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이경 Oct 27. 2023

알아도 모르고, 몰라도 아는 것

화석이 된 과거의 이모티콘  :-)

  이모티콘은 감정을 뜻하는 'Emotion'과 상징을 의미하는 'Icon'을 조합한 20세기 후반의 합성어이자 이전의 세기에는 없었던 말하자면 신조어다. 초창기 아날로그 이모티콘은 타자기로 작성되었지만, 디지털 이모티콘은 타자기에서 컴퓨터 자판으로 옮겨갔고, 그다지 쓰임새가 없던 특수문자와 기호들을 조합하여 만든 그림 기호였다. 

  이를테면, @ 나 # 또는 ^ & 따위를 조합하여 사용자 본인의 감정상태를 상대방에게 호소력 있게 전달하는데, 이런 기호와 문자를 조합해서 사람의 표정과 감정을 표현한 예는 컴퓨터 자판의 할머니 격인 타자기로 작성한 역사적인 기록으니 이모티콘의 존재적어도 19세기 말엽부터 시작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타자기에서 전자식 리본 워드프로세서를 거쳐 컴퓨터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입력장치 자판의 배열이나 특수문자의 쓰임새도 변화되었다. 알아도 되고, 또 몰라도 먹고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이모티콘 작성용 특수문자의 뜻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 : 영어의 전치사 at에 해당하는 라틴어 ad를 줄인 것인데, 당시에는 양피지가 매우 귀해서 종이를 아끼려고 ad를 표기할 때 a를 먼저 쓰고 d를 겹쳐 써 지금의 모양이 생겼다는 설이 유력하다. 각 국에서 부르는 명칭은 저마다 달라서 체코에서는 ‘오이 절임’이라고 하고, 그리스에서는 ‘작은 오리’라고 부르는 반면, 먹는 게 진심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한국은 ‘골뱅이’로 칭한다.

  초창기 주된 용도는 보급을 청구하는 송장에 ‘단위당 가격’이란 의미로 쓰였고, 타자기가 발명되면서 자판의 모양에 따라 쓰이기도 하고 또 잠시동안 사라지기도 했지만, 20세기에 이르러 컴퓨터가 보급되어 전자우편 주소의 구분자로 채용되어 멋지자리를 잡았다.     


# : 와플 모양새인 이 기호의 표준상 명칭은 넘버사인 즉, 번호기호로서 프로그래밍에서는 해시(Hash)라고 부르지만, 샤프 또는 샵으로도 불리며 모양이 엇비슷하다는 이유를 근거로 한국에서는 흔히 우물 정(井) 자로 불린다. 실제로는 서양에서 쓰이던 무게 또는 숫자를 표기하는 기호에서 유래한 특수 문자이다.

  당초 쓰임새는 유선 전화기에서 *과 함께 특수한 기능을 하는 문자로 흔히 입력을 마무리를 할 때 쓰인다. 수학의 연산기호로도 쓰이며, 위상수학에서는 연결의 합이고 또한 정수론에서는 소수의 곱을 뜻하는 소수 계승을 나타내는 용도로 쓰인다.    

 

* : 별 모양의 기호는 라틴어 표기가 영어화 한 것으로서 애스터리스크(Asterisk)라고 하며, 원시언어인 라틴어로 별을 뜻하고, 한국어로도  표시를 뜻한다. 컴퓨터 자판에서 나타내기 복잡한 x 대신 곱셈 기호로 쓰이며, 천문학에서는 은하의 중심이 되는 블랙홀의 명칭에 이 별표가 들어간다.

  구닥다리 80xx 계열의 컴퓨터 운영체제 DOS에서는 트럼프 카드의 조커처럼 와일드카드로도 쓰이고, 대부분의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곱셈 연산자로 사용한다. 포트란, 파이썬 같은 언어에서 별 2개를 붙여 거듭제곱 연산자로 사용한다. 서구권에서는 출생일자를 표기할 때 이 별표를 붙인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스콧 팔먼 교수가 사용한 세계 첫 이모티콘이 온라인에 등장한 지 41주년이 넘어섰다. 기네스북은 이를 "최초의 디지털 이모티콘"으로 명명했다. 대단한 발명이다.

  디지털 이모티콘 그림 문자는 컴퓨터 운영체제의 한 종류인 유닉스(UNIX) 사상에 기인함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덧붙이자면, 함축된 단어의 표현을 의미하는 유닉스의 사상중 하나가 바로 ‘RTFM’인데 이것의 원뜻은 '스스로 매뉴얼을 읽어라(Read the fucking Manual)'의 머리 문자에 기인한다. (하여튼 이 넘들은 툭하면 욕지거리다!)

  이 개념은 어떤 의미를 막론하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해나 귀찮음을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기발한 유닉스의 철학이기도 하다. 토론마당에서 한가지의 이슈에 진지하게 찬동을 하거나 아니면 관심의 정도를 표현할 경우에 이모티콘이 사용되기도 다.

  그러나 21세기에 이른 지금의 유저들은 현란한 그래픽 언어를 거침없이 구사하게 되었으며, 막강한 표현언어들 (이를테면, 하이퍼텍스트 또는 자바 따위)로 무장을 하고 보니, 뉴스그룹의 게시판이나 공지사항란을 주름잡던 이미지 문자들은 완전히 멸종되지는 않았지만 흘러가는 세월에 묻혀 가뭄의 콩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 그러면, 초창기 프로그래머들이 즐겨 사용하던 이미지 문자인 이모티콘들을 감상하도록 하자. 아래에 열거한 디지털 이모티콘다소 불편하지만 일단 고개를 삐딱하게 90도로 비틀어 봐야 한다.      


:-)   미소 (세계 최초의 디지털 이모티콘)

:-D  호쾌한 웃음

:-#  치아 교정 중

:-o  그렇지 않아요!

:-!   흡연 중

;-)   윙크

:-(   성질나 있음

:-I   꽉 다문 입술, 긍정도 부정도...

:-x   말하고 싶지 않다

=:-)  펑크록을 하는 친구      


  이런 문자조합의 표현수단은 무려 수백 가지가 넘는다. 종종 컴퓨터 유저들이 사용하는 표현 수단들에는 편리함을 전제로 고개를 90도로 비틀어 해석하는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      속눈썹이 긴 여자

o-o     안경 낀 여자, 또는 남자

^ ^;     계면쩍다

@@,  놀라서 왕눈이 되다

-  -,    그리움에 사무친 눈물 한 방울

@)))  김밥 한 줄 ( x2, x3...)

= 0 =  그대와 함께 짜장면을...


사족: 시간이 흘러, 순수성을 상실하고 화려한 캐릭터로 거듭 변신한 이모티콘이 돈벌이 수단이 될 줄이야! 40년 전에는 누구라도 미처 몰랐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기찻길옆 막다른 길목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