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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矛盾)

자연치료와 항생제

by 정희섭

모순은 창과 방패라는 의미로 이것에 관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지요?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과 반대로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는 방패!

낱낱으로 놓고 설명하면 이해가 되지만 한자리에서 창과 방패를 놓고 얘기를 하면 서로 심각한 논리적 결함에 빠지게 됩니다.


여기서는 그 논리적 모순을 언급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병균과 인체의 공격과 방어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인간의 오랜 조상이 세균 같은 미생물에서 출발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종의 분화에 따라 포유동물 같은 고등 동물로 진화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미생물로 남아있기도 합니다.


미생물은 그 나름의 영역을 확보하여 살고 있어 특정 생물에 공생을 하거나 적절한 환경에 터를 잡고 살아오고 있습니다.


마치 지금의 국가처럼 나름 영역을 고수하며 살고 있는데 상대방의 세력이 약해지거나 경계선이 무너지게 되는 등의 이유로 다른 영토로 진출하게 되는데 미생물(병원체)의 침범을 감염되었다고 인식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시작합니다.


생물의 역사에서 이런 침입은 너무나 자주 발생하여 대부분의 생명체는 이에 대한 대응법을 매우 잘 갖추고 있습니다.


수백만 년 이상의 인류 역사를 가진 지금의 인간은 그 수많은 선조가 수없이 많은 질병, 전쟁, 외상 등에도 운 좋게 죽지 않고 지금까지 연연히 내려오고 있으며 유전자에는 그것에 대한 기억과 대응책을 기록해 두고 있습니다.


그 정보를 책으로 비유한다면 현대 의학이 축적한 지식은 감히 엄두도 못 낼 정도의 방대한 데이터를 가졌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AIDS처럼 인류 역사에 처음 경험한 병원체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치료책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에 들어온 병원체는 싸워본 경험이 없으므로 적합한 항체를 갖추지 못해 많이 시달리는 편이나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대응책을 강구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말입니다.


항생제의 등장은 처음엔 그 효과가 드라마틱 했습니다.

항생제는 대부분 병원균의 세포막을 약화시켜 터트리거나 대사를 방해하여 병균들에 사멸하게 하는 기전으로 작용합니다.


자연계에서 항균작용은 자기 주도형이고 복합적이나 스스로에 미치는 부작용은 거의 없습니다.

피해를 당한 개체가 주가 되어 항생물질을 분비하거나 또는 다른 생물이 지닌 항균물질을 빌어 퇴치를 하게 하며 수단도 여러 가지를 동원하여 병원균이 내성을 가질 가능성을 줄입니다.


반면 항생제는 특정 성분을 외부에서 주입하여 특정 세균에게 항균 목적으로 사용하지만 인체도 세균처럼 작은 세포들의 집합체로, 항생제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읍니다.


결정적으로 체내에 공생하여 잡균의 번식을 막고 소화 흡수되기 어려운 영양소를 분해하여 필수 아미노산 등을 섭취할 수 있게 도와주는 유익한 체내 유익균들까지도 항생제로 인해 몰살 당할 수 있습니다.


병원균 또한 자신들의 무리에서 경쟁을 하게 되는데 항생제의 투여는 생존을 위협하므로 세포벽을 강화하거나 평소보다는 더 많은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에너지 소모가 늘어나게 됩니다.


이는 마치 현 전쟁터에서 포의 발달로 인한 탱크가 증가 장갑을 둘러 방어력을 올리는 것과 같습니다.

포탄이 난무하는 전쟁 시에는 확실히 도움이 되지만 일상에서는 탱크 무게의 증가로 연료 효율이나

운행에 있어 효율 감소는 불가피합니다.


병균의 입장에서도 항생제의 투여는 살기 위해서 평소보다 무리한 투자를 해야 하여 항생제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게 됩니다.


처음에 효과를 보았던 항생제가 곧 효과를 잃어버리게 되면 더 강한 항생제를 투여하게 되고 그런 과정을 거쳐 병원균도 더욱 강력하게 진화합니다.


마침내는 어떠한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내성을 가진 병원균이 등장하여 심심찮게 뉴스에 등장합니다.


중무장된 병균은 살기 위해서 부득불 무장한 것인데 이는 항생제가 그 원인이 됩니다.

항생제 전쟁의 결과는 강력해진 병균과 나약해진 인체로 항생제를 투여하기 이전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중무장한 세균은 다른 정상적인 세균에 비해 생존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물론 전쟁 시(항생제 투여)에는 굳건한 방어막이 제 역할을 하지만 평소에는 활동력 에너지 대사 효율 저하 등 같은 무리에서 핸디캡으로 존재하므로 생존에 불리한 입장에 처하고 도태됩니다.


미생물은 고등동물처럼 유산소 대사를 하지 못하므로 꾸려나갈 충분한 에너지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수억 년을 지나도록 형태가 커지는 등의 진화를 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고인이 되신 저의 부친께서 발목관절에 심각한 감염이 생겼었는데 평소 발목 복숭아뼈의 군살을 칼로 긁으시다가 감염이 되셨습니다.


근처 병원에서 심각한 소견과 강력한 항생제를 1주일간 정맥주사로 치료했지만 전혀 차도가 없었고 경우에 따라 절단할 수도 있다고 하여 퇴원하고 한약으로 치료를 하였습니다.


지네와 몇 종류 한약을 갈아서 막걸리에 타서 드시는 치료를 하시고 한 달 내에 완치가 되셨습니다.

강한 항생제는 병원균의 반발을 유발하고 아울러 인체도 면역력의 저하를 유도하므로 예상처럼 얻는 이익이 없었는데 한약 치료는 자연의 치료방법을 가차하여 사용하였습니다.


지네는 습하고 눅눅한 곳에 잘 사는데 그곳은 곰팡이나 온 갖 세균들이 번식하기 좋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지네가 깨끗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지네 몸에는 거기에 사는 많은 세균이나 곰팡이류에 광범위한 항생작용을 지니고 있음을 말합니다.


관절 부위로는 혈류 공급이 잘되지 않으므로 술의 힘을 빌려 약성을 잘 전달하려는 목적이었고 입을 통해

복용할 때 한약의 작용으로 위와 장을 거쳐 유효 성분만 흡수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즉 오랜 세월 동안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얻은 지식을 통하여 강압적인 치료를 통하지 않더라도 더 효율적으로 병원균을 퇴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참고로 아버님 지인도 같은 증으로 병원에서 치료하다 결국은 절단 수술을 받으셨다 하셨습니다.


세상은 톱니처럼 모두 어울려 살아갑니다.

먹이 피라미드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전체 먹이 사슬에 심각한 혼란이 오듯이

미생물도 존재 의미가 있습니다.


나름 잘 다독거려 스스로 물러나게 해야지 너 죽고 나 살자라고 달려들면 대부분 지는 게임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주위에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며 내 목숨이 중요한 만큼 걔들도 안 죽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튼튼하면 감히 침범하기 어렵고 침범하더라도 비교적 쉽게 쫓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약해지면 수시로 침범해 들어올 것이며 항생제나 감기약 같은 것이 내 면역력을 깎아 버리는 주요 요인임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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