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라빛창가 May 31. 2022

됐다! 그만 물리거라

까다로우신 장냥이님

우리 아파트 단지에는 고양이가 살고 있다.  

이사 와서부터 봐왔으니 벌써 5살은 넘었을 것 같다.  집 앞이 바로 초등학교라서 이 초딩냥이는 하교 후 쏟아져 나온 꼬마 집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어떤 아이는 집에서 먹이를 싸와서 주기도 하고 자기 간식을 나눠주기도 한다. 목마를까 봐 물을 주는 아이도 있다. 사랑을 담은 쓰담쓰담은 기본이다. 주택가 골목을 떠도는 고양이들과 달리 이 녀석은 윤이 반질반질하고 꼬리도 꼿꼿하다. 자존감이 나보다도 높은 것 같다.


우리 아이들도 이 고양이를 너무 예뻐한다. 장냥이라는 이름도 붙여주고(동네 아이들은 이 고양이를  죄다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깜냥이, 나비, 얼룩이 등등...) 가끔 참치캔을 주기도 하고 고양이 간식을 주기도 한다.


특히 언니 덕에 고양이 습성에 대해 잘 알다 보니 만날 때마다 눈을 깜빡이며 인사를 건넨다.(눈 깜빡이는 것이 인사라고 한다) 고양이는 은혜 베푸는 사람을 잘 알아보는 법... 아이들이 집으로 들어올 때 몇 번 따라 들어온 적도 있다. 우리 집이 1층이다 보니 우리 아이들의  집을 알게 된 장냥이가 삼겹살이나 생선을 구울 때마다 베란다 밖에서 울기도 한다. 그러면 안쓰러운 마음에 몇 점씩 나눠줬다.


장양이는 우리 가족이 지나갈 때마다 아는 척이라도 하는 듯 야옹거린다. 조금 전에 남편과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장냥이를 만났다. 역시 우리를 보고 야옹거리며 부른다. (장냥이는 12시에서부터 교문 옆 놀이터에서 대기 중이다.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 같다. 항상 같은 루틴이다. 고양이 몸에는 시계가 있는 것 같다)


나름대로 야옹 소리를 번역해 보았다.

"어이, 뭐 맛있는 거 없어?"

우리는 머리를 조아리며 방금 장 봐온 봉지를 뒤져봤다. 남편의 최애 템 꾸이x을 뜯어 내밀었다.

이게 뭐냥?

냥이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본다.

그런데 반전이었다.

당연히 생선이 섞여있으니 잘 먹을 줄 알았는데 장냥이 표정을 보니 눈으로 욕하는 것 같았다.

"이것밖에 없어? 에잇 물리거라!!"


당장 물리거라!!

왠지 모를 미안함에 집으로 오면서 남편과 마주 보고 웃었다.


"장냥아... 니  맘을 몰라줘서 미안... 대신 조금 지나면 꼬꼬마 집사들이 나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


하교 후 꼬마 집사들이 여기저기서 우왕좌왕 시중드는 모습을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졌다. 그중에는 우리 아이들도 있겠지... 아이들이 장냥이를 통해 사랑과 배려를 배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이미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장미꽃은 피고, 5월은 지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