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건축물이란 그 본연의 목적에 잘 부합하는 것은 기본이고 사람을 감동시키는 요소가 있는 건축물 같다. 그런 의미에서 한 명의 유명한 건축가를 소개해본다. 바로 스위스의 한 작은 마을에 숨겨진 건축장인 페터 춤토르이다. 그는 건축가들이 가장 존경하는 건축 가중의 한 사람이라고 한다.
평소에 건축에 관심이 많아 건축가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연재하기도 했었는데페터 춤토르는 나에게도 생소했다. 하지만 의사들이 존경하는 의사를 명의라고 하듯이 건축가들이 가장존경하는 사람 중 하나라면 건축의 장인임이 분명했다. 아래 사진은 그의 대표작인 클라우스 수사 채플이다.
클라우스 수사 채플 (Brother Klaus Field Chapel) 출처: zumthor.org
심플하고 평범해 보이는 건물이다.
그러나 진짜 놀라운 것은 바로 내부이다.
아래 사진은 건물의 입구이다.
현대 건축물이 아닌 자연적으로 생긴신비한 동굴 같다.
클라우스 수사 채플 (Brother Klaus Field Chapel) 출처: zumthor.org
아래는 건물 안에서 위를 올려다본 모습이다.
경건함이 느껴진다.
기도라는 것은 신과의 대화이니까 오직 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시선이 한 곳으로 모여지는 것 같다.
클라우스 수사 채플 (Brother Klaus Field Chapel) 출처: zumthor.org
그런데 자세히 보면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 벽을 보면 불에 그을린 흔적 같은 게 보인다.
화재가 났던 걸까?
맞다...
내부가 불탔다.
그러나 불을 지른 것은 건축가 본인이었다.
그는 건축 당시에 원목 112개를 원뿔 모양으로 박은 후 그 가운데는 빈 공간으로 남겨둔 채 콘크리트를 부어서 굳히고 그 안에 있는 원목을 불에 태워서 제거하는 방식으로 건축물을 완성한 하였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과감한 시도로 내부가 그을린 형태의 신비로운 작품이 탄생하였다. 건축물에 불을 지를 생각을 하다니 정말 독창적인 건축가임에 틀림없다.
클라우스 수사 채플 (Brother Klaus Field Chapel) 출처: zumthor.org
또한 벽을 자세히 보면 내부에 뚫린 수십 개의 구멍을 크리스털로 일일이 막아서 낮에는 햇빛이 밤에는 달빛이 은은하게 비칠 수 있게 하였다.
이 정도면 건축물이 아니라 예술품이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한 편의 시가 아닌가 한다. 아래 사진은 건축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가 건축하는 과정 자체가 경건한 기도와 같이 엄숙하다.
유튜브에 클라우스 수사 채플을 축소해서 직접 만들어보는 동영상들이 많이 있다. 그만큼 그의 건축방식은 여러 건축가들에게 깊은 영감과 도전을 주었던 것 같다.
스위스의 작은 도시에서 소박한 프로젝트들만 했던 페터 춤토르가 2009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받았을 때 그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건축물들을 접하고 나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건축물의 위대함을 알아봤고 찬사를 보냈다. 아래 사진은 페터 춤토르의 모습이다. 뭔가 마에스트로의 포스가 풍기는 것 같다.
그가 건축물에서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것이 분위기라고 한다.
그 건물을 처음 보았을 때의 첫 느낌...
사람으로 치면 일종의 첫인상인 것 같다.
클라우드 수사 채플은 이러한 그의 생각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경건하고 심오한 느낌이 든다.
앞으로 건축가에 대한 연재를 시작하려고 한다.
난 건축과 전혀 무관한 사람이지만 좋은 건축가들과 건축물들을 가볍게 소개하고 싶다. 좋아하는 와인을 소개하듯 가볍게...
(사실 아는 게 없어 깊이 있게 할 수도 없다^^;)
가장 먼저 페테 춤토르를 소개하는 이유는 건축의 문외한인 내가 볼 때도 일반 건축가와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짓고자 하는 건축물의 목적이 무엇인지 머리, 가슴 그리고 영혼으로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건축물의 결과물뿐 아니라 건축의 과정 자체가 장인의 모습이고 예술가이고 사람을 감동시키는 건축가이다. 다시 한번 그의 건축이 시라는 말이 와닿는다. 독일에 있는 클라우스 수사 채플에 언젠간 꼭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