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대면서도 돼지고기와 깻잎을 사러가는 내가 밉다. 아들은 요리 이름을 이야기하면 요리가 뚝딱 나오는지 안다. 그 많은 준비 및 조리 과정을 지켜보지 않으니 모를 수밖에...
나 역시 그랬다.
대학생이 돼서도 학교 다녀와서 엄마에게 메뉴를 통보했다.
"엄마, 나 비빔국수... 김치 볶은 거도 넣어줭!"
엄마는 불평 하나 없이 웃으며 뚝딱 만들어 주시고는 내가 먹는 것을 눈을 반짝이며 지켜보셨다.
어릴 때부터 입이 짧았던 나는 그렇게라도 잘 먹는 모습 보이면 엄마가 기뻐한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 밥을 하도 안 먹어 엄마가 쫓아다니면서 먹이셨다고 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매끼를 책임지는 메인 셰프가 되다 보니 그런 메뉴가 간단한 게 아니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특히 깻잎전 같은 건 속재료 손질만도 오래 걸린다. 간단한비빔국수라도 국수 따로 삶고 야채 썰어 준비하고 양념장에 김치 볶는 것까지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다.
우리는 왜 그 고단한 과정을 거치며 손 많이 가는 음식을 하는 걸까?
아무리 가족이 먹고 싶다고 해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건 사랑이다!
사랑 없이는 불가능하다.
엄마는 날 사랑하셨기 때문에 자식이 먹고 싶다면 과정의 고단함을 잊어버린 채 기쁜 마음으로 음식을 해주셨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 단순한 사실을 깨닫기 전에 엄마와 갑작스러운 이별을 했다. 이제는 엄마가 먹고 싶다는 음식을 기쁜 마음으로 해줄 수 있는데 정작 엄마가 없는 게 슬프다. 우리 아이들은 나처럼 늦되지 말고 조금만 철이 빨리 들었으면 좋겠다.
언제쯤 아들이 기쁜 마음으로 해준 김치찌개를 얻어먹어 볼 수 있을까? 깻잎전을 폭풍흡입하는 아들을 보며 몰래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