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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빛창가 Jun 10. 2022

도대체 애를 어떻게 키워야 돼?

그린 마더스 클럽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

평소에 드라마를 잘 안 보는 편인데...

어쩌다  우연한 기회에 '그린 마더스 클럽'을 보게 되었다.

드라마 전개가 흡입력이 있어 16부작을 며칠만에 몰입하여 보았다.


그린 마더스 클럽은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육 현실과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엄마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좀 과장된 면은 있지만 상당히 사실적이었다. 작가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영어교육 장면에선 우리 집을 보는 줄 알았다.

아침에 영어 흘려듣기, 영어 DVD 자막 없이 보기 등등...


드라마 속의 여러 캐릭터 중에 나는 은표(이요원)에 가까운 편인 것 같다.

초등학교엔 아이들을 놀리면서 키우고 공부 학원 말고 예체능 위주로만 보내겠다고 생각했다.

유명 학습지는 시켜본 적도 없고, 수학 문제집도 초3이 되어 처음 사보았다.

아이들은 나중 되면 알아서 잘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드라마에서 처럼 내가 사는 지역도 엄마들 커뮤니티가 활발하다.

모여서 학원 이야기 공부이야기를 하다 보면, 우리 아이들은 거의 방임 수준인 것 같았다.

그나마 유일하게 시키는 것이 영어공부인데 그것도 엄마표로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엄마들 모임에서 공부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입을 다물고 묵묵히 듣고 있는 편이다.

레테, 탑반, ORT, AR 등등 암호 같은 말들도 많이 낯설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공부에 대한 가치관에 있어서 참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심하게 몇 번 나의 교육관을 피력해봤지만 크게 공감 못하는 눈치였다. 아마 속으로 이 엄마 참 세상 물정 모르는구나 느꼈을 것이다.


우리 때 엄마들은 공부에 딱히 간섭을 안 했고 덕분에 난 초등학교 때 하루 종일 놀기만 했는데...

왜 요즘 엄마들은 저학년부터 이렇게 공부를 많이 시키는 걸까?


드라마 속 은표의 대사중에 학창 시절 자기가 공부 못했던 한을 아이들 통해서 풀고자 그렇게 공부를 시킨다는 말이 나온다. 나 또한 그런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아마 그게 사실일 수 도 있을 것이다. 많은 엄마들이 그런 경우인 것 같다.


우리 집도 다른 과목은 몰라도 영어공부를 억지로 시키는 것도 영어에 대한 나의 후회와 미련이 합쳐진 결과일 것이다. (물론 엄마들의 공부에 대한 한 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시대의 변화도 부정하진 않는다. 워낙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아이들이 초3이 되자 불안함이 밀려왔다. 마냥 놀리는 것도 올해까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주변에 영/수 학원에 안 다니는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 빼고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내 눈높이에서는 공부도 별로 안 하는데 단원평가를 저 정도 받아오면(다른 엄마들은 만족 못할 만한 점수일 수 있지만) 대충 이해는 하는구나 하고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애들은 심화에 선행을 나가고 있겠지 하는 이중적인 마음이 들었다.


물론 드라마 속의 은표의 아들처럼 우리 아이들이 영재였으면 내 태도가 달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각종 경시대회에서 입상을 하고 입학이 어렵다는 영재원에 합격하고 천재 소리를 듣고....

주변에서 아이를 칭찬하고 부러워하고...

그런 아이를 둔 엄마에 대한 다른 엄마들의 대접도 순식간에 바뀐다.

이런 엄마는 학원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학원에서 모시러 오곤 한다.


드라마 인트로에보면 은표(이요원)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갑자기 신호가 바뀌어 차들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갇혀 당황하는 장면이 나온다. 요즘 나는 은표의 그 모습처럼 불안했다. 두 가지 길 사이에서 끼어 있는 느낌이다. 남들처럼 달리느냐 아니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느냐... 아마 그 중간쯤 어디인 것 같다.


출처 : JTBC 그린마더스 클럽


오늘 남편과 산책을 하며 그린 마더스 클럽 이야기를 해주고 그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 난 우리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는 게 참 다행인 것 같아...
그냥 책이나 읽히자...!!"

남편의 명쾌한 말을 듣고 나니 횡단보도 중간에 갇혀 갈팡질팡하는 나를 한쪽으로 끌어준 느낌이 들었다. 역시 나랑 생각이 같다.

지들 밥그릇은 다 가지고 태어났겠지...


드라마 속 은표는 영재 아들을 다른 엄마들이 하듯이 몰아치다가 아이가 함구증에 걸린다.

그제야 그 모든 걸 후회하고 자기 품에 안긴 아이가 아직 아기임을 깨닫는다.

나는 적어도 그런 실수는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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