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컴퓨터 말고) 아이폰 탄생으로 하여금 피처폰의 전설이던 노키아 20년 전성기는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일견 안타깝지만 애플도 역시 더욱 혁신적인 UI와 AI시스템으로 무장한 미지의 경쟁자로부터 폭탄을 맞아 노키아의 서글픈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소위 AI 시대, 과연 스마트폰 이후의 기술패권은 누가 잡을 것인가? 2007년, 스티브 잡스는 신제품을 론칭하는 브리핑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소개하였다.
"이것은 전화기, 인터넷 통신기기, 그리고 음악 플레이어, 세 가지가 아니라, 이를 하나로 통합한 혁신적 제품입니다."
그 순간, 피처폰으로 양방향 통신에 익숙하던 우리는 휴대전화의 개념을 다시 정의해야 했다. 이렇게 다이얼 버튼을 없애고, 저렇게 재정의 된 전혀 새롭고 똑똑한 복합기기의 스마트한 쓰나미 여파로 하여금 노키아의 명성은 역사 속으로 매몰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스마트폰의 탄생은 마치 초거대 규모의 지진과 같아서 별도의 충실한 기능을 지녔건만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거나, 이미 화석화가 진행된 아날로그식 기기들은 수없이 많다. 스마트폰이 최초로 등장한 이후 거의 20여 년 가까이 흘러간 지금, 아이폰은 그 어떤 스마트폰 경쟁자보다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역사는 말한다.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왕좌는 영원하지 않다고...
무전기의 통신특성과 주파수 변, 복조 기능을 대폭 개선하고 보안성을 강화한 모토로라 휴대용(벽돌폰) 전화기가 시중에 등장한 이후부터 적어도 2007년까지, 핀란드 대표기업 노키아는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던 절대 강자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출현이라는 격랑 앞에서 망설이던 노키아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중요한 원칙을 간과하였고, 제조기술만이 최고라는 하드웨어 중심의 전략에 집착하는 패착을 선택하였다. 그 결과 앱이 지닌 이익분배 기반의 생태계 플랫폼 전환을 이룩한 UX 중심의 공격성 정보체계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애플의 작전은 치밀했고, 그저 단순한 전화기가 아닌 ‘내 손 안의 작은 컴퓨터’를 구현했다. 그리하여 이후 현재까지 20년 가까이 스마트폰 시장의 기준을 능가하여 일약 표준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애플조차도 지금은 새로운 기술 혁명 패러다임에 붕괴될 가능성의 초입에 위태롭게 서 있다.
우리는 지금 스마트폰 이후 세대의 플랫폼 생태계를 상상하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생성형 AI와 에이전트형 클라우드 컴퓨팅이 있다. 자연어 명령으로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나 생산성 기반의 앱 없이도 기능을 수행하는 대화형 인터페이스, 즉 사용자 의도를 정확히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행동하는 지능형 시스템 예컨대, OpenAI ChatGPT, 구글 Gemini, 삼성 갤럭시 AI, 그리고 Rabbit R1, Humane AI Pin 같은 새로운 디바이스나 혁신적 디스플레이 장치들이 이미 프로토타잎으로 실험대에 올라서 있다. 이러한 기기들은 그동안 사용해 온 단순한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마트폰의 기능과 수준을 능가하여 AI를 기반에 둔 새로운 디지털 동반자를 지향한다. 이는 분명 새로운 질서의 플랫폼 출현 신호탄이 확실하며, 적어도 10년 이내에 반드시 등장할 미지의 초지능 기기임이 자명하다.
애플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브랜드이고, 전자부품 칩셋부터 OS, 앱 생태계까지 통합된 구조를 지닌 몇 안 되는 탁월한 기업이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그들의 기술 혁신은 정체되어 있고, AI를 응용하는 시스템 전환 속도는 여타 경쟁사에 비하면 상황 대처가 매우 느렸다. 생성형 AI 모델에서의 존재감 부족이나 앱 중심 구조가 에이전트 중심 UX에 비해 유연성이 한참이나 부족하며, EU 반독점 규제와 중국 시장의 불안정성, 고착화된 조직문화 등이 중대한 걸림돌이다. 심지어 이 분야의 일부 IT기술 전문가들은 독설에 가까운 언급을 토하고 있다.
“현재의 애플은 놀라울 만큼 2000년대 초반의 노키아를 닮아가고 있다.”
물론 애플은 시대적 요구나 트렌드에 반응하여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1987년 이래로 매년 6월경 캘리포니아에서 개최하는 대규모 개발자 회의인 WWDC에서 공개될 Apple Intelligence는 혹여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당기 순이익과 주가하락 방어의 딜레마에 치어 변신의 전망은 다소 암울하다. 반면, 구글이 매년 개최하는 개발자 콘퍼런스인 Google I/O에서 발표한 올해의 콘퍼런스 내용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미래 기술의 패권은 하드웨어나 미들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AI 인터페이스 패권이 될 것임이 확실하다. (이 Google I/O 2025 콘퍼런스를 접한 프로그래머와 앱 개발자들은 "이제 우리는 앞으로 뭘 해 먹고살아야 하나?" 라며 하나같이 씁쓸한 탄식을 토했다고 전했다.)
예측 커니와, 과거 피처폰이나 지금의 스마트폰과는 전혀 다른 디지털 도구가, 다시 한번 세상을 뒤집어엎을 수 있는 새로운 도구는 조만간에 반드시 등장하게 될 것이다. 20여 년 전에 애플은 노키아의 세계를 끝냈다. 그리고 지금, 애플의 생태계 역시 변화의 문턱 앞에 야브로시 서 있다. 스마트폰 시대의 제왕이 AI 시대의 도구를 놓친다면, 그 자리는 또 다른 미지의 혁신 기업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역사를 조망한들 패권은 항시 유동적이었고, 시장의 왕좌는 결코 어느 한 기업에게 지속성을 보증하지 않는다. 이른바 혁신으로 성공 신화를 이룩한 애플이 ‘다음 세대의 노키아’가 되고 싶지 않다면, 지속가능한 변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설마 하니 아이폰의 설계(보증)수명이 벌써 다했을 리 만무하건만, 그토록 젊었던 애플은 이제 늙었다. 누가 향후 20년을 지배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