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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빛창가 Jul 18. 2022

방이 두 개다

모든 일에는 반드시 좋은 면이 있다.

제주에 왔다.

3년 만에 온 것 같다.

전에 몇 번 비행기를 타봤는데 그 기억을 다 잊었는지 아이들이 비행기를 탄다며 너무 좋아했다. 이륙할 땐 긴장했는지 손에 땀이 흥건했다 ^^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놀고 있다가 더워서 에어컨을 틀었는데 고장이 났는지 잘 동작을 안 했다. 카운터에 연락했더니 지금 4인용 방이 남은 게 없어 방을 2개 줄 테니 나눠 쓰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방 하나는 3인실, 하나는 2인실 게다가 층도 달랐다.


솔직히 첫날부터 기분을 망친 것 같아 화가 났다. 하지만 맘을 가다듬고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비록 가족이 나눠져서 자야 하지만 (엄마+아이 둘/아빠) 방을 넓게 쓸 수 있고 아빠방(영화관 콘셉트의 방)에는 큰 스크린도 있었기 때문에 그 점도 좋았다. 가족끼리 따로 자보는 경험도 아이들에겐 신선할 것이다. (둘째가 아빠 혼자 5층에서 자게 됐다고 울었는데 아빠는 무척 기뻐했다는 것은 말 안 했다.^^;)


예전엔 이런 일을 겪으면 너무 속상해하며 첫날부터 운도 없구나 생각하고 여행기분을 망쳤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내가 전보다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 이유를 생각해보니 그건 매일 쓰는 감사노트 때문인 것 같다.


올 초 결심한 일 중에 대부분의 계획은 실패했지만 한 가지 성공한 것이 감사노트 쓰기다. 되도록 매일 쓰려고 노력하는데 그렇게 꾸준히 하게 된 이유는 내 의지 때문이 아니라 감사를 꾸준히 함으로써 생기는 삶의 변화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다.

전에는 어떤 일이 생기면 그 일의 나쁜 면만 보고 비관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나 감사노트를 쓰려다 보면 감사할 일을 억지로라도 짜내게 된다. 그러려면 나쁜 일이 생겨도 그 일의 다른 면을 보도록 노력하게 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감사할 일들이 더 많이 생겨나게 된다. 감사는 '행복의 마중물' 같다. 선감사 후행복이 된다는 걸 많이 경험했다.


나는 이것을 나이 40대 중반에 깨달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깨달으면 좋겠다.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살다 보니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게 딱 맞는 것 같다. 나쁜 일 좋은 일이 번갈아가며 생긴다. 그러나 그 속에서 감사하는 습관을 갖게 된다면, 모든 일의 양쪽면을 볼 수 있게 될 것이고 앞으로 펼쳐지는 인생의 파고와 맞서 싸울 무기 하나가 추가되는 게 아닐까 싶다.


오늘 감사한 것

1) 비행기 타고 무사히 제주도 온 것

2) 방을 1개 예약했는데 두 개가 된 것

3) 오늘 운전 많이 했는데 남편이 좋은 방에서 편히 쉬게 된 것

4) 이번 주 내내 비 온다고 했는데 해 뜨는 날도 생긴 것

5) 감사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


생각하면 할수록 감사한 게 많다.

내일은 감사할 일이 오늘보다 하나 더 많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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