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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섭 Feb 17. 2023

한의학은 과학인가?

한방의 치료 원리

`도 (道)`라고 칭해지는 것엔 여러 가지가 있다. 동양 철학에서 여러 형태로 언급되는데  중요한 규칙이 하나 있다.  근거가 없거나 내용이 틀리면 잠시 세상을 떠들썩하지만 곧 사라지는 뭍 이론이나 광고들처럼 흔적도 없어진다. 반면 도(道)는  직역하면 `다니는 길`이라는 말 뜻인데   그대로  통행할 이유가 있다면 사람들의 왕래가 지속되어 길의 형태를 유지하게 된다. 만약  이유가 사라지면 그 길은 조만간 잡초와 수목이 무성해져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

 

학문이나 한의학도 마찬가지이다. 존재 가치가 없어지거나  오류가 있다면 그 명맥은 곧 끊어지게 될 것이다.  다행히  한의학은 비록 주류는 아니나 지금껏 남아있는데  이는 어떤 형태든 그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방증한다.

하지만 한의학의 표현이 일견 애매모호하게 들리고  양방처럼 체계적인 시스템이 부족하게 보여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부합하기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한의학이 어떤 관점으로 인체 건강에 도움을 주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선택할 즈음  대학병원 같은 대형 3차 의료기관이 설립되어 있는 양방의 의료체계는 대단함 그 자체였으며 모든 병은 저곳에서 전부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한의학 수업과정에 양방에 대한 교육도 같이 받는데  생각보다  큰 괴리가 보였다.

치료 원칙은 원인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것이 안되면 당연히 치료는 선무당 사람 잡는 형국을 벗어날 수 없다.  흔히  무슨 무슨 증후군이라든지  체질, 환경, 나이, 스트레스 등을 질병 원인으로 삼는 것은  정확히 그 원인을 모른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특정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처럼 똑 부러지거나  외상 등 눈에 보이는 것은 치료 대상을 특정할 수 있지만  통증, 피로, 당뇨, 고지혈증 등 현대인들이 많이 겪는 대다수의 병증들은 애매모호함의 연속이다.

당연히 근원적인 치료법은 존재하지 못하고 대증요법으로 숨기기에 급급함을 벗어나기 어렵다.

 한의학의 질병관은 양방의 그것과 차이가 있다.  한방은 종합적으로 본다면 양방은 분석적이고 지엽적으로 세밀하게 파고든다.

비유컨대  고추 농사를 짓는다고 가정하면  날씨가 흐리고 비가 계속되어 높은 습도가 지속된다면 탄저병의 발생률이 급격하게 높아진다. 즉 고추는 맑고 비교적 건조하고 고온인 조건에서 잘 자라는데 환경이 적절치 못하면 저항력이 떨어져 탄저균의 침입을 쉽게 허용하게 된다.  양방의 관점이 감염된 탄저균의 박멸에 관심을 두어 치료에 임한다면, 한방은 기후의 변화를 유도하여 고추의 면역력 항상에 더 목적으로 한다고 이해하면 좋겠다(물론 감염 치료를 포기함을 말함은 아니다).  

초기에는 국소적 치료가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비록 초기 감염을 어찌 막았다 해도  습한 조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재발의 개연성은 항상 열어둔 상태이고, 더욱이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의 투여나 살포는  숙주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되고 면역력의 약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져  재발의  위험성을 고조시킨다. 궁극적 해결책은 숙주에게 가장 쾌적한 조건을 제공해 줘서 숙주로 하여금 왕성한 면역력을 발휘케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 방법이다.

인체를 소우주라고 하는 것은 곧 자연의 한 단면을 그대로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내 몸속에 또 내가 있다고 생각하면 제때 자고 먹고 활동하는 정상적인 생활은 정상적인 생체 리듬을 유지하게 한다. 만약에 생활 환경의 변화나  여러 심리적, 육체적 요인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 영위가 어려워지면 자연히 생체 리듬의 변화가 초래된다.  이는 마치 위에서 언급한  비정상적인 기후를 초래하는 것과  같으니 고추가 탄저병에 잘 걸리는 것 같이 인체도 여러 질병과 불편한 증상들이 만들어진다.

만약 이러한 불균형이 생긴다면 한의학은 어떻게 치료하는가?

자연에는 이러한 모든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대응법은 동물과 식물에 따라 다른데 동물은 뜨거운 폭염을 피해 동굴로 가거나 그늘을 찾아 쉬는 등 능동적 회피를 통해 균형을 유지하는데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인간은 인공조명, 사회의 복잡성으로 제때 쉬어주지 못하여 불균형이 점차 심화되기 시작한다.

식물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는데 자극에 대한  반대의 속성으로 그 자극을 와해시키거나 완화시킨다. 동물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운명을 타고났으므로  오롯이 그 자리에서 모든 자극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인삼은 음랭한 곳에서 자라 냉해 피해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열을 갖는 속성을 지녀 냉해에 대응하고, 반면에  사막의 뜨거운 기후에서 자라는 선인장, 알로에, 수박 같은 것은 수분을 많이 저장하여 건조함에 대응하고 냉기를 갖는 속성을 지닌다. 연근같이 물속에서 자라는 것은 내부 조직에 공기구멍을 가져 산소의 부족과 습기의 침습에 대항하는 것처럼  식물은 동물보다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 자연의 변화에 대응법을 개발하여 왔다.  

또한 식물 역시 곤충이나 미생물의 침습을 받는데 여기에 적극적인 항생물질을 합성하며 실제로 많은 의약품이 이를 근거로 많이 개발되었다. 

한의학은 인체의 불균형이 발생 시 그것이 열로 인한 것인지, 냉으로 인한 것인지, 습으로 인한 것인지

등을 살펴 그 부족하고 또는 지나친 것을 자연(주로 식물)에서 그 반대의 속성을 지닌 약물을 채취하여

복용함으로  인체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다.  또한 식물이 합성한 항생물질을 이용하여 감염성 질환에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동물과 식물은 진화론적으로 그 뿌리를 같이하고 상당수 유전자가 서로 같거나 유사성을 보여 식물이 가진 능력을 차용하여도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노자의 天網恢恢 疎而不漏라는 말이 있는데   잡초가 아무리 무성해도 서리 한방에 초토화되는데  즉 

계절의 변화처럼 전체의 변화에는 포함되는 모든 부분들이 영향을 받지 않음이 없음을  말한다. 

자연에서 동물들을 보면 인간처럼 제때  먹지도, 깨끗한 물을 마시지도, 긴박한 먹이사슬 속에 있음에도 

전염병이 없다면 대개가 제 수명대로 잘 사는 것을 보는데  이는 내재된 자가 치유력 때문임을 알 수 있고

인간도 그 조건만 잘 유지한다면 별 탈 없이 정해진 수명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한의학에서 걸핏하면 음양(陰陽)이 어떻고 화(火)가  많으니 적으니 하는 것들은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깨진 부분의 한열(寒熱)이나 조습(燥濕) 등을 판단하여  해당 부분을 가감함으로써 인체가 가장 평안한 조건을 갖게 하여 스스로 제반 병증의  퇴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본 논리이다.

그래서 균형이 잘 이뤄졌음을 수화기제(水火旣濟-물과 불이 적절하게 존재하면 끓거나  얼지 않는 평온한 상태)라 하고 그렇지 못하여 균형이 깨진 상태를 수화부제(水火不濟)라 하며  음양의 조화 여부도 이와 비슷한 이치로 사용된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인지하듯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앓고도 별 탈 없이 저절로 치료됨을 볼 때 어떠한 코로나 치료제 보다 인체의 면역력이 훨씬 강력함을 가진다.

누구나 천군만마의 군사력을 가진 건강체를 지니고 있는데 관건은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의 조성이 가장 큰 이슈임에 틀림없고  한의학은 그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울러 한의학에서는 심신수양이니 음식 관련 등 생활적인 면을 많이 강조하는 것도 인체의 바른 생체리듬의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매일 먹는 밥은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평생 질리지 않는 면이 있다. 반면 달콤한 빵이나 색다른 음식은 당장의 만족감은 무척 크지만 쉽게 질리어 내내 먹기 어렵다. 중간중간 색다른 것도 필요하지만 근간을 이루는 요소는 공기처럼 그것이 없을 때 그 아쉬움이 진해진다.

한의학이든 양의학이든 환자의 질병을 하루빨리 완치시켜 주는 것이 최고이다.  외과적 처치나 급성 전염병처럼  의학의 힘이 절대 필요로 하는 부분도 있는 반면  신체 리듬의 부조화로 파생되는 많은 병증에 한의학은 탄탄한 뒷받침으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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