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시설 또는 기간시설(基幹施設)로 불리워지고 있는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는 경제 활동의 기반을 형성하는 기초적인 시설들을 말하며, 도로나 하천, 항만, 공항 등과 같이 경제 활동에 밀접한 사회간접자본을 말한다. 우리는 이를 흔히 인프라(infra)라고도 부르며, 최근에는 학교나 병원, 공원과 같은 사회 복지, 생활 환경 시설 등도 포함시킨다. 이 "인프라"는 범위를 확장하여, "결제 인프라", "배송 인프라"처럼, "기반"을 뜻하는 생활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한편, 어떤 지역의 문화적 수준을 고려하여 만드는 기술 또는 그러한 사회구조에 따른 유효적절한 생산물을 지정하여 이르는 말인 적정기술(適正技術)은 ‘문화지체’ 현상의 일종인 '기술지체'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적정기술은 어느 한 공동체의 사회·문화·정치·환경적인 측면들을 전적으로 고려하여 만들어진 기술을 말한다.
적정기술이라는 단어는 개발도상국들, 아니면 이미 산업화된 국가들로부터 소외된 교외 지역들에 알맞은 단순한 기술을 의미하는데, 보통 이 단어가 이용되는 기술들은 자본집약적 기술이라 하기보다는 대부분 노동집약적 기술이다. 실제로, 적정기술은 특정한 지역에서 효율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가장 단순한 수준으로 이룩한 최소한의 기술을 말한다.
적정기술은 1966년 영국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슈마허가 개발도상국에 적합한 소규모 기술 개발을 위한 중간기술 개발그룹으로 영국에 조직을 설립한 것이 현대적인 시초이다. 슈마허는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마음과 대중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적정기술을 통해 첨단기술 없이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선진국은 이미 도시든 농촌이든 사회간접자본이 넉넉하게 투자되어 있고, 사회를 움직이는 인프라기술이 충분히 발달 되어 있으며, 그 사회집단에 상응한 매뉴얼(文化)이 잘 구축되어 있지만, 어떤 기술이든 나름의 위험성은 안고 있기에 이를 관리·감독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항만이나 공항 또는 원자력발전소 등이다. 그런데 개발도상국은 이러한 사회간접자본 인프라가 태부족하기에 이 공백을 메우지 않는 한 선진국의 기술은 전혀 쓸모가 없거나 자칫하면 대형 사건·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의 개발 방향을 개도국의 인프라 수준에 맞추는 것이 바로 적정기술이다.
수동형 발전 펌프나 구식 라디오 등, 선진국에서 이미 자취를 감추어버린 보통의 별볼일 없는 기술이 주로 적정기술에서 큰 활약을 하지만, 기술 개발이 반드시 구식 기술일 필요는 없다. 최신의 기술이라도 제작비나 유지비를 최소화하면 그것 역시 적정기술이 된다. 그리고 개도국이 아니더라도 사회 수준이나 직종에 따라 수준을 맞추면 되므로, 어느 방향이던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어느 쪽이든 공통의 조건이 있는데, 환경 오염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지역 구성원의 생활 수준을 개선 시켜야 한다는 큰 명제가 우선이다.
따라서 석탄이나 석유를 사용하는 것은 적정기술에서 제외된다. 일반적인 기술원조와 다르게, 적정기술 상품은 수익 모델로서 투자해 물건을 생산한다. 따라서 적정기술로 수익사업을 하는 회사나 연구소도 존재한다.
개인 단위로 클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해 소규모 후원이나 투자 등의 목적으로 인터넷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이다. '소셜 펀딩'이라고도 하나, 정확한 용어는 아니다. 클라우드 펀딩은 주로 자선활동, 이벤트 개최, 상품 개발 등을 목적으로 자금을 모집한다. 여기에는 투자방식 및 목적에 따라 지분투자, 대출, 보상, 후원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적정기술을 적용한 상품들은 국가적 차원의 협력단체나 자선이나 봉사의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아서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거나 상업적으로 저렴하게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이미 항간에 알려져 있거나 대표적인 적정기술 상품은 다음에 소개하는 것들과 같다.
놀랍게도 여기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저렴한 소형 컴퓨터로 명성이 자자한 라즈베리파이도 등장한다.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까지도 모두 그 기술이 만천하에 공개된 이 라즈베리파이가 적정기술 상품인지 아닌지 그 여부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① 배터리 셀의 재활용과 수동식 물펌프
버려진 노트북이나 휴대폰 배터리의 셀을 분해하여, 태양전지 및 LED 전구와 결합하는 것이다. 제작비용은 미화로 10불(한화로 약 10,000원선) 조금 넘는 수준이고, 충전효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하루 4시간 사용시 3년 정도를 쓸수 있다. 수동식 물펌프는 전기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오지의 화전민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시장통의 공업사 수준에서 외국의 투자를 받아 수공업으로 찍어 내지만, 수동 물펌프는 훌륭한 자원이다.
② 스트로베일 하우스
압축된 사각 볏짚을 쌓아서 집을 짓는 건축기법으로 당초에 미국에서 발명되었는데, 세계적으로 알려져서 관심을 지닌 사람들에 의해 활발히 개량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채의 가옥이 시공되었으며, 지금도 시공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1~2개월이면 뚝딱 지을 수 있다.
③ 자전거를 사용한 농기구와 세탁기
폐자전거를 활용하는 일반적인 방법이다. 회전 장치에 기구학적 수법을 동원하여 개조하고 이것을 동력원으로 해서 자잘한 농기구를 만든다. 생 커피콩을 기계로 벗겨서 말리기만 해도 영세농의 수입은 무려 3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페달로 밟아 통을 돌리는 세탁기는 구조를 보면 별 것이 없고 모터 대신 자전거 페달을 쓴 것 뿐이지만, 이 '별 것 없는' 기술이 오히려 적정기술의 요건을 충족시킨다.
이미지출처: 농민신문
④ 큐드럼과 항아리 냉장고
물이 귀한 사막 지역에서는 물통을 들고 물을 퍼나르는 것만으로도 시간의 대부분을 소모하게 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 드럼통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서 바닥에 굴리는 식으로 휴대할 수 있게 했다.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물의 양을 극대화하여, 어린 아이들은 학업에, 어른들은 일에 전념할 시간을 더 얻을 수 있다. 항아리 냉장고는 증발잠열의 과학적 원리를 차용한 기술로서, 큰 토기 안에 작은 토기를 넣고, 그 사이에 흙을 채운 다음 물을 채우는 것이다. 수분이 증발하면 내부가 시원해진다. 주변의 온도보다 10도 정도 낮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⑤ 태양광 조리기
이것도 역시 과학적 원리를 차용한 것 으로서 은박지를 활용하여 오목 거울을 만들어 태양광을 조리에 쓰는 도구이다. 장작을 줍는 시간을 줄이고 매연도 줄인다. 물론 태양을 사용하기에 일기가 불순하다면 실행이 불가능한 한계는 있다.
⑥ 폴드스코프
스탠포드 대학의 마누 프라카시(Manu Prakash)가 개발하고 빌게이츠 재단이 후원하는 일명 '1달러 현미경'으로, 2000배까지 확대가 가능한 물건이다. 주 용도는 아프리카의 유행병을 진단하기 위해서 개발되었다. 비슷한 것으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카메라를 현미경으로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연구가 미국 에너지부 소속 과학자들에 의해 진행된 바 있다.
⑦ 미니 컴퓨터 라즈베리파이
영국의 라즈베리파이(Raspberry Pi) 재단에서 만들어 보급한 초소형 컴퓨터이다. 당초의 목표는 고가의 개인용 컴퓨터를 구입할 수 없는 개발도상국의 아동들을 위한 교육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초저가 정책이 목표였다. 2012년 3월에 출시되었는데, 가격은 25~35달러, 우리돈 3~4만원이며, 오픈소스(공개 플랫폼) 하드웨어이다. 출시 1시간 만에 매진되는 사태의 진풍경을 보여줬고 2020년 12월 기준, 벌써 500만대 이상이 팔려 나갔다.
과학기술의 현란하고 어지러운인프라스트럭쳐 영역에서 소외된 그들 역시,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서로 사랑하며, 지구라는 작고 푸른 별에 발을 붙이고 멋진 세상을 살아가는 동등한 인간이다. 인간의 자아는 본시 그렇게 설계 되었다는 것은 철학적 명제지만 검토가 불가능하다. 그대는 과연 인간인가?고민할 여지가 없다면 그대와 나는 분명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