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바닥) 지식

몰라도 되는 지식, 그래도 필요한 지식.

  길바닥 지식(Street knowledgy)이란 정규 교육이나 서적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습득한 생존 지식을 말한다. 이 지식은 주로 사람 사이의 관계나 사회의 작동 방식, 현장에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고난 극복에 대한 매우 다양한 지식이 포함된다.

  길바닥 지식에 통달한 대가를 꼽자면, 고대부터 중세까지 현자로 행세한 대부분의 지략가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기에 헤아릴 수 없지만, 근세에 이르러 대표적인 인물로는 영악한 처세 연출가이자 나치의 수장 히틀러의 오른팔인 요제프 괴벨스가 단연 으뜸이다. 

  무식한 히틀러를 희대의 지략가로 변신시킨 고차원의 박학다식한 갈대이며, 기회주의적 악마이자 천재적인 심리행동가였던 괴벨스를 언급해 보도록 하자.

  그는 선천적 장애를 지닌 절름발이로서 신체적 결함을 지녔지만, 두뇌만큼은 워낙 출중하여 학위 코스웍과 논문을 무난히 통과하여 문학박사가 되었다. 그러나 최고의 학위가 밥을 먹여주지는 않았기에 구직을 해야 했으며, 어렵사리 얻게 된 은행의 임시직 일자리마저 무능함으로 잘린 이후 고정수입 없이 수년간 파트 타이머 겸 구직자 신세로 몇몇 신문사 편집부를 전전하였다. 그는 학벌이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직시하였고, 이 시기에 부친으로부터 체득한 다양한 직, 간접 경험의 길바닥 지식을 통찰하게 된다.

  괴벨스의 부친은 램프 공장의 급사로 직장 생활을 시작하였건만, 근면 성실함을 바탕으로 공장 사무원과 현장 경리를 거쳐 나중에는 공장 전체를 총괄 관리하는 지배인으로까지 승진했다. 비천한 출신 성분을 처세술로 극복한 레알 프로레타리아인 샘이다.

  궁핍한 성장 과정에서 괴벨스는 ‘돈이 최고인 더러운 세상’에 대한 분노와 신체적 결함의 집착으로 낙오와 절망에 거듭 허위적 거렸지만, 부친의 사상으로 하여금 공산주의만큼은 철저히 배제하였으며 하급 노동자의 처지와 빈곤한 형편을 시류와 처세, 근면함으로 극복한 부친의 뛰어난 길바닥 지식을 오롯이 전수받았다. 

  패색이 짙어가는 전쟁의 막바지에 이르러 가족들을 직접 독살하고 벙커에서 자행한 자살 폭탄으로 재가 되기 전까지 괴벨스는 나치의 선전장관을 지냈으며, 대중들의 군중 심리를 조종하여 선동하는 지식만큼은 출중하였다.

  그가 남긴 어록 중에는 세기의 망언도 수두룩 하건만 기막힌 처세와 임기응변, 그리고 길바닥 지식에 필적하는 희대의 선전선동 모토는 다음과 같다.

"거리를 정복해야 대중을 정복하고, 대중을 정복해야 국가를 정복한다."

"선전은 본질상 일종의 예술이다." 이 명언이 요즘 심심찮게 등장한다. < 나치정권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 >

  괴벨스의 대중심리 기만술에 근거한 통상의 길바닥 지식이란 현대의 선거전에 등장할 만큼이나 유명하고 위력적이었지만 이는 단순히 선전 선동에만 국한하지 않았으며 입체적이면서도 구체적이다. 이 지식은 엄밀하게 구분하자면 지식으로 분류할 수 없는 태도의 연습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두드러진 특징이 없기에 감각적이며 일상생활에 직접 도움이 되는 생존방편으로서 다분히 실용적이다. 이론보다는 실제 일어나는 일들을 바탕으로 하기에 극히 현실적이고, 직관적인 탓에 서술로 설명하기 어려운 임기응변적 상황도 포함되기 마련이다.

  길바닥 지식은 척박한 현실에서 살아가며 성취하기 위한 필수지식 이건만, 교과서 지식이 아니기에 이론으로 습득하기에는 어려운 장애요소가 따른다. 전부 다 텍스트로 나열할 수는 없지만, 흔한 길바닥 지식의 예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과 이해관계에 대한 지식

무엇을 원하건 소통을 수단으로 대화를 할 때는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고, 진심으로 공감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몹시 중요하다. 쉬울 것처럼 보여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극과 흡사한 소통의 관계를 가장 어렵게 생각하며, 또한 생활에서 직접 실천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 소통이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 상대의 말과 행동을 통해 마음을 읽는 방법

행동에는 반드시 배경이 있는 법이다. 정확하게는 배경을 파악하는 정보가공 능력을 뜻한다. 직장의 동료나 그 밖의 거래 관계에 있어서 불가피한 갈등이 생겼을 때는 상대의 마음을 읽고, 그에 맞는 대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간파하는 것도  엄청난 능력에 속한다. 이것도 평소에 연습이 되지 않으면 실천하기 매우 어려운 태도중 하나이다.

- 호감을 얻거나 관계회복을 해결하는 방법

각자 지니고 있는 인생의 가치관이나 성장배경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하는 조직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이나 성실함, 또는 노력뿐만 아니라 자신의 호감을 적극 활용하여 유효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 불평등한 사회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이해와 지식

세상은 공정하지 않고, 또한 항시 정당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무조건 이것들을 수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합의된 정의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고, 공정하지 아니한 부당함의 대처 방법을 염두에 두는 지식도 중요하다.

- 법과 규칙을 이용(이해)하고, 행동하는 방법

법을 어기면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고, 법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합법적 변칙이 있다는 것을 이해함이 더욱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합법적으로 세금을 덜 내는 방법 따위가 있다.

- 사회의 시스템과 구조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

개인적 성취나 사회에서의 성공을 목적으로 한다면, 자신의 능력과 역량 이외의 또 다른 제3의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므로, 사회가 가동되는 메커니즘과 시스템의 구조를 이해하고, 먹고 먹히는 생태계 안에서 원만히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구렁창에 재수 없이 엎어지거나,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때 포기하지 않고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터득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합당하고 바람직한 길바닥 지식은 위에 나열한 것들로 충분하지만, 차마 여기에 밝힐 수 없는 부당하고 졸렬한 길바닥 지식도 허다하다.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백인백색 다르다 보니 부당한 생존지식까지 일일이 예를 들어가며 서술하면 추접한 상황으로 전개가 될 수 있으니 이 부분의 예는 생략하도록 한다.

  어찌 되었든 이 지식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암묵지에 속하기에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설혹 일러준다 한들 실천이 불가능한 이를테면, 확실히 알고는 있지만 이행할 수 없는 요원한 지식이다. 이는 착오법의 쓰라린 경험을 통하여 체득하는 일종의 생존기밀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풍족하지만, 시간이 부족한 상황의 처참한 풍요로움을 원치 않거나 궁핍한 현실을 만족하며 그럭저럭 살고 싶다면, 길바닥 지식 따위는 기실 쓸모가 없기도 하다. 몰라서 행복한 사실도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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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여, 부당하고 졸렬한 길바닥 지식을 맛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문헌으로 저명한 고전이  있다. 이름하여 '병법 36계'라고 칭하는데, 고전이다 보니 은유가 심하여 해석에 상당히 유의해야 한다.

  이 고전의 내용을 오해하여 현시점에서 응용하게 되면 살인교사 및 혼인빙자간음, 위계에 의한 공갈과 협박 등등 기타 형법에 100% 저촉되므로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