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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빛창가 Jun 24. 2022

빛, 자연, 콘크리트 그리고 안도 다다오

자연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은 대체적으로 건축으로 유명한 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경우가 많다. 천부적인 재능도 중요하겠지만, 건축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아는 만큼 자신의 생각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테니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독학으로 건축을 배운 세계적인 건축가가 있다. 바로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이다. 그는 건축계에서 독보적인 존재이며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 수상자이다.


미니멀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건축!

그의 작품을 보면 자연이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안도 다다오의 대표작 - 빛의 교회, 물의 교회 그리고 물의 사원


아래 사진은 안도 다다오의 대표작 중 하나인 빛의 교회다. 그의 건축의 특징인 노출 콘크리트와 자연의 일부인 빛을 건물 안으로 들여와 교회에 반드시 필요한 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그는 교회를 짓고 싶다는 목사님의 의뢰를 받고 빛이 사람들을 모으고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을 창조하고 싶었다고 한다.


르 코르뷔지에의 대표작인 롱샴 성당에서 서로 다른 광선이 모여 하얀빛을 만드는 것을 보고 사람들도 서로 다르지만 함께 모일 때 그 존재감이 드러난 다는 것을 느꼈고 그런 의미에서 빛의 교회는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젊은 시절 르 코르뷔지에에 심취하여 그를 무작정 찾아갔으나 르 코르뷔지에의 사망으로 둘의 만남은 불발되었다.)


성스러운 느낌의 빛의 교회 [출처:안도 다다오 홈페이지]

아래 사진은 위의 건축물과 정 반대의 분위기인 물의 교회이다. 물이라는 재료를 통해서 기독교의 상징성을 잘 표현하였다.(기독교에서는 물로 세례를 받음)


또한  미니멀하고 차가운 콘크리트를 사용하면서도 물을 통해 교회라는 장소에서 필요한 성스러움을 느낄 수 있게 하였고 계절마다 바뀌는 나무들의 모습을 물에 투영하여 자연과 조화를 추구했다.


물의 교회 [출처:안도 다다오 홈페이지]

다음은 건축의 한 요소로 물을 사용한 또 다른 작품인 물의 사원이다.

안도 다다오의 작품들은 콘크리트, 철제, 유리등 현대식 건축재료들을 사용했지만 현대 건축물에서도 역사와 전통을 느끼고 사람들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다.


이 사원을 짓기위해 그는 오사카와 교토 나라에서 전통 사찰에 대해 공부하였다. 그리고는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바로 연못 한가운데 길을 낸 것이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사찰의 품위는 지붕에서 나오는 것인데 그는 과감하게 연꽃이 있는 연못을 지붕으로 대체했다.

연꽃 아래로 들어가는 것이 마치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물의 사원
안도 다다오의 건축세계


안도 다다오는 어떤 계기로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했을까? 사춘기 때 그가 살던 집을 리모델링했는데  작업자가 지붕을 뜯자 빛이 쏟아져 내렸다. 그때 방의 느낌이 빛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깨달았고 그 후 건축가나 기술자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졸업 후 몇몇 건축사무소에서 일을 했지만 누구 밑에서 일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3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그 후 1년 동안 건축과 관련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고 건축에 눈을 뜨게 된다.


학창 시절 그는 권투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권투와 건축은 닮은 점이 많다. 살아남기 위해 끝까지 집중해야 하고 도망치려 하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마 권투 할 때 상대를 쓰러트리겠다는 마음으로 건축에 도전했던 것은 아닐까?


29세에 자신의 사무소를 연 안도 다다오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은 없었다.학위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었다.안도는 뭔가 한방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스미요시 주택'이다.


나무로 지어진 주택가에 들어선 과감하게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한 주택이었다.(요즘 건축물에 많이 보이는 타공 노출 콘크리트를 1975년에 적용하였다니 놀랍다) 그가 노출 콘크리트의 대가라고 불리는 것이 이때부터가 아닌가 한다.


유명 건축가 페터 춤토르는 스미요시 주택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대부분 나무를 사용했던 주변의 주택과 차별되게 사각의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건축에서 두려워하는 어두움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 안도 다다오의 과감하고 혁신적인 모습을 보고 자신도 과감해질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건물 외부에 창이 하나도 없는 대신 하늘이 뻥 뚫린 중정을 통해 빛이 들어옴)

이 주택으로 그는 일본 건축 협회상을 받게 된다.

학위도 없는 한 무명의 건축가가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스미요시 주택, 오사카시, 1975년  [출처: 안도 다다오 홈페이지]

그의 대표작들을 통해 느낄 수 있겠지만 그는 콘크리트와 빛 그리고 그림자를 이용해 자칫 차갑고 밋밋해 보일 수 있는 건물을 꾸며준다. 콘크리트를 자유자재로 다루었던 르 코르뷔지에는 건물 자체의 조형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면 안도 다다오는 건물 자체는 완벽한 기하학적 구조이나 이러한 자연광과 그림자를 이용해 그의 생각을 표현했고 거기에 더하여 자연과의 조화와 사람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여 작업을 했던 것 같다. 아래 사진은 그의 건축물에서 빛과 그림자가 어떤 의미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안도 다다오의 빛과 그림자 [출처: vwartclub.com]

아래 사진은 지중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바다 근처에 있다. 그는 건물의 스케치를 하며 많은 요소를 고민하였다. 만약 건물이 언덕 위로 우뚝 솟는다면 아름다운 주변의 풍경을 망치기 때문에 과감하게 미술관을 지하로 넣기로 한다. 그리고 뻥 뚫린 중정을 통해 작품들에 빛이 쏟아지게 하는 것이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 그리고 빛의 혁신적인 활용이 잘 나타난 건물이다.


지중미술관, 가가와 현 [출처: 안도 다다오 홈페이지]

지중미술관과 비슷한 콘셉트의 건물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SAN이다.

보통 산 위의 건물들은 산 위에 우뚝 솟아 있는데 이 건물은 살짝 산 위에 얹어진 것 같다. 산의 굴곡에 따라 건물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다. 우리나라에도 안도 다다오의 건물이 몇 개 있다. 제주 본태 미술관, 유민 미술관등이 있고 강서구 마곡동에 LG아트센터가 새롭게 지어지고 있다.


뮤지엄 SAN, 원주 [출처: 안도 다다오 홈페이지]

안도 다다오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는 의뢰인과 굉장히 많은 소통을 나눈다. 요즘에는 소신을 가진 건축주가 점점 없어져 아쉽다고 한다. 그는 건축주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그 생각을 이해하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해결함으로써 기쁨을 느끼는 것 같다. 오늘날 투자로만 이루어진 건축물이 혼이 깃든 건축물을 대신하게 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건물은 어디인가 경쟁하는 지금의 건축계에 깊은 울림이 되는 것 같다.


아래는 안도 다다오의 사진이다. 홈페이지 메인사진인데 그의 머리를 관통하는 빛이 재미있다. 그의 다큐멘터리에 일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일을 정말 즐긴다는 생각이 든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데 굉장한 심혈을 기울이고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라도 실현시키고 싶어 한다. 반면에 제자들에게는 엄격한 것처럼 보인다. 직원들이 그를 대면할 때 긴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아마 그러한 엄격함과 완벽주의가 위대한 건축물을 만드는 힘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안도다다오가 지어준 주택에 사는게 꿈이다. (아마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그래도  조용히 바래본다.



안도 다다오 [출처 : 안도 다다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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