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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섭 Aug 19. 2023

아니땐 굴둑에 연기나랴?

질병의 원인과 증상에 대한  인식

한세대 전에만 하더라도 시골의 풍경은  저녁 굴뚝에서  솟아나는 밥 짓는 연기가  연상될 정도였지만 지금은 드문 풍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새로운 환경은  편리하고  정리된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때론  자연 그대로의  적당한 어수선함이 그립기도 합니다.  


길가에서 뽑은 무를 대충 바지춤에 슥슥 닦아  앞니로 토끼처럼  껍질을 벗기고  아직은 흙 기운이 묻어있는  속살을 아작아작 씹어 먹던 그 시절이 말입니다.


주제에서 좀 벗어났네요.


굴뚝의 연기는  반드시 아궁이에  어떤 물질을 태워야만 발생하는 현상이지요.

외부에서 볼 적엔 굴뚝 연기만 보일 따름입니다만  경험에 의해서 무엇을 태우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가곤 하지요.


젖은 나뭇단을  태우면  짙은 흰 연기가 나고  고무나 플라스틱을 태우면 검고 탁한 연기가 나는 것처럼

굴뚝 연기는 태우는 행위가 전제되어야만 하며 그 종류나 조건에 따라  연기의 변화가 생김을 알 수 있습니다.


인체도 마찬가지입니다.  표현되는 모든 증상들은  굴뚝의 연기와  같으며  반드시 원인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인체의 증상에 대한 대처법은  굴뚝 연기를 대처하는 그것과 동일합니다.


연기를 없애는 첫 번째 방법은 당연히 아궁이의  불을 끄는 것입니다.   인체에서도  평소와  다른 어떤 증상이 생겼다면  병인(病因)이 생겼고 필연적으로 굴뚝의 연기처럼  표현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그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증상을 없앨 수 있습니다.


비유컨대  장(腸)이 냉하면  장내 유익한 세균과 효소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으므로  소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내용물은 신속히 배출되어야 합니다.  우리 몸에 공생하는 유익균은 정상체온에서 가장 활성화하도록 진화되었습니다.


적정 온도나 조건이 변경되면  다른 세균이 번창하게 됩니다.

영양분을 지닌 내용물은  병원균들도 탐낼  상황이므로  설사를 시켜  원인을 제거하려고 합니다.


크론병 같은 만성 장 질환의  주원인인데   여기서는  장(腸)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면 됩니다.  즉 그 원인이 장(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장 주위의 냉기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냉기가 아궁이 불처럼 원인으로,   설사나 장염이  굴뚝의 연기처럼 증상에 비유된다 하겠습니다.


그래서  비정상적인 조건에서는  장(腸)에 유익한 유산균을 복용하는 등 여러 치료를 하더라도 잘 지 않아  만성병이나 난치병으로 낙인찍히는 거지요.(냉기에 대한 설명은 상열하한 편을 참고해 주세요)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이미 발생하는 연기에 대한 대처법입니다.


연기가 싫다고  굴뚝을 막으면 연기가  온 집안에  퍼져  사람이 살 수 없는  조건이 되어 버립니다.

이미 발생한 연기는 가능한 신속히  외부로 방출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이처럼  인체에 나타나는 증상들  가령 염증이나 발열, 기침 등은   내부의 문제를 외부로  배출하는 매우 중요한 작용입니다.   이를 질환으로 오인하여  해열제, 소염제, 진해거담제 등으로  통로를 막아 버리면  굴뚝을 막는 것과  유사한  문제를  유발합니다.


지난번 감기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증요법이라는 미명하에 실행되는  여러 치료 행위는  질병을 낫지 못하게 붙잡아 만성을 유도하며  병세를 점점 깊게 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합니다.


그래서 의료보험이  없던 시절엔  `감기가 병이가?`라는 말이  어른들 흔한 말씀이었고   감기로 학교에 결석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는데   병원 문턱이 낮아진 지금은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 하면서  감기 치료를 독려하고 있으며  예전엔  없던 알레르기 질환, 만성 감기 증상이 폭증하는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우리 몸은  필요하기 때문에 증상으로 치유하기도, 경고하기도 합니다.

치료의 본질은  아궁이에 있음을 알아야 하고  증상으로  그 부담을 줄이는 과정임을, 크게 보면  질병의 과정도 생로병사의  패턴을  벗어나지 않는데  인위적으로  그 흐름을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됨을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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