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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섭 Feb 21. 2023

상열하한(上熱下寒)이란?

상열하한의 발생 원리


일상에서 어디가 불편하면 약간의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흔히 `그것은 위는 뜨겁고 아래는 냉해서 오는 것`이라고 자주 회자되고 있다. 사실 거의 모든 증상은 이 범주에 벗어나지 않는다.


통칭 `머리가 지끈거린다(찐다(蒸)는 의미)` `얼굴이 상기된다``눈이 빠질듯하다(두개강 내의 압력을 받아 안구가 외부로 압박을 받는 상황으로 열팽창)``가슴이 답답하다``입이 마르거나 쓰다`등 배꼽 위의 모든 불편한 증상은 열의 속성을 포함하고 있다.


한편 배꼽 아래로 `환도 시다(시리다는 의미로 냉함을 의미하고 환도는 혈자리로 둔부에 있음)``무릎이 시큰하다``아랫도리가 시리다`등 모두 냉한 증상을 표현한다.

반대로 가슴이 시원하다 머리가 시원하다 등의 표현은 상부에 열기가 없어지고 되레 서늘한 기운이 있을 때, 또한 아랫배가 훈훈하다니 아랫도리에 훈기가 도는 등 하부에 더운 기운이 가면 최고의 컨디션을 나타내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이는 냉기가 상부에, 열기가 하부에 존재하는 것이 좋은 조건이며 반대로 상열하한인 경우에 문제가 있음을 표현한다.

뜨거운 것은 밀도가 적어 가벼우므로 위로 상승하고, 냉한 것은 밀도가 높아 아래로 침강한다. 마치 병 속에 물과 기름을 섞어 놓으면 점차 기름은 위로, 물은 아래에 몰려 서로 막을 형성하여 교류하지 않는 지극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인체는 서로 교류가 있어야 신진대사를 하고 체온을 골고루 나눌 수가 있는데 만약에 이와 같이 상열하한 패턴으로 간다면 상하의 교류가 없어져, 인체의 상부는 열이 밀집해서 이것으로 인한 제반 증상이 생기고

하부는 반대로 냉기로 인한 고통에 시달린다.


인체는 체온 36.5℃에 특화되어 신진 사가 활성화되도록 적응되었기 때문에 이 온도를 벗어나면 건강에 심각한 문제로 다가온다. 따라서 인체 상부는 열을 방출하기 위한 기전을 동원해야 하는데 그것이 발열, 발적, 압력 증가 등으로 열의 방출을 늘리려고 하고 제반 증상은 이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동반되는 현상일 따름이다. 또한 신체 하부도 체온 36.5℃에 맞추려고 열을 보온하고 냉기의 침습을 막기 위해 냉기에 민감하게 하여 추위를 많이 타게 한다.


그러면 왜 상열하한 증상이 생기고 그 대응책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이해를 돕기 위해, 가정에 있는 온돌 시스템으로 비유해 보면

벽에 붙은 보일러에서 열을 발생시키고 있는데 방을 데우기 위해선 아래로 열을 전달할 냉각수가 필요하다.

우리 몸도 열의 주 발생지가 속칭 `속`이라 불리는 가슴속 기관들과 뇌에서 열의 발생이 많은데 마치 보일러처럼 상부에 위치하고 있다. 하부인 방바닥은 우리 몸의 사지와 아랫배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냉각수 역할을 하는 그 무언가가 속열을 사방으로 분포 시킴을 유추할 수 있다.


일견 혈액 순환을 생각할 수 있는데 속의 열을 신체 사방으로 보내는 것을 보면 기본적 개념은 맞다.

하지만 수족 냉증이 심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객관적 혈액 순환의 차이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온몸으로 열을 전달하는데 숨겨진 조건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혈액 순환은 폐쇄순환계이다. 즉 전체를 하나의 관으로 연결되어 심장에서 출발한 혈액이 전신의 혈관을 돌아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 구조이다. 혈관계를 단순하게 튜브라고 가정하자.


튜브의 윗부분은 인체 상부를 지나므로 뜨거운 곳에, 나머지 절반은 수족을 포함한 하체의 냉한 부분을 지나는 구조라 가정하자. 튜브 안의 공기 절대량은 일정하므로 열을 받은 부분의 튜브는 팽창하면 냉한 부분에서는 수축해야 한다.


정상 조건 즉 온도의 편차가 적은 튜브는 전체적으로 흐름이 원만하여 열을 골고루 잘 전달하고 또한 과열됨이 없게 하나 상열하한의 경우 하부는 냉기로 인해 혈관이 수축하고 이에 따라 혈류량이 현격히 줄어 열을 잘 전달하지 못하여 냉기를 효과적으로 쫓아내지 못한다. 아울러 상부의 속열은, 하부를 돌아와 식은 혈액으로 식혀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여 상열하한의 조건은 그대로 지속된다.


결국은 속열의 과잉 발생이 전체적인 혈액 순환에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임을 알 수 있는데 속열은 왜 많이 발생하는가?


심장이나 폐 뇌 간 등의 `속`이라고 칭하는 장기들은 잠시라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만 하는 기관들이다. 일에는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고 필연적으로 열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낮에는 활동을 하면서 생긴 열을 외부로 방출하고 밤에는 활동을 멈추고 수면을 취하면서 속의 기관들도 덩달아 쉬어 과열되지 않게 한다. 만약에 밤에 잠을 자지 않거나 수면의 질이 좋지 않으면 계속 기계를 돌리는 것처럼 에너지 소모와 과열을 유발하게 된다.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고 빛의 공해가 적어 비교적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조건이 되고 자외선 같은 위해 요소 가 없어 안정된 상태에서 유전자를 복구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낮에는 기온이 높아 열을 내리는데 효율이 적을뿐더러 밝은 빛이 눈을 자극해서(아침과 낮의 청색광은 인체로 하여금 각성을 유도하는 신호이다) 깊은 잠을 방해하므로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생체 리듬을 깨므로 낮잠을 자고 나면 머리가 아프거나 되려 나른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수면 효과는 밤잠에 비할 바가 못된다.


수면(밤잠)을 충분히 취하면 과열되었던 부분을 충분히 식혀 줌으로써 머리가 맑게 기상하게 한다.

밤의 기운으로 신체의 과열을 제어해 주는 요소를 한방에서 음기(陰氣)라고 하며 여러 분야에서 응용된다.


또 하나 속열 과잉의 주범은 열을 많이 방출케 하는 인공 화학 물질(양약이나 비타민 같은 영양제 등)이나 열을 조장하는 생약(홍삼, 인삼 등)을 장복하는 경우인데, 특히 현대 의학의 치료 개념은 칼을 휘둘러 적을 제압하는 것처럼 증상을 없애는데 목적을 둔다. 이는 반드시 어떤 액션을 취하게 인체를 다그치는데 이때 화(火)를 유발하는 생리대사를 발현시킨다. 구체적으로 양전하의 과잉을 유발하여 결국 속열의 폭주를 부른다.


그래서 양약을 오래 드신 분들 중에 몸이 부은 사람들이 많은 까닭은, 속열로 인한 열팽창으로 체간 상부로 부푸는 증상이 생기게 된다.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인한 `쿠싱 신드롬`도 그 한 예이다. 또한 속열이 많은 환자는 위에 언급된 것처럼 수족이 냉한 수족냉증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몸이 찬 것으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홍삼이나 생강차 오메가-3등 냉증이나 혈류 개선제를 장복하면 냉증이 더 심해지고 가슴이 갑갑한 증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왜냐하면 더운 속성의 약재는 상열하한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정상적인 생체 리듬의 회복이 치료의 기본이며 이를 바탕으로 신체의 자생기능을 믿어야 한다. 언급한 것처럼 상부의 열로 인한 증상은 비례해서 하부에 상응하는 냉증을 유발하니 치료는 두 증상의 균형을 잡는데 목표를 둬야지 잡초 뽑듯이 하나하나 치료해서는 해결하기가 거의 불가능할뿐더러 전체 밸런스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한방의 치료법은 음기를 도와주는 처방으로 상부의 열을 식혀주면 비례해서 하부의 냉기가 서서히 물러나는 이치로 처방하고 침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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