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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섭 Mar 04. 2024

기호지세(騎虎之勢)

대증 요법 치료의 위험성

호랑이 등을 타고 있는 상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태를  기호지세라 하며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의미와 같이 사용되는 구절입니다.


일상에서 쉽고 편하게 일을 처리하고자 할 때 흔히 겪는 일로  욕심이  정도를 벗어나게 할 때 자주 발생합니다.


대박을 노리거나  적절한 방법이 아닌  편법을 통해 일을 해결하거나 궁지를 벗어나려고 할 때  대개는 더 큰일을 당하여 패가망신하거나  물질적 정신적 손해를 보는 일이 일상에서 흔히 보게 됩니다.


이와 반대되는  말로  군자 불유경(君子不由徑)이란 말이 있는데  `바른길로 가야지 지름길로 가지 말라`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살면서  굳이 막힌 길을 기다리는 것보다 똑똑한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빠른 길이 있다면  그 길로 가지 않는 것이 우매할 수도 있겠지요?(여기서는 이런 의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를 무시하고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물만 쟁취하는 것을 의미함은 다들 아시리라 봅니다)


모든 결과는 반드시 원인이 있습니다.


시루에 쌀가루를 얹고 떡을 찌면  김(증기)이 한 구멍을 통해 집중적으로 방출됩니다.

떡 입장에서 보자면  열을 많이 받았으니  김을 통해 방출하는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는 시간이 지나  불을 끄거나 줄이면  저절로  해소되는 부분이지요.


그런데  그 이치를 모르면 당장 그 김이 나는 것을 막고자  밀가루로 구멍을 막으면 당장은  막히게 됩니다.

하지만 조금 뒤엔  더 큰 압력이 작용해서  김의 방출 세력이 강해지거나 또 다른 곳에서 김의 방출이 나타납니다.


다시 그것을 막기 위해 부랴부랴  밀가루를 개어서 구멍들을 막게 되고  그럴수록  더 강열하게 반발되기 시작합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될뿐더러  증세를 더 악화시키며  어느 순간부터는  손을 대도 제어가 되지 않으며 또한 방치하면 처음보다 증상이 더 심해지는  말 그대로  진퇴양난, 기호지세에 빠져버립니다.


보통 사람들이 많이 겪는  두통, 불면, 관절통, 위장장애 등등을 주원인으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면

대개 신경성이니 스트레스니 하는 진단과  처방을 받게 됩니다.


즉 정확한 원인이나 기전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사실은 반드시 그래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단지 그것을 인지 못하였을 뿐이지요)


그러면  원인은 모르지만 괴로운 증상들을 없애거나 줄여주는 처방을 받는데  이것이 대증요법입니다.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수면 보조제나 감기약, 관절약 등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너무나 쉽게 입문하지만  바닷물 마시면 더 갈증이 나는 것처럼  고행의 수렁에 빠지는 것을  너무 자주 봅니다.


모든 생명체가 생로병사의  엄격한 법칙에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질환도  대개는 이 법칙을 따르게 됩니다.


과거  종종 그런 기억이 있었을 겁니다.

못 견디게 아프거나   괴로웠던 증상을 앓았었는데  어느 순간  저절로 나아 있는 지금의 나를 발견하는 것 말입니다.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술이나 담배에 손을 대는 사람들은  그 순간에는 희열을 느끼지만  점점 더 의존적이 되며  요구량이 증가하며  그것이 제공되지 않으면 겪는  괴로움은  처음의 그 스트레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담배를 끊는 사람 보고 독한 사람이라고 하듯이 금단 증상은  쉽게 그  그물을 벗어나지 못하게  올가미로 작용합니다.


수술을 요하거나 결핵처럼 원인이 존재하는 경우라면 예외로 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주관적인 통증이나 불편함을  쉽고 빠르게 없애준다고 제시하는 수많은 처방들은  치료라는  이름으로  유혹될 수 있고  

자칫 술 담배보다 더 끊기 어려운  상태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는 곧 자연의 순리를 깨버릴 때 겪는  엄중한 혼돈과  괴로움이며  또한  정상적인 자연의 흐름으로 회귀하기가  매우 어려워졌음을 의미합니다.


그 결과 점점 복용하는 약의 종류나 양이 많아지는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봄에 벼를 뿌리면  여름의 뙤약볕과 농부의 수고로움을 거쳐 가을에  알곡으로 수확하듯이   질병이나 질환의 치료에도  자가 치유를 위한 시간이 필요로 합니다.


섣부른 대증요법은  마치 씨를 뿌리고  바로 결실을 얻고자 하는  얌체 심보와 다름없으며  반드시 경계해야 할 사항입니다.


물론 무조건 대증요법을 써지 말자는 것은 아닙니다.  말벌에게 물리면  혈관이 팽창하여 저혈압으로 쇼크 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급히  에피네프린 등으로 혈관을 수축시키는 요법을 사용합니다.


대증요법은  잠시 아주 특별한 경우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지 반복적인 사용은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효능은 칼의 양면입니다.  정확한 선택은 칼자루를 쥐는 것과 같다면  그렇지 못한 경우는 칼 날을 잡은 것이므로 반드시 스스로를 힘들게 만듭니다.


불면이나 불안, 통증, 감기 등은 비교적 쉽게 치료가 잘 되는 병입니다.

단! 병원 처방을 오래 받은 분들은  그 약을 끊는 것이 우선이므로    본인의 의지가 요구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로  치료 과정도 더 길고 과정도 순탄치 않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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