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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경 Mar 02. 2023

첨단 기술만이 능사가 아니다.

혁신은 더 더욱 아니고...?

  항간에 유명한 '코닥의 딜레마'는 승자의 저주라 일컫는 이겨도 결코 득이 되지 않는 승리를 말하지만, 여파는 더욱 심각하다. 역설적으로, 움켜쥔 승리에 발목이 잡혀 오도 가도 못하는수순을 밟아가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기업의 흥망사를 꾸준히 연구해 온 집단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포커스는 지속가능성(Sustainable)의 진단과 발굴이다.

  아무나 누구나 툭하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으로 '혁신'을 부르짖지만 그건 앞뒤를 통 모르고 하는 얘기다. 본시 의미상으로 짚어보는 혁신이란 '가죽을 벗겨내어 새살을 돋아나게 다' 라는 무시무시한 얘기이니, 뭔지 까서 뒤집어 재낄 것이 있어야만 혁신도 가능한 일이다. 벗겨낼 것이 없는데 무슨 혁신이 필요할까? 벗겨내야 할 그 무엇이 있는지부터 찾아내야 할 일이지만 그것을 찾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


  기초 물리학을 생활가전에 적용하여 전무후무한 사무기기 자동화 시대를 열었던 회사, 고도의 기술개발에 진심이던 기업이었지만 첨단기술에 발목이 잡혀 제 수명을 재촉한 기업인 지락스 - 발음이 어쩐지 거북하고 상스럽지만, 그들(원주민)에게 제록스(Xerox)라고 반복해서 핏대를 올려봐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 - 기왕에 밝혔으니, 지금부터는 오리지널 말고 순 한국식 발음인 제록스로 표기 하도록 한다.


  이른바 '기술혁신'으로 거대한 성공과 부를 이룩한 제록스가 '기술혁신' 때문에 쫄딱 망한 사실은 현재진행형의 살아있는 역사가 되었다.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있는 제록스의 알토 연구소는 20세기 첨단 기술혁신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이 연구소는 '연구를 위한 연구'의 성과에 매몰되어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은 연구 결과를 기술로 변환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승자의 저주(자만)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기술을 위한 기술'의 피드백만을 고집한 끝에 그만 무한루프에 봉착하고 말았다.

  세계 최초로 PC 구현의 기초기술을 제록스에서 개발했건만, 훨씬 허접한 기술로 PC를 만들어 시장을 선점한 회사는 애플컴퓨터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초로 인터넷 네트워크의 구조를 개발한 것도 제록스였지만, 독점하고 있던 자사의 복사기 판매실적 둔화에 따른 매출감소를 염려한 제록스는 어영부영하다가 제3차 산업혁명(인터넷)의 물결에서 제외되어 의문의 를 당해야 했다. 마치 호리병 속에 든 사과를 움켜쥐고 손을 빼지 못해 붙잡힌 원숭이의 우화처럼...


  무려 115년의 역사를 지닌 제록스는 회사명이 ‘복사하다’라는 뜻으로 통용될 만큼 상징적인 존재로 평가된다. 1903년에 설립된 제록스는 장장 20여 년 동안 꾸준히 기술을 개발하여 1959년 세계 최초 건식복사 원리를 이용한 복사기를 개발했으며, 또한 1973년에 개발이 완료된 출중한 개인용 컴퓨터를 선보였으나 기술독점 확보를 위하여 시장에 내놓을지 말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시장 선점을 빼앗기고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더구나 1977년에는 세계 최초로 레이저프린터를 출시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역시 기술독점의 야욕에 눈이 멀어 후발 주자들의 연합에 목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을 독점으로 몰아 가려는 나름대로의 신중을 기한 오판이었다. 독점으로 움켜쥔 시장은 결국 독이 되고야 마는 법이다. 애플의 창업주인 잡스는 제록스와 코닥사에서 힌트와 영감을 얻어 매킨토시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기술개발의 영역을 무조건 독점으로 몰아가지 않고 상생의 공유기반을 마련하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하드웨어 개발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상호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어플 구조를 참조하면 이해가 쉽다.


  제록스의 사례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개발된 기술을 독점하게 되면 자만에 눈이 멀게되고, 경쟁자의 추적을 회피하려 제 기술에 족쇄를 채운다면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실행하지 못하는 전형적 사례로 판단함이 타당하다.

  기술독점의 권리인 특허는 기업을 만드는 기초자산이자 훌륭한 재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업을 조용히 죽이는 암적인 존재로서의 묘한 양면성이 있다. 특허란 한시성과 유효성 이라는 두개의 방패를 뚫어야만 지속된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이건 정보건 여기에도 엄연히 수명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곤란하다. 최초로 생성된 고급 정보란 때가 도래하면 쓰레기 정보가 되어 종국에는 폐기처분의 수순을 밟게 되는 법이다.


  21세기형 사업은 기술이건 정보건 공유의 플랫폼에 기반한다. 빈대떡으로 불리는 부침개를 만드는 방법에 별반 노하우가 있을 수 없다. 즉, 공지된 공유의 요리 기술인 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이 있네 없네를 따지거나 그것을 선택할 권리는 각자 개인의 취향이다. 그 장사로 크게 돈을 벌었다는 뉴스를 접한 적도 없지만, 빈대떡 장사가 망했다는 뉴스도 역시 나로서는 들은 바가 없다. 지속가능성이란 반드시 첨단 영역의  기술에만 있는 것이 결코 아니며, 전통적이나 고전적 기술에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오직 경쟁력에 있다.

  첨단이란 뾰족한 바늘의 끝을 뜻하므로, 그 목적이 르거나 관통에 있으니 뾰족하지만 무뎌지기 쉽고, 혁신만이 최후의 선택이라며 침을 튀겨가며 말들을 하지만 벗겨낼 혁신꺼리를 찾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변함을 원치않고, 변화가 두려운 기득권 조직의 두껍고 탄탄한 방어벽이 있기때문이다. 


  상식을 파괴하는 차원에서, 이제는 월급을 주는 회사보다 기꺼이 월급을 내고 다니는 회사를 창립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은 아닐지 모를일이다. 마치 미있는 놀이기구가 즐비한 놀이터처럼...  좋다! 그렇다면 다음 주쯤 해서 급 내고 놀기를 좋아하는 신입사원 모집공고를 고려해 봐야 하나...? 아서라, 너무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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