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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능금인 이유는

간교한 정치적 거짓말이다.

by 하이경

나치라는 본래의 뜻은 민족사회주의로서 독일어 Nationalsozialismus 이며, 영어로는 National socialism을 뜻하기에 이유 없이 거부해야 하거나 치를 떨만한 금기어는 아니다. 원래의 뜻은 국민사회주의 (國民社會主義), 내지는 국가사회주의를 의미하기에 공연히 치를 떨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 나치라는 용어는 애매한 정치적 색깔로 와전되어, 인종주의 및 반유대주의와 결합한 독일 나치당의 사상으로 변질되고 말았으며, 현재 본래의 뜻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저 멸칭만 남아 이른바 나치즘으로 일컬어진다.

또한 나치즘은 파시즘과 인종주의를 조합한 사상으로 치부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우생학을 필두로 한 전체주의 사상 일부로 재해석이 된다. 역사적으로 국가사회주의의 이념은 독일의 노동자당이 실제로 행동하였지만, 원류 나치즘은 파시즘 이론을 포괄하며 독일식 우익 민족주의를 배경으로 하는 인종주의 논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 여차저차 본래의 뜻인 민족사회주의는 애석하게 명멸하고 만 샘이다.


그렇다면 파시즘(fascism)은 어떨까? 이 용어는 이태리어 파쇼(fascio)에서 유래한 말이고, 그 의미는 ‘묶음’ 내지는 '통합'을 의미한다. 이태리어는 라틴어가 뿌리라서 fascio는 속간(또는 권표)을 뜻하기도 하는데, 이는 고대 로마 공화정 당시 공무(수행) 원이 지참하던 막대기 묶음과 비슷한 권표로 소위 공권력의 상징이었다. 서양사 문헌에서는 '도끼'를 의미하지만 파쇼는 권표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파시즘이란 무조건적 거부를 지향하는 폭력, 나의 사상을 제외한 모든 것을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 순수주의, 전쟁을 포함한 국가적 폭력을 국가 재건 수단이나 목적으로 간주한다. 이는 믿었던 이웃 국가에게 도륙을 당한 제1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간주되지만, 파시즘이라는 민족주의는 역사적으로 과거의 국가적 영광이나 집단적 순수성 대립에 중심을 두었다고 판단한다.

이 사상적 운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자면 궁극적 목표로서 자급자족, 국가 경제의 자결과 자립에 있었음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를 위하여 파시즘은 목적을 상실한 수단으로 변질되어 전체주의적 일당독제를 옹호하고, 국가 주도의 계급 정책으로 자본가와 노동자 전부를 국가 통제하에 지배하려는 의도로 설계되었다. 개개인의 사상적 가치로서 순수 파시즘이 결코 악마적인 사상은 아니건만, 과연 이러한 정치적 발상의 설계가 내 개인적 행복의 추구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전반에 걸쳐 유의미하고 타당한 사상인가?


나치건, 파쇼건 이러한 사상의 정치적 행위는 전부 진정한 민주주의 확립을 위한 변증법적 해결 과정이자 인류사적 시행착오였기에, 이점을 간과하면 역사를 거슬러 퇴행하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털끝만큼의 양심을 지닌 정치가라면 대중 앞에서 떠들되 뭔지를 알고 떠들어야 하며, 모른다면 조용히 입 닥치고 정숙해야 함이 옳다. (파쇼의 진정한 의미조차 모르고 떠들어 대면, 역사에 등장하는 누구처럼 반파쇼 집단으로 하여금 처참히 살해당할 수도 있다.)

21세기 네오파시즘을 지향하는 듯한 모지리 발언과 x도 모르는 얼간이 행동양식으로 초강대국의 수반이 된 미친** (삐리릭!) 트럼프의 어법 중에 It's already와 It's will be 어쩌고 하는 파쇼 어법에는 도대체 사상적, 철학적 견해라고는 전혀 없다. 영어가 우리말과 다른 점은 익히 아는 사실이건만, 양치기도 아니면서 양치기 전법을 구사하며 입만 뻥긋하면 생판 거짓말과 협박을 내뱉고 있는 악랄한 지도자를 우리가 어떻게 믿어야 할까? 그 답은 온전히 믿지 않음이 상책이다. 늙은 양치기를 믿거나 말거나 속거나 속이거나...


이미 가 버린 그날과, 아직 오지 않은 그날에 머문 이 아쉬운 자리에는, 시시각각 그의 충실(充實)만이 익어 간다. 보라, 높고 맑은 곳에서 가을이 그에게 한결같은 애무(愛撫)의 눈짓을... 이런 니기미(삐리릭!)

사족출처: 김춘수 시인의 '능금'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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