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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섭 Feb 25. 2023

트로이 목마

인체 자기 방어 기전의 무력화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서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은 스파르타  왕비인 헬레네를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유혹하여 발생한  그리스와 트로이와의 전쟁이다.


그리스 스파르타 연합군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트로이성의  수비는 너무나 강력하여 뚫을 수 없었고  이에  트로이 목마를 이용한 계략으로 트로이를 함락시킨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트로이인들이 좀 더 조심하고 꼼꼼히 살폈더라면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에 대한 교훈은 여러 분야에서 참고될 수 있는데  인체에 있어서도 그러한 부분이 있어 살펴보고자 한다.


트로이 성문이 트로이 백성들의 절대적 안위를 담당하는 만큼  입구에서 철저히 검색하여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구별하고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지 않았는가  검문했을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업무를 담당함으로써  호미로 막아 가래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인체도 같은 기전을 지녔는데  모든 음식물이나 공기가 들어오는 부분인 입과 코라는 초소 역할을 하는 기관을 지나게 된다.

 어릴 적 소가 산이나 들에서 풀을 뜯어먹는 것을 보면  긴 혀로 훑어  먹는데 특정 식물은  피해서  먹지 않는 것을 보면서 신기해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소가 본능적, 경험적으로 해가 되는 식물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조건(임신이나 질병)에서는 선호하는 식물(음식)이 바뀔 수 있다.

 

 냄새 맡고 맛을 봄으로써  전체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없는지, 아니면 꼭 필요한 요소인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각으로 표출한다.

가령 뷔페에 가면  각자의 취향이 있어  2만 원짜리를 가나 20만 원짜리 뷔페를 가더라도  선호하는 음식이 거의 정해져 있다. 맛있게 먹은 음식은 기분도 좋고 적당한 포만감에도 무리가 없지만  혹여  돈이 아까워서 먹기 싫은 음식을 강제로 먹게 되면 거의 예외 없이 속이 더부룩하거나 배탈이 난다.

즉 입은 정확히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를  입맛으로 표현한다.


이는 한약의 섭취에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어떤 약은 처음엔 잘 먹히다가 점차 싫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처방이 정확하지 않거나 또는 이미 요구 사항이 충족된 경우 거부 증상을 보인다.  이런 약을 강제로 오래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몸에 항시 필요로 하는 요소가 있는데 이런 처방은 수년을 복용해도 질리지 않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누구보다 내 몸을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일 수밖에 없으며 누구보다 나 자신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약이나 음식은 쓰든 달든 입의 까다로운 검문을 거친 뒤에 안전이 확보된 상황에서 체내 통과를 허용하는 반면  대개의 약물들은 캡슐이나  당의정으로 코팅하여 내용물을 맛보고 검색할 사이도 없이 물로 마셔 넘겨버린다. 또는 시럽으로  본래 약 성분 맛을  속여  섭취한다.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떳떳하지 않은 방법임에 틀림없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침범으로 일시적인 항균, 항바이러스를 위해 복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내 몸의 의견은 전혀 무시되고  약 성분이 들어와서 임의로 몸 상태에 변화를 주는 것이 과연 항상 옳은 일일까? 하는  의구심을 씻지는 못한다.


혈압약, 당뇨약, 각종 영양제등 소위 건강을 위한다는 약들이 과거 세대에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접근성이 떨어졌는데  그때보다 더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거의 듣지도 보지못한 알레르기, 류머티즘, 당뇨합병증, 대사질환의 폭증은 과연 그것들과 무관한 일일까?

 

의료기관은 많이 생기면 안 되는 업종이다.  왜냐하면  진정한 의술의 목적이  환자를 치료하여

약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므로 병원이 생길수록 환자는 줄어야 한다.

하지만  대형 병원에는  여전히 환자로 넘쳐나고 더 많은 대형병원이 설립되는  아이러니를 보이고 있다.

 

병을 만드는 것도 나 자신이지만, 또한 그 병을 치료하는 주체도 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약 내 몸이 요구하는 사항이 생기면  그것은  평소에 없던 증상으로 나타난다.

아기가 배고프면 울어 엄마 젖을 찾듯이  우리 몸의 불편한 증상도 그 자체가 병이 아니라

요구사항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아기가 말은 못 하지만  필요로 하는 것이 충족되면 저절로 울음을 그치듯이  우리 몸도

요구사항을 증상으로 적극적으로 호소하고 있으며 여러 분야 중 입으로 섭취하는 것에 있어 그것이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닌지를  식욕이나 후각 등을 통해서 검증하는 것이다. 의료인의 역할은 몸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려주는 데 있어야 하며 우는 아이의 입을 막는 행위(대증요법)는 특별한 경우 외에는 상황을 악화시킨다. 

 

필요한 것이 들어오면 제반 증상이 좋아지고 건강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불필요하거나 심지어  싫어하는 것을 강제로 투여하게 되면  병이 더욱 위중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그것을 판단하는 분수령이  트로이 성문 즉  입과 코이다. 우리는 단지 입에서 맛보고 코에서 냄새 맡는  수문장 역할을 충실하게 도와주면 되는 것이다.


동물들이나  자연에 사는 사람들이 의사가 없어도 굶지만 않으면  대개 천수를 누리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중요한 트로이 성문을 너무나 쉽게 개방하는 것은 아닌지, 무의식적으로 입에 털어 넣는 것들이 행여 트로이 목마는 아닌지 한 번쯤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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