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들이 머리를 자르다가 미용실 바닥에 침을 뱉었다. 머리카락이 입에 들어가서라는데 순간 너무 부끄러웠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집요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그 사실에 대해 비난하며 자꾸 그러면 같이 못 다닌다는 말을 했다. 이제 애기도 아닌데 이해가 안 갔다. 그 정도 판단이 안 되는 걸까? 키우기 힘든 아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아이들은 엄청 야무지고 자기 절제도 잘 되던데...
하지만 화가 가라앉은 후 생각해보니 별일 아니었다. 아이가 사람을 때린 것도 아니고 소리를 지른 것도 아니었는데... 그 순간 웃으며 지나갈 순 없었을까? 황당한 표정의 미용사가 나를 보며 눈으로 욕하는 것 같아 더 오버해서 화가 난 것 같다. 언제쯤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울지...
아들 키우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생각을 바꿔 보기로 했다. 내 특기인 공상을 통해서 말이다. 아들이 커서 굉장히 중요한 VIP가 된다고 생각해보았다. 우리나라 최고의 VIP가 누구인가? 바로 대통령이다. 그래.. 내 아들이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 나중에 자서전도 나오겠지. 원래 유명한 사람들은 어릴 때 괴상하게 구는 구석이 있던데 자서전엔 한결 같이 엄마들이 무한한 지지를 해주었다고 나온다.
에디슨의 엄마는 달걀을 품는 에디슨의 괴상한 행동도 인내하며 기다려 주었지 않는가...
케네디 대통령의 어머니도 말 더듬는 케네디를 지지하며 기다려주었다. 아들이 나중에 자서전 쓸 때 엄마에 대한 미담이 많도록 다음부턴 아들을 무한 지지하며 괴상한 행동을 해도 잘 커버해주자 마음먹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같은 상황이 와도 다르게 대응해야겠다는 맘이 들었고 맘이 편해졌다. 나름 나쁘지 않은 솔루션 같다. (생각해보니 아들은 나를 닮아 엉뚱한 것 같다.) 오늘도 미안하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