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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빛창가 Jul 05. 2022

필즈상 허준이 교수와 히로나카 헤이스케

2명의 인생을 바꾼 일본의 노교수

오늘 기쁜 소식이 들렸다.

한국인 허준이 교수가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물론 같은 한국사람으로서 기쁘기도 했지만 그가 수학자로서 수학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더 반가웠다. 바로 일본의 유명한 수학자이며 1970년 필즈상을 수상한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이다.


수학자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가 수학자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는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가 서울대에서 강의를 하게 되면서부터이다. 그의 강의를 들은 허 교수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히로나카 교수의 강의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악보만 읽던 사람이 처음으로 음악을 들은 것 같았다.


그의 말에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이유는 내가 수학에 눈을 뜨게 된 것이 바로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님 때문이기 때문이다. 히로나카 교수가 쓴 '학문의 즐거움'이라는 책은 내 인생을 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운다는 것, 특히 수학을 배운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깊은 통찰을 주는 책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 수학은 골치 아프고 어렵기만 한 높은 산 같았다면 책을 읽고 나서는 수학이 아주 친근한 뒷동산 같아서 다른 곳에도 가보고 싶은 느낌이 들게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이 책을 접한 나는 그 후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모험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공부했던 것 같다.


히로나카 교수의 책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자신을 평범한 사람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가우스, 피타고라스, 아인슈타인 등의 인물들은 이름을 들으면 모두 엄청난 천재 일 것 같고 나와는 무관할 것 같았는데 히로나카 교수님은 스스로를 바보라고 생각했다. 아마 진짜 바보라기보다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겠다고 다짐한 것 같다. 또한 문제를 대할 때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접근하려고 하였다.


그는 하버드에 처음 갔을 때에  20대에 필드상을 받는 번뜩이는 천재들을 만나고 자괴감을 느낄 법도 했지만  그만의 특유한 느긋함과 끈기로 그러한 상황을 극복하였다. 결국 특이점 해소에 대한 연구로 아주 늦은 나이인 37세에 필즈상 수상자가 된다.(필즈상은 40세를 넘지 않은 수학자에게만 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책 내용 중 가장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문제와 함께 잠자라'는 것이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밥 먹을 때나 잠자기 전이나 아침에 일어나서나 끊임없이 그 문제를 생각하는 자세를 말한다. 이 이야기를 실제 적용해 보았다. 잘 이해되지 않는 수학 문제를 답을 보지 않고 일주일 동안 고민하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하'하고 깨달음을 얻었다. 물론 모든 문제를 그렇게 풀 수는 없겠지만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그리고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는 끈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였다. 이런 습관은 나중에 일을 하면서도 연결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면서 꿈속에서 답을 얻은 경우도 있었다.

( 프로그래머였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은 버그에 대한 솔루션을 꿈속에서 발견하고 다음날 적용하여 실제로 성공한 놀라운 경험이 다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수학 공부를 많이 한다.

일명 양치기라고 하는데 문제의 양을 많이 푸는 것이다. 아마 어떻게든 로봇처럼 정답을 맞혀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고자 대다수 학원에서 그렇게 시키는 것일 것이다.


수학은 어려우면서도 아름다운 학문이다.

이렇게 공부한 아이들이 수학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을까? 또한 풀이과정은 생략된 객관식 문제로 아이들의 수학 실력을 온전히 판단할 수 있을까?

수학은 그 접근 방식의 다양성을 통해 발전하는 학문일 텐데 말이다.


진심으로 우리 아이들은 악보만 읽지 말고 음악을 들려주는 수학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고등학교 때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를 만나 수학에 대한 생각을 바꾼 것처럼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도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사람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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