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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빛창가 Aug 31. 2022

나는 게임을 하는 엄마다

우리 아들 게임을 어떻게 조절할까

초등학교 때 난 오락실 죽순이였다.

주로 슈퍼마리오와 *보글보글, 테트리스를 좋아했다.

동네 친구와 매일 갔었는데, 어느 날 오락실 주인아저씨가 온 지 30분도 안되었는데 집으로 가라고 하셨다.

어린 나이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눈물이 핑 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친구 엄마가 나하고 친구가 오락실에 오면 쫓아내라고 했단다.

동네에 오락실이 하나밖에 없었기에 내 오락실 인생은 그렇게 끝이 나고 말았다.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휴대용 게임기도 많지 않고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오락실에 가야만 했다.

오락실에 가지 않으니 그 긴 시간을 뭐하고 노나 고민이 되었다. 그즈음 아빠가 100권짜리 백과사전 같은 책을 사주셨다.

글이 어린이 눈높이로 쉽게 되어 있어 무척 재밌게 본 기억이 난다.

(아직도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잠시였지만 나름 오락실에서의 재미를 대신했건 것 같다. 그리고 동네 아이들과 하루 종일 놀던 시기였으니 그렇게 오락실에 빠져 있던 나는 점점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불쌍하다.

특히 도심지 아이들은 학교 끝나고 학원 뺑뺑이 도느라 놀 시간이 없다.

대신 휴대용 게임기나 패드 휴대폰 등으로 중간중간 게임을 즐긴다.

심지어 고학년들은 놀이터에서 놀지는 않고 앉아서 휴대폰 게임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쓸쓸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저렇게라도 스트레스 풀어야지 싶다가도 몸으로 놀 때인데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아이들은 아직 휴대폰이 없다. 대신 온갖 게임기를 가지고 있다.

결혼 전 회사 퇴근하고 나서의 취미 중 하나가 게임이어서 게임기는 다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이고 닌텐도 스위치는 아이들의 성화로 사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게임을 좋아한다.

닌텐도 스위치용 '모여봐요 동물의 숲'도 발매를 기다렸다 바로 구매했다.

아이들과 닌텐도 스위치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를 처음 같이 하는데 옛날 오락실에서 하던 추억이 떠올라 기분이 묘했다. 내가 벌써 어른이 돼서 내 아이들과 내 최애 게임인 슈퍼마리오를 하다니... 하고 감동이 밀려왔다. (내가 이상한 엄마인지...)


게임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문제는 게임 시간을 조절을 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겨서 해야 할 일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게임을 금지하기보다는 게임은 해야 할 일을 마친 후 해야 하는 것과 시간을 조절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초등학교 때 오락실에서 쫓겨남으로 조절이 아닌 단절이 되었었던 것 같다.(물론 대학교 때 다시 하게 되었지만 어른이 되니 게임 말고도 재밌는 게 너무 많았다.)

일종의 충격 요법이었다. 남편의 경우에는 대학교 때 스타크래프트가 처음 나오자마자 일주일 동안 밤을 새우다가 이렇게 살다 간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멈추었다고 한다.


나와 남편이 겪었던 충격요법 대신 우리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할 일을 다하고 나면 하루 30분간 게임을 허락해 준다. 대신 한 달에 한번 Free game day를 준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다만 핸드폰 게임은 눈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중간에 눈을 쉬고 하게 한다. 확실히 치팅데이를 하고 나면 게임에 대한 욕구가 줄어드는 것 같다. 게다가 10시간 가까이 게임을 하면 좀 질린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게임 좋아하는 사람은 그 느낌이 뭔지 알 것이다.(게임시간과 횟수 등의 규칙은 반드시 아이와 같이 만들어야 한다. 규칙을 만드는데 본인이 참여했기 때문에 아이가 나중에 딴소리를 안 한다.)


또 한 가지 방법은 게임 대신 몰입할 수 있는 다른 것을 같이 찾아보는 것이다.

나도 아빠가 사준 100권의 책으로 잠시나마 게임 생각을 하지 않게 된 것 같다.

우리 집은 공부를 강요하거나 책을 강요하거나 하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스스로 좋아서 읽게 된 것이 몰입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부모는 슬쩍 찔러줄 뿐...

남자아이들 같은 경우는 중고등학교 때는 운동에 몰입하게 유도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특히 중고등학교 때 농구를 많이 하게 되는데 그냥 동네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팀을 짜서 농구대회에 나가본다던지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혹시 운동을 싫어하는 친구는 큐브라던지 몰입해서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적극적으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추가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아이가 게임에 몰입하는 다른 이유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는 게임 과몰입의 이유로 소아 정신과 의사들이 많이 지적했던 부분이다.

게임의 세계는 내가 현실에서 가지지 못한 강한 힘과 뛰어난 능력 등을 발휘할 수가 있다.

그로 인해 쾌감을 얻는 것인데 아이가 너무 지나치 게 몰입한다면 생활 속에 어떤 무기력함이나 자존감 또는 친구관계 등에 문제 등이 없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게임에 대해서는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집집마다 아이들 특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게임을 억지로 못하게 막기만 한다면 결국엔 언젠간 다른 방식으로 엇나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아예 못하게 막는 상황에서 아이가 몰래 게임을 하는 것이 제일 안 좋은 케이스 같다. 죄책감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허용하되 규칙에 맞게 조절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좀 더 건강한 게임 생활(?)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우리 아이들도 알람이 울린 후 게임을 그만두는 과정이 아직도 쉽지 않고 잔소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게임은 시간을 정해 놓아야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인식한 것 같다.

가끔 아이들이 지쳐 보일 때 아빠와 엄마 vs 컴퓨터로 스타크래프트를 해주면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응원하며 너무 신나 한다. 이런 식으로 추억을 쌓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인다.


*공룡들이 나와서 적들을 버블로 죽이는 게임인 보글보글의 정확한 이름이 버블보블이었다.(Bubble Bobble) 이 포스팅을 준비하며 처음 알게 되어 좀 놀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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