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초록(Abstract)
귀신(靈)의 넋(魂)이라는 영혼(靈魂)의 존재를 물리학자나 과학기술자들은 믿을 턱이 없다. 역시 동일한 의미인 혼백(魂魄)이나 순수 우리말인 '얼'따위도 어느 정도 나이를 먹다 보면 죄다 거짓말임을 한순간에 깨우치게 되는 법이다. 정말로 영혼이라는 것이 내 심장 어느 구석이나 혹은 내 정수리 위 어디쯤에 있다고 믿는다면, 흰 수염이 더부룩하고 뚱뚱한 산타클로스 할배가 아직 있다고 믿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판단이 이쯤 되고보면 지닌 사고나 사상 그 자체가 황폐해지기 마련이다. 본시 없는 것을 차라리 있다고 믿는 것이 손해보다는 훨씬 이익스럽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혼의 존재를 거부하지 않는다. 거짓을 거짓으로 판단하면서도 손해 보는 짓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믿지 않지만 믿고 싶은 것, 있지 않지만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이 세상에는 참으로 많다. 나 역시 그러한 이유는, 내 삶이 교과서 이외에는 달리 쓸모가 막연한 날카로운 진리로 하여금 건조해지고 또 황폐해지기 싫은 까닭에서 이다.
시간과 공간 즉, 시공간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일반상대성 이론은 빛보다 빠른 물질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일반상대성 이론은 빛보다 느린 물질을 가속하여 광속에 도달하려면 무한대의 에너지가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을 따름이다. 실제로 계(Boundary)가 닫혀 있건, 아니면 열려 있건 무한대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상황은 존재할 수 없으므로, 현실에서 빛보다 느린 물질을 광속 이상으로 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반론을 내릴 수 있다.
거시 세계에서 우리 주위에 있는 거의 모든 물질은 빛보다 느린 속도로 운동하므로 일상의 수준에서는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입자는 없다고 피상적으로 이해한들 큰 무리는 없다. 그러나 이 결론의 전제조건을 추상(Abstract) 해보면, 태생적으로 빛의 속도 그 이상의 속도를 갖는 물질의 존재여부를 상대성 이론이 부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비근한 예로서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물질로는 광자를 들 수 있다. 혹여 광자 이외의 유사한 물질이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인다면 상대성 이론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물질이 과학적 범위의 상식선에서 알고 있는 일반적인 물질과 상호작용할 수 없으니 존재한다 해도 의미가 없을 뿐이다.
그렇기는 해도 태양을 중심에 둔 지구의 공전 속도가 평균 초속 29.78km (시속 약 107,208km)이고, 우리 은하를 중심으로 태양이 공전하는 속도는 초속으로 약 220km/s 이며, 진공 속에서 광속이 299,792km/s 이니 일반상대성 이론상 빛의 상대속도를 따져보면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광속도 실은 별거 아니다.
가사, 어떤 물질이 허수의 질량을 가지게 되면 에너지를 잃을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특징이 있다. 에너지가 무한대일 때 빛의 속도까지 감속하며, 에너지를 모두 잃었을 때 무한대의 속도를 지니게 된다고 이론상으로는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수라는 수학적 개념이 질량에 도입된 시점에서 수학적으로나 설명이 가능할 뿐, 아직까지 이러한 물질은 발견되지 아니한 가상의 입자이다.
만약 빛보다 빠른 가상의 입자인 '타키온'이 혹여 존재한다면, 속도와 시공간의 방향에서 광자와 같은 일반 물질과는 완벽히 대칭이 되는 물질일 것이다. 초끈이론의 학설 중 일부는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지만, 학설에서는 종종 타키온을 묘사하기도 해서 정말로 존재하는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참이건 아니건 나는 소망한다. 제발 빛보다 빠른 입자가 존재하여 인간의 영혼이 그 입자 경로를 타고 저 먼 피안, 그러니까 윤회의 벽을 초월하여 우주의 끝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