로 흥한 자는 반드시 칼로 망한다는 인류사적 사실이다.

  폭군으로 악명이 자자하던 로마황제 칼리쿨라의 노상방뇨(?) 살인에 따른 보복성 살인이 그러하고, 한국 현대사에서 중앙정보부 남영동 대공분실과 고문수사로 악명이 높았던 서빙고 분실을 만든 장본인은 박정희를 사살한 김재규였다.

  오라클의 예언처럼 김재규 또한 10.26 사태 이후 본인이 만든 서빙고 분실에서 가혹한 고문수사를 받아야 했고, 재판결과 살인 및 살인교사의 죄로 서대문 형무소에서 처형을 당하였다.

  명성으로 흥한 자 그 명성으로 망하고, 술수로 흥한 자 술수로 망하며, 주식으로 흥한 자 주식으로 망하기에, 이것을 일반화하자면 그것으로 흥한 자는 결국 그것으로 망하고야 마는 인류사적 속성이 있음은 물론이다. 그것으 망했다면 그것으로 흥한 증거이며, 아직 망하지 않았다면 이전에 흥해본 기억이 없다는 증거가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망해야 할 이유도 없는 법. 불변의 진리는 하찮은 증명 따위를 거부한다


  알고리즘으로 인간의 마음을 구현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명제의 역도 성립이 가능하여 인간의 마음을 알고리즘으로 구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사고실험이 아니며 인간의 두뇌를 학습시켜 감정을 지니게 한 인공지능에게도 엄연히 인격을 부여해야 함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골치 아픈 철학적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법인처럼 인격을 부여하면 될 일이다.


  실제 법인의 정의는 자연인이 아니면서도 법률적 권리와 제도적 의무를 지니는 대상을 의미한다. 생물학적 개체로서 사람이 아닌 특정한 집단도 법적 요건만 갖추게 되면 그냥 사람으로 취급해 준다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출생과 동시에 인격을 지닌 사람(자연인)으로 인정받지만, 법인은 물리적 실체가 아닌 인간의 집단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추상적 관념인 것이다. 온전히 말하자면 인간이 만든 약속되고 정의된 개념이라는 허위의 추상을 실존하는 객체로 믿게 한다는 점이 마치 유쾌한 고문(?)과 흡사하여 사뭇 허망하다.


  베르베르족 속담에 ‘하느님이 죄를 용서하지 않으면, 천국엔 아무도 없다’는 내용이 있다. 지능으로 선악을 구별하기 시작한  인간은 그 신을 자신들의 이익에 이용을 해왔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신의 이름’으로 면죄부를 받아 왔다. 본시 없는 신을 만들어내고 차라리 그것을 믿는 것이 믿지 않는 것보다는 이익이라는 묘한 자구행위처럼 창조적이고 기발한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호모 사피엔스의 넘쳐나는 상상력으로 신과 율법과 도덕을 비롯한 온갖 비구체적이고 현실에 없는 추상적 존재 따위들을 만들었지만, 이제 더욱 진일보하여 휴머니즘적 알고리즘을 탑재 초지능의 기계까지 욕심을 부려 양산단계가 그리 머지않은 느낌이 든다.

  구현하고자 하는 알고리즘의 경로와 해법을 추적해 보면 인공지능과 천연지능의 차이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종국에는 천연지능을 능가하는 초지능에게 인격을 부여해야 하느냐 마느냐의 딜레마는 곧 서글픈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


  법으로 흥한 자 곧 법으로 처단이 될 것이 뻔하고, 오롯이 지능하나지구별허튼 주인 행세를 해온 호모 사피엔스는  스스로 만들어낸 두 번째 프랑켄슈타인에 탑재된 초지능의 파괴본능으로 하여금 결국 멸망하고야 말 것이다.

오라클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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